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한 장 가격이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해외 유명 ‘수입’ 클래식 콘서트 또는 오페라 공연장의 R(Royal)석에 앉아있는 당신. 무대와 당신 사이에는 여전히 손닿을 수 없는 갭(gap)이 존재함을 느끼는가. 공연장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R석이라 할지라도 관객이 느끼는 공허함은 그만큼 커진다. 온몸으로 무대를 느끼고 싶은 당신을 위한 대안, 살롱 콘서트(Salon Concert)라면 어떨까. 문화를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다.롱 콘서트’는 유럽 상류사회 사람들이 삼삼오오 즐기던 ‘사적인’ 음악회를 가리킨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살롱’이란 말이 남자들의 ‘밤 문화’와 동일시되면서 음성적인 의미의 단어로 왜곡되기도 했지만, 사실 ‘살롱(Salon)’은 ‘독점’ ‘비개방’ ‘상류’ ‘고급’ 등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Exclusive’한 공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적’ 살롱 콘서트는 서양의 그것과는 다르다. 음악 마니아들의 클럽문화 형태로, 또는 좀더 가까이 무대 위 뮤지션들과 호흡을 느끼기 위한 대중적 니즈(needs)에서, 또는 좋은 음악을 함께 나누고픈 아티스트의 소박한 꿈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국내의 살롱 콘서트는 2002~2003년부터 작지만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발전해 왔다. 음악가의 자택에서, 갤러리의 한켠에서 시작된 작은 음악회는 ‘살롱 콘서트’ 또는 ‘하우스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 형태와 목적도 다양하게 성장해 왔다. 살롱 콘서트의 뿌리에 대해서는 유럽에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양반들의 ‘사랑방 음악회’가 있었으므로 우리식의 살롱 콘서트 역시 그 뿌리가 깊다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음악평론가 탁계석 씨는 “유럽 유학파 음악인들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살롱 콘서트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다양한 무대가 마련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갤러리 마케팅의 일환으로 살롱 콘서트나 하우스 콘서트가 열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한 고급형 리조트 관계자는 “VIP 고객 중심으로 초청되는 살롱 콘서트는 출연진의 섭외와 레퍼토리 선정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주로 40~50대 기업 CEO 중심으로 초대되는 이 같은 음악회에는 본 콘서트 후에 자연스러운 뒤풀이가 이뤄지는데, 이를 통해 관객과 관객, 또는 음악가들과 관객 사이에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이 형성된다. ‘네트워킹’의 매개로 등장하는 것은 대부분 ‘와인’.살롱 콘서트는 공연 전에 디너가 마련되는 타입과 디너 대신 간단한 다과를 마련하는 타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디너가 마련되는 경우는 5만~10만 원 선. 디너 대신 다과가 마련되는 콘서트는 대부분 2만 원 선으로 비교적 부담이 적다.탁 씨는 “최근 살롱 음악회를 향유하는 계층에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50대 이상의 중산층 중심에서 점차 젊어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는 “살롱 음악회 관객의 80%가 부부동반인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20% 정도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다”며 음악을 매개로 한 만남과 문화적 소비 트렌드가 아직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적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크지 않은 무대, 성악가의 호흡까지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살롱 콘서트의 가장 커다란 매력은 ‘특별한’ 레퍼토리라 할 수 있다. 대형 공연의 ‘숙제’인 흥행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무대에 오른 뮤지션과 바로 앞에 있는 관객들과의 완벽한 호흡을 지향하는 살롱 콘서트는, 그래서 대형 무대에서 맛보지 못했던 ‘숨겨진’ 보석 같은 레퍼토리를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객들을 ‘마니아’로 만들어버리는 이 매력적인 장점은 음악가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한다.작은 무대, 작은 공간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연주가 끝난 뒤 반응 역시 매우 즉각적이고 솔직하기 때문이다.살롱 콘서트는 그 목적과 스타일을 기준으로 몇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살롱 콘서트는 갤러리 공간을 빌려 마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갤러리 콘서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울 인사동을 비롯해 강남, 서울 근교 갤러리 등에서 마련하는 콘서트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는 경우도 있지만 갤러리 고객들이 관객이 될 때가 많다. 그림과 음악의 문화적 접목은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데 있어 ‘플러스 알파’가 되기 때문.‘갤러리 콘서트’가 VIP 고객 마케팅을 위한 살롱 음악회라면, 기업형 살롱 콘서트 역시 이에 포함된다. 골프장에 승마장, 의학센터까지 갖춘 럭셔리 리조트 ‘소노펠리체’ 분양을 앞두고 대명레저산업이 진행하고 있는 ‘소노펠리체 살롱 콘서트’가 대표적인 예. 분양가가 최소 1억 원 이상 최대 20억 원 선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대되는 자’들만이 참석할 수 있는 콘서트에는 기업 CEO 등 VIP 고객 관객이 대부분이다. 대명레저산업 레저사업기획팀 최홍석 대리는 “클래식 연주회를 중심으로 국악, 해설이 함께 하는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마련되고 있다”면서 “현재 서울과 비발디 파크에서 번갈아 개최되고 있는데 참석하는 고객들의 입소문 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화 콘텐츠를 코드로 한 고객 어프로치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눈치다.한편, 마케팅적 목적을 배제한 음악가 또는 음악 마니아들의 순수 ‘향유형’ 살롱 콘서트도 있다. 음악가의 자택 또는 자택을 개조한 공간에서 마련되는 하우스 콘서트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2000년 대 초부터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는 음악을 전공한 프로페셔널 뮤지션의 하우스 콘서트도 있고 비전공자이지만 음악을 사랑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보다 대중적인 형태도 있다. 