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정부는 은행들이 경제위기 속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나서 약간의 푼돈만 집어넣으면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냈다. 그런데 그 결론을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적은 액수만 넣어도 잘 돌아갈 수 있는 은행들이라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을 가정한 재해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하자. 처음에는 A급 태풍을 가정했다가 ‘에이, 그런 태풍이 자주 오나, B급으로 내려’하는 주문이 들어왔다.B급 태풍으로 테스트를 해보는데 그 태풍의 진로가 가장 피해가 클 수 있는 지역으로 지나간다고 가정했다. 그러자 ‘태풍이 꼭 그리 가란 법이 있어’하고 태풍의 방향을 변경시킨다. 이런 식으로 계속 스트레스 변수를 낮춘 결과, 기상청은 재산 피해 5억 원, 인명 피해 2명이라는 이상한 답을 얻었다.그래서 다시 ‘야, 피해 좀 올려봐’ 하고 이리저리 변수를 조종해서 재산 피해 55억 원, 인명 피해 9명의 답을 얻었다. 기상청 책임자는 보고서를 읽고 나서 ‘야, 됐어. 적당해. 이대로 가지 뭐’하고 발표를 한다.이번 미국 정부의 금융 스트레스 테스트도 이런 식으로 진행된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테스트는 테스트일 뿐, 현실은 아닌 것이다.은행은 어차피 자본금이 고객예금보다 적다. 모든 고객이 예금을 인출하고자 하는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 테스트는 해 볼 필요도 없다.그래서 그런 비상시국이나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그냥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이런 저런 사소하고 성가신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니 ‘스트레스 테스트’란 명칭을 붙인 것이다. 그저 당신이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사소한 일들로 열을 받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듯이 그런 스트레스로 인해 당신이 죽을 리는 없고 어느 정도의 피해가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과 같다.그런데 지금의 문제는 그런 사소한 스트레스의 문제가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이라는 데 있다. 그러니 미국 정부가 이번에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은행들을 상대로 하루에 담배는 어느 정도 피우시는지 술은 어느 정도 드시는지, 섹스는 한 달에 몇 회 정도 하는지를 물어보고 있는 셈이다.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다. 한편으론 참 머리를 잘 굴렸다는 생각도 든다.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정부로서 뭔가 하긴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애매한 명칭을 붙여 은행들의 저강도 내구력 테스트를 해본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들어간 은행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은행이 죽고 사는 문제는 스트레스 테스트와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이니 조만간 또 다시 ‘은행 사망 임박’이란 기사가 등장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그동안 돈을 엄청 풀고 부양을 한 결과 ‘바닥이 가깝다’, ‘아니다. 이미 돌아섰다’는 식의 말이 무성하다. 그래서 미국 정부도 그런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기는 여느 보통 사람과 동일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그러나 모든 위기와 문제는 한 번의 진행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의 진실. 제 2파가 서서히 수면 하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파도의 모습을 금년 8월 하순경이면 또 다시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명리학자고려대 법대 졸업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프레시안 고정 칼럼니스트www.hohodang.com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