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 MFC 대표

김시영 엠파이낸셜컨설팅(MFC) 대표는 삼성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임원을 지낸 금융인이다.

삼성생명 미국 법인장 시절 투자클럽을 통해 주식에 눈을 뜬 김 대표는 2009년 MFC를 차려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가치주와 배당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그는 높은 수익률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MARKET LEADER] 배당주·우선주로 고수익을 올리다
김시영 MFC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12년 3월이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의 경험을 들려주며 한국의 투자자들도 자사주와 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눈여겨볼 몇 개 종목을 예로 들었다. 삼성화재 우선주와 현대해상, 풀무원홀딩스, 맥쿼리인프라 등이 그들이다. 사업성이 좋고 시가총액 대비 자산가치가 높으며, 배당 성향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였다.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김 대표가 ‘좋은 주식’이라고 언급한 풀무원홀딩스의 주가는 3만7450원(2012년 3월 2일 기준)에서 12만8000원(7월 9일 기준)으로 올랐고, 삼성화재 우선주는 7만9700원(2012년 3월 2일 기준)을 하던 것이 16만5000원(7월 9일 기준)으로 뛰었다. 수익률로는 각각 241%, 107%다.

7월 초 다시 만난 김 대표는 높은 수익률에 대해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아진 결과”라며 “한편으로는 자신이 ‘쪽집게’로 인식될까 염려스럽다”고 했다.


삼성화재 우선주와 풀무원홀딩스 주가가 많이 뛰었습니다. 이 정도 수익률을 예상하셨나요.
“종목을 갖고 얘기하는 게 사실은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그런 종목들은 제 투자 철학과 일치하기 때문에 소개한 것뿐입니다. 저는 금융인이기 때문에 건전한 상식으로 투자에 접근합니다. 투자의 기본은 차익 거래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롱쇼트펀드가 대표적인 거죠. 많이 오르면 매도하고 빠지면 매수하는 게 롱쇼트의 기본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우선주를 얘기한 겁니다.”


우선주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에는 보통주가 맞을지 모릅니다. 회사가 향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경영권을 쥐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지금은 한국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왜 그런 우스갯소리가 있잖습니까. 한국 사람들이 모르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들이 얼마나 잘사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그 정도로 한국 경제는 세계 톱클래스에 들었습니다. 이런 때 굳이 대주주나 기관이 아닌데 보통주를 쥐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배당은 똑같은데 말이죠.”


삼성화재 우선주에 투자한 이유군요.
“2012년만 해도 삼성화재 보통주가 24만 원대였는데 우선주는 6만~7만 원 정도였습니다. 1년에 주당 약 3500원을 배당했는데 같은 돈으로 우선주에 투자하면 보통주보다 4배의 배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배당수익만으로도 1년에 5% 내외가 나와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이 정도면 굉장히 매력적인 종목입니다. 물론 주가 상승도 예상했습니다. 미국의 예를 보면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의 주가가 그렇지 않은 종목보다 많이 올랐거든요. 미국은 투자클럽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는데 거기서 그걸 배웠습니다.”


삼성화재 우선주나 풀무원홀딩스가 일반적으로 눈길을 끄는 ‘화려한 종목’은 아닌데요.
“맞습니다. 그런 회사는 신기술이 나와서 갑자기 시장 상황이 바뀌는 종목은 절대 아니죠. 일반 투자자들 중에는 내부 정보를 캐서라도 그런 대박 나는 종목에 투자하려는 분들이 많죠. 저는 그런 분들과는 투자 철학이 다릅니다. 견실하게 성장해 온 회사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을 찾는 게 제 일입니다. 삼성화재 우선주가 그런 종목입니다.”


삼성화재 우선주보다 풀무원홀딩스 주가가 더 많이 올랐습니다.
“풀무원홀딩스는 사실 투자 실패 사례입니다. 5년 전 풀무원홀딩스가 1만 원대일 때 10만 원은 간다고 생각하고 샀어요. 당시 시가총액이 1000억 원인데, 자회사인 풀무원식품 1년 매출만 1조 원이 넘었어요. 주주총회도 가 보고 여러 경로를 통해 회사를 알아봤는데 건전한 먹거리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도 보였어요. 다만 초기 투자비와 과도한 마케팅비, 해외 진출 리스크 등으로 인해 순이익이 잘 안 나올 뿐이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300억 원만 있으면 이런 회사를 통째로 먹을 수 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식품회사치고 배당 성향도 있고요. 그래서 샀는데, 관세를 맞아 이익이 줄면서 4만 원대에 팔았어요. 3만 원대에 다시 샀다가 5만7000원에 팔았어요. 당분간은 상투라는 생각에서요. 그런데 지금은 12만 원도 넘습니다. 진득하니 기다렸다면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렸겠죠. 지금도 5년을 못 기다렸다는 생각에 반성을 많이 합니다.”
[MARKET LEADER] 배당주·우선주로 고수익을 올리다
전업 투자자들의 한계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투자 후엔 여행을 가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시장을 너무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의 한계이기도 하죠. 사실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회사 매출 등에는 큰 차이가 없거든요.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하고도 투자에 실패한 거죠.”


