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제학에서는 경제현상과 심리적 측면이 결합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론이나 경험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시장상황을 측정하거나 향후 전망을 하는 데 있어서도 ‘부동산의 심리적 측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부동산투자에 대해 개인이나 기업 모두에게 강한 자신감이 팽배했다. 부동산규제가 강화된 이후 아파트가격이 안정되는 국면에서조차 가격 안정은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심지어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가 온 이후 2008년 초만 하더라도 이러한 충격이 일시적 후퇴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적 금융위기로 확대되자 이번 위기가 10년 전 IMF 위기보다도 더 심각하고, 이로 인해 향후 시장회복이 몇 년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됐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부동산가격의 급락과 거래중단이라는 시장 충격이 현실화됐다. 그리고 신규투자가 중단되고, 분양도 연기되는 등 부동산시장 전체가 얼어붙는 상황이 나타났다.그렇지만 올해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이와 함께 부동산시장에서도 규제완화와 새로운 개발 이슈들이 제시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요컨대 시장의 자신감이 다시금 회복되고 있고, 부동산시장이 과거와 같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아직 시장은 수도권 분양시장이나 과거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만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심리적 회복 속도로 보면 경제회복 속도를 앞질러갈 상황도 예상이 된다.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안정 내지는 자신감은 과거의 경험에 입각한 것일 뿐, 현실에서의 지표들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괴리는 양 시장을 사실상 분리시킬 정도로 심각하다. 여기에 수도권의 소비자기대감의 배경은 객관적 분석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케인즈가 말하는 ‘야성적 충동’에 가까운 것이다. 시장회복에 소비자의 심리적 변화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과거 일본의 버블붕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이 보인 행동은 합리적 행위를 하는 경제주체의 모습은 아니었다. 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가격이 그 내재적 가치를 초과하는 경우조차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심지어는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절망하게 된다.우리도 2006년 가을에 그러한 현상을 시장에서 목격했고, 올해 내내 모든 기준은 그 해 가을에 형성된 부동산가격에 비해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실 그 때 가격은 최근 들어 시장에서 형성된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그것을 기준으로 시장이 회복되었는지,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를 바라보고 있다.시장에서 수요공급에 따라 정상적으로 거래되어야 하는 부동산규모가 있고, 적정한 가격수준이 있다. 그리고 이는 현재 인구 규모, 소득 등에 비추어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객관적 숫자와 무관하게 시장은 소비자들의 판단이나 심리에 따라 과열되기도 하고, 냉각되기도 한다. 지금은 냉각됐던 상황에서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그 수준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지만 과거의 최고점만을 염두에 둔 채,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친 기대감에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크게 경계해야 할 것이다.부동산114 대표서울대 경제학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