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가 최근 발표한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오세훈 시장이 직접 발표한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부실한 내용에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 대부분인데도 오 시장이 마치 자신의 공약인 양 도용했다”며 “오 시장은 사전 선거운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이종현 공보특보 명의로 낸 반박 성명을 통해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오 시장 취임 후 줄곧 구상해 온 균형발전 계획의 하나로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1년 이상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만든 장기 종합발전 방안”이라고 일축했다.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2020년까지 무려 18조 원을 들여 그동안 낙후됐던 서울 동북권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며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동북권 르네상스의 중심축은 중랑천이다. 중랑천은 경기도 양주에서 발원해 의정부를 지나 노원구,도봉구,강북구,성북구,동대문구,성동구 등 7개 자치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든다. 중랑천 주변에는 동부간선도로가 양쪽으로 설치돼 이 일대 교통 대동맥의 기능을 하고 있다.하지만 역설적으로 중랑천 일대는 이 동부간선도로로 인해 그동안 자본과 사람이 모이지 않는 단절된 공간으로 낙후됐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여름철만 되면 하류에서 물난리를 겪었으며 주변 지역도 대부분 아파트만 들어서 있을 뿐 업무·상업·문화 기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랑천에 뱃길을 열고 주변에는 관광·레저·생태 공원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중랑천을 따라 신경제 거점 3곳, 문화 거점 3곳을 지정해 이 일대를 업무·상업 복합단지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이에 따라 군자교 인근을 비롯한 중랑천변 6개소에 수상버스와 수상택시가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이 설치되고 경기도와의 협의를 거쳐 중랑물재생센터 및 의정부 하수처리장에서의 고도정수 처리를 통해 맑은 물 20톤이 추가 공급된다. 중랑천과 주변지역의 단절을 초래한 동부간선도로는 장기적으로 지하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시는 중랑천을 동북권 업무 중심축으로 만들기 위해 △창동·상계 △성북·석계 △성수·뚝섬을 3대 신경제거점으로, △초안산 일대 △이문·휘경·중화 △중랑물재생센터는 3대 신문화거점으로 지정했다.창동 차량기지와 운전면허시험장, 창동 열린극장 부지 등 창동·상계 지역은 업무·상업 등 대규모 복합개발을 통해 비즈니스 타운으로 재탄생한다. 또 성북·석계 역세권은 업무·상업·문화 콤플렉스로 개발돼 대학 벤처공간 확보, 지원 등이 이뤄진다. 아울러 준공업지역을 포함하는 성수·뚝섬 일대는 R&D~제조~생산까지 연계하는 21세기형 신산업 메카로 개발할 계획이다.동북권 일대 숙원이었던 교통 인프라도 확충된다. 서울시는 청량리, 왕십리 등 주요 거점지역을 30분 내 연결하는 경전철 4개선 35.84㎞를 신설하는 등 도로, 철도사업에 총 6조97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 경전철은 기존 1~7호선 지하철과 연계해 이 일대 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전망이다.서울시는 아울러 용마터널과 암사대교, 중앙간선도로, 평창터널 등 4개소 15.6㎞에 9400억 원을 들여 차량 흐름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자전거 간선 도로망도 5개소,82km를 설치해 주거지~중랑천~한강까지 논스톱으로 연결할 예정이다.공원·교육·문화 등의 인프라도 업그레이드된다. 서울시는 삼각산과 도봉산, 수락산 등 명산과 인접한 대형공원 등을 연결하는 그린웨이를 만들고 강북시립미술관, 창동 다목적 극장 등 대형 문화시설도 증설, 확충하기로 했다. 또 성북동의 삼청각을 고품격 문화관광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전통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로 했다. 서울의료원,동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도 업그레이드되는 한편 노인건강증진 복합센터도 17개 소 설치된다.이와 함께 서울시는 경춘선 폐선부지 지상철 부분에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보육정보센터와 영유아플라자 8개소, 초·중·고등학교 7개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영재과학고나 특목고 등을 유치하는 것도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이 같은 청사진이 발표되자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나온 직후 도봉구 창동이나 노원구 상계동, 월계동 일대 집값은 단 하루 만에 수천만 원이 뛰어올랐다.지하철 4호선 창동역 인근 신대림공인 관계자는 “서울시가 중랑천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 이 일대 아파트 값이 1000만~2000만 원 수직 상승했다”면서 “그나마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대거 거둬들이면서 거래가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창동 주공 4단지 56㎡형 아파트의 매도호가는 1억7000만 원선. 발표 전만 하더라도 이 아파트는 1억5000만 원에도 팔리지 않았다.노원구 성북 역세권 일대도 반응이 뜨겁다. 성북역 앞 월계1동은 4000세대 아파트 건립, 업무·상업·문화 콤플렉스 등 잇따른 개발 소식에 상가 및 다세대 급매가 속속 팔리고 있다. 이곳에서 영업 중인 성북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다가 최근 오세훈 시장이 직접 이를 확인해주면서 투자 관심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월계1동 현대아파트는 82㎡형이 최근 2억9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초 최고치 3억2000만 원에 거의 도달했다.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재원조달 방안조차 나오지 않은 설익은 프로젝트 발표에 부동산 시장이 과잉 반응하면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정작 프로젝트를 발표한 서울시조차 앞으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마련해 서울시 재정계획에 반영해 나가야 한다고 밝힐 정도다. 특히 지금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는 전문가들도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18조 원이라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문제도 논란이다. 서울시는 중랑천 정비사업에 2조6000억 원,경제·문화 거점 개발에 4조3000억 원, 생활권·거점 활성화 2조4000억 원, 교통망 확충에 6조975억 원,문화·교육·공원 인프라 건설에 2조2000억 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이 가운데 7조 원은 민간부담액으로, 11조 원은 서울시 재정으로 투입된다. 그러나 이 돈만 하더라도 서울시 1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게다가 민간투자로 유치될 7조 원이 제때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다.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서울시가 이번에 발표한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최소 10년 이상 소요될 장기 개발 구상안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이번 발표만 믿고 성급하게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 지점장은 “다만 장기적으로 이 일대를 개발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이번 발표로 확인된 만큼 장기적으로 볼 때 부동산 전망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글 이호기 한국경제신문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