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부자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인터뷰
유니클로의 목표는 ‘옷을 바꾸고, 의식을 바꾸고, 세계를 바꿔 나간다’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등이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바꿨듯이, 옷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이다.난 5월 2일 오후 도쿄의 번화가 긴자 한복판에 있는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 화창한 봄날을 맞아 입구부터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올봄 기획상품으로 나온 폴로 티셔츠와 면바지를 색상별로 2~3개씩 장바구니에 담는 대학생,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브라탑(브래지어 패드가 붙은 여성용 웃옷)을 고르고 있는 주부, 여름철용 재킷을 입어보는 중년 신사까지 고객층도 다양하다. 중국 단체관광객들도 눈에 띈다.경기침체로 썰렁해진 긴자에서 요즘 손님이 북적대는 곳은 유니클로 매장뿐이다. 프랑스의 루이비통은 작년 말 긴자점 신설 계획을 철회했다. 40년 역사의 일본 최대 보석점 미키 긴자점은 올 초 문을 닫았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올 가을 긴자점을 1.5배로 확장할 예정이다.불황을 모르는 유니클로의 성적표는 화려하다. ‘지난 5년간 매출 90% 증가, 점포 수 3배 확장, 평균 영업이익률 15%’. 오는 9월 2009회계연도 결산에서도 매출 6600억 엔(약 9조원) 영업이익 1010억 엔을 달성할 전망이다. 사상 최대 매출, 최대 이익이다. 최대 실적 기록 경신은 2006년부터 4년째다.유니클로의 초고속 성장에 사람들은 말한다. ‘불황으로 싼 제품이 먹힌 것이다’라고. 일단 유니클로의 제품이 저렴하다는 말은 맞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긴자점에 남편과 쇼핑 나온 주부 야수자와 유키 씨(42)의 장바구니를 들여다봤다. 여성용 면바지 2개(개당 2990엔), 브라탑 3개(개당 1500엔)와 남성용 폴로 티 2개(개당 1990엔). 장바구니 가득 샀지만 총 가격은 1만4460엔, 한국 돈으로 약 19만5000원밖에 안 된다. 길 건너 미국 캐주얼 브랜드 ‘콜롬비아’의 폴로 티가 4500엔, 면바지가 4900엔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싼지 알 수 있다.그러나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겸 사장(60)은 “싼 게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유니클로보다 더 싸도 안 팔리는 브랜드들이 많다. 우린 고객의 잠재된 니즈(Needs)를 찾아내 그걸 충족시키는 가치(Value)를 제공해 성공한 것이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의 대표적 히트상품들이 이런 ‘가치 창출’에 의해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보온성 신소재로 만든 내복 히트텍, 브래지어와 탑을 합친 브라탑은 기존 의류에 없던 가치를 창출한 옷이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능과 패션을 겸비한 옷을 만들어 적정 가격에 판 게 주효했다는 얘기다.이를 위해 유니클로는 상품기획과 디자인은 도쿄와 뉴욕, 생산은 90% 이상을 중국에서 하는 글로벌 분업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경영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 박사는 “유니클로야말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시장을 개척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기업”이라고 평가한다.유니클로는 단순한 외형 성장에 만족하지 않는다. 유니클로의 목표는 ‘옷을 바꾸고, 의식을 바꾸고, 세계를 바꿔 나간다’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등이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바꿨듯이, 옷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이다. 그 꿈을 유니클로의 맨 앞에서 좇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야나이 회장이다.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도쿄 시내 구단시타의 야스쿠니 신사 건너편에 있는 유니클로 도쿄 본부를 찾았다. 6층 회의실에서 만난 야나이 회장의 첫인상은 선입견과 달리 ‘소년’ 같았다. 160㎝가 약간 넘는 작은 키에 스포츠형 짧은 머리, 위아래 치아를 다 드러내며 웃는 모습은 천진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는 시종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유니클로의 성공 요인과 향후 목표를 명쾌히 설명했다.“처음엔 점포 30개 정도에 연매출 20억 엔 정도로 키우면 할 만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욕구는 컸다. 그걸 위해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했을 뿐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