난해 2월 국내 주식형펀드와 중국펀드에 각각 2000만 원을 투자했던 회사원 김모 씨(43세)는 요즘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한때 반토막이 나 속을 태웠던 펀드투자금액이 원금을 거의 회복하면서 펀드 환매시기를 저울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는 “증시가 조금만 더 올라 원금을 회복하게 되면 일부 자금을 환매할 생각”이라며 “환매한 돈을 어디에 재투자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최근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김 씨처럼 펀드를 환매한 후 투자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증시가 단기 고점에 가까이 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일단 환매한 후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펀드환매 현상은 증시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투자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갈아타기’로 봐야 한다”며 “무조건 환매를 하기보다는 장기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최근 펀드환매가 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주가하락으로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됐던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상승에 힘입어 손실 폭을 만회하자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는 올 들어 38. 6%나 올랐다. 해외주식형펀드도 평균 44. 3% 급등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맘때 펀드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원금은 거의 회복됐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1년 전에 비해 0. 87% 떨어졌지만 국내주식형펀드는 2. 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해외주식형펀드는 아직 -11. 5%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동유럽 러시아 펀드와 글로벌리츠 펀드 등은 아직도 -30% 이상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해외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가 있는 중국펀드가 -7. 8%까지 올라오는 등 회복세가 뚜렷하다.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 한 당분간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9634억 원이 순유출됐다. 주가가 1300대에서 지리한 움직임을 보였던 지난 6월에는 유출규모가 604억 원에 그쳤지만 이후 주가가 1400대와 1500대를 연속 돌파하면서 강세를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선 것이다. 펀드투자자들은 8월에도 주가가 호조를 보이자 하루 1000억 원 규모로 자금을 빼가고 있다. 해외주식형도 국내 펀드에 비해서는 유출규모가 작지만 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해외주식형펀드에서는 1795억 원이 순유출 됐고 이달 들어서도 하루 평균 150억 원의 환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웰스매니지먼트 부장은 “과거 펀드유입자금을 분석해보면 코스피지수 1600포인트 이상에서 54%의 자금이 들어왔다”며 “따라서 지수가 오르면 오를수록 환매압력은 당분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처럼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들은 일시적으로 MMF(머니마켓펀드)나 요구불예금 등 단기투자처로 옮겨가겠지만 결국 증시로 다시 유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채권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원자재 리츠 등 대안투자시장도 뚜렷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증시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을 경우 재차 자금이 유입돼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규모 환매사태(펀드런)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최근 펀드환매는 또 다른 투자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갈아타기로 보인다”며 “단기금융상품에 머물다가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주식시장으로 재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과거 1500포인트를 돌파하는 시점에서 가장 많은 환매가 나온 것을 고려한다면 1600포인트 돌파이전까지는 환매가 크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지수가 상승한다면 오히려 자금 유입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나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일부에서는 코스피지수가 1600포인트대에 안착하면 재차 자금유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쉽지 않다”며 “과거 사례를 봐도 투자손실을 본 개인들은 원금회복이 되면 추가 투자보다는 환매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형펀드로 재차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 완화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 경쟁 진정 △주가의 하락 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펀드 자금을 환매하더라도 재투자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차피 환매자금이 투자목적의 자금이라면 다른 대안 투자처를 찾기 보다는 주식시장에서 자산 재분배를 통한 효율적 투자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이계웅 팀장은 “일반적으로 주식형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는 다시 같은 상품에 투자하기보다는 다른 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앞으로 있을 조정은 큰 조정이라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조정인 만큼 주식시장을 떠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당분간 주식시장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2007년 하반기 수준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포트폴리오 구성은 보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별로 경기회복 속도와 강도에서 뚜렷한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해외펀드를 중심으로 펀드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도 한국 중국 등 신흥국가의 기업들은 실적개선 속도가 빠른데 비해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강국과 영국 등 일부 선진국들은 기업실적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대안투자로 관심을 받고 있는 원자재 시장도 지금은 실질적 수요보다는 투기적 수요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고 리츠시장은 사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당분간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 센터장은 “해외펀드는 국가별 차별화가 뚜렷히 나타나는 만큼 여러국가에 대한 분산투자보다는 인도 중국 등 핵심 개별국가에 대한 투자가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펀드도 증시가 실적장세로 들어선 만큼 편입종목의 이익 개선속도가 빠르고 그린산업 등 테마관련 종목들이 많이 포함된 펀드를 골라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