이러한 콘서트는 해외유학파 또는 신진 음악가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기도 한다.2002년부터 자택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시작해 현재 회원만 8000 명을 육박하는 ‘THE HOUSE CONCERT'의 주인장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씨는 “처음에는 섭외를 하면 거절하는 연주자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새로운 공연 레퍼토리를 요구했기 때문.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THE HOUSE CONCERT의 마니아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갔고 음악인들도 ‘작은 무대’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면서 현재는 출연 신청을 하는 음악가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역전됐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도 청소년 때 우연히 다른 악기 연주자의 반주자로 무대에 섰다가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됐고 지금도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보다 다양해진 관객의 취향을 반영하듯 음악가들의 하우스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을 기본으로 재즈와 퍼포먼스 등으로 장르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연주자들 역시 국내외를 아울러 섭외되는 것 또한 변화된 콘서트의 모습이다.한편, 살롱 콘서트는 집(하우스)과 갤러리, 미술관을 떠나 파티로까지 진출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CEO 파티 역시 네트워킹이라는 기본적인 목적만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기엔 한계가 있었던 것. 파티플래닝 회사인 하트뷰 안시영 대표는 “음악과 미술, 퍼포먼스,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가 파티에 접목되고 있는데 40~50대가 주류인 CEO로부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클래식, 퓨전음악,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파티 중의 콘서트는 반응이 좋아 최근에는 기업 맞춤형 파티에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앞서 말한 살롱 콘서트 타입에 접근이 어렵다면 보다 ‘문턱을 낮춘’ 살롱 콘서트도 고려해 볼 만하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100여 회에 걸친 살롱 콘서트를 마련해 온 경기도 가평군 소재 가일미술관은 한 달에 한 번 클래식과 재즈, 팝, 국악,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살롱 콘서트를 기획한다. 자신이 음악 마니아이기도 한 강건국 관장은 “피아니스트 한동일 씨, 재즈보컬리스트 윤희정 씨 등 대가들의 연주회도 많았다”며 “입장료 2만 원이면 전시회와 함께 콘서트까지 감상할 수 있어 아예 동창회 모임을 음악회에서 하는 관객들도 있다”고 전했다.서울 평창동 소재 화정박물관도 2006년부터 박물관 문턱을 낮추려는 취지로 살롱 콘서트를 열고 있다. 하피스트인 한혜주 관장의 섭외력이 빛을 발해 수준급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 왔다. 인근주민일 경우 주민등록증만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지역 거주민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받고 있다.전국 40여 곳이 넘는 하우스 콘서트장의 ‘효시’랄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8시에 콘서트가 열리는데 콘서트 스케줄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우스 콘서트의 성격이 변질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씨는 하우스 콘서트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주인장. 클래식, 재즈,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이곳의 콘서트에는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도 국내외를 아울러 다양하다. 회원 수만 8000 명에 이르고 있는데 최근 서울 광진구 능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입장료는 2만 원. 다과가 제공된다. www.freepiano.net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가일미술관은 아름다운 갤러리와 함께 120석 규모의 실내 콘서트홀과 350석 규모의 야외 콘서트장을 갖추고 있다. 레퍼토리는 클래식 70%, 재즈 20%, 대중음악, 국악 등이 10%로 구성되는데 미술관을 찾는 고객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콘서트가 끝나면 ‘뒷풀이’가 마련되는데 와인 리셉션이나 간단한 티파티가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세미나와 미술관 관람, 콘서트 감상으로 이어지는 ‘기업맞춤형’ 프로그램 수요도 늘고 있다. 50~60대 전문직 관객들이 많고 단골 관객들은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네트워킹을 하기도 한다. 살롱 콘서트 입장료 2만 원. www.gailart.co.kr / 031-584-4722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하피스트 한혜주 씨가 관장이다. 2006년부터 한 달에 한번 꾸준히 살롱음악회를 마련해 왔는데 VIP 고객을 초청하는 갤러리 공연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 입장 원칙을 고수한다. (지역민이 아닌 경우 박물관 관람객은 무료) 살롱 콘서트가 있는 날은 공연장으로 변경되는 전시실의 규모는 150석 정도. 토요일 오후 5시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을 계획한다면 안성맞춤이다. 현재 리모델링 중으로 콘서트 참여를 원할 경우 반드시 스케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www.hjmuseum.or.kr / 02-2075-01142008년 4월부터 대명레저산업에서 주최하는 콘서트로 1년에 5~6회 마련된다. 비발디파크와 서울에서 번갈아 진행되는데 독창회, 실내악 연주, 해설과 함께 하는 오페라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기획된다. 본 공연이 끝나면 연주자들과 함께 뒤풀이 시간이 마련되는데 주로 VIP 고객 위주로 초대받은 사람만이 참석할 수 있다. 02-2222-5918/ 02-555-4810사진 이승재 기자THE HOUSE CONCERT글 장현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