매도 타이밍은 어떻게 잡으세요. 장기 투자자들 중에는 수익률을 기준으로 매도를 하기도 하던데요.
“주식을 살 때 목표 주가를 정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걸 지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대한제분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주가가 2만 원대였는데 밸류에이션을 해 보니까 25만 원이 나와요. 15만 원이 되면 팔겠다 생각하고 투자를 했는데,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올라서 9만 원일 때 팔았습니다. 단기간에 지나치게 과열되면 팔기도 하거든요. 나중에 주가가 25만 원을 찍고 10만 원까지 내려가기에 다시 샀습니다. 그걸 15만8000원에 팔았는데 더 올랐다 최근에 내려서 다시 샀습니다. 다른 종목에 투자했다 제대로 갈 것 같아서 다시 산 거죠. 평소에 좋아하는 청바지 봐뒀다가 세일 때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게 세일 시즌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합니까.
“한 마디로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주식시장에 있다 보면 감각적으로 타이밍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같은 전문가들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일반 투자자들은 정보를 얻고도 확신이 없어서 투자를 머뭇거립니다. 숨은 리스크에 대한 부담 때문이죠. 우리의 역할은 일반 투자자들보다 좀 더 촘촘한 망을 가지고 리스크를 파악하고,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겁니다. 직원들에게 늘 ‘큰 수익보다 손실을 주지 마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투자에 앞서 창업주부터 기업의 히스토리까지 다 뒤집니다. 그런 노력이 전문가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석 달 전쯤 뵀을 때 롯데칠성 우선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이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롯데칠성 우선주도 비슷한 이유로 관심을 가진 건가요.
“그렇죠.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을 보세요. 롯데 계열사 중에 상장하고 부도를 내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기업은 없습니다. 배당이 짠 게 흠이지만 꾸준히 주주 이익을 지켜주고 있거든요.”


실패한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2012년 인터뷰에서 언급하신 종목 중에 현대해상은 소폭이기는 하지만 주가가 떨어졌는데요.
“3만7500원까지 갔다가 지금은 2만8000원대까지 빠졌죠. 그런데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건 그리 없습니다. 자동차 정비수가 등이 오르다 보니 단기적으로 보험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될 거라고 봅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자동차 보험을 들던 사람이 안 들지는 않잖아요. 회사 자체를 보면 매출 면에서 동부화재를 능가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순이익이 매출만큼 늘지 않지만 박리다매가 아닌 다음에야 매출이 오르면 이익은 따라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보험회사는 특성상 매출이 턴오버 하면 다시 뒤집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매력적이라고 본 거죠. 오너인 정몽윤 회장이 보험회사 오너 중에 가장 적은 연봉을 받을 정도로 경영도 투명하게 하고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안 오르니까 지겹고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게 저한테는 매수 시점이죠.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니까 슬슬 받아내고 있습니다.”


현대해상처럼 이제는 경영진의 급여가 분기마다 공개됩니다. 경영진의 급여를 통해 투자 팁을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급여 공개도 배당 성향에 영향을 주리라고 봅니다. 대주주들이 높은 급여를 받는데 부담을 느낄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외국처럼 배당에 신경 쓰지 않겠습니까. 예전에 제가 모 회사에 투자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해 경영이 안 좋아서 배당금을 줄였어요. 그런데 임원 보수 한도액은 전년 대비 2배로 증액하는 안건을 올렸더군요. 주총에서 그걸 따졌지만 원안대로 가결됐습니다. 그런 게 경영진의 도덕 불감증이 아닐까 싶어요. 기분도 나쁘고 해서 주식을 전부 팔았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안 가 상장 폐지되고 회사가 망하더군요.”


맥쿼리인프라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고 들었습니다. 맥쿼리인프라 같은 종목은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종목인데, 사실 주가는 맥을 못 추거든요.
“맥쿼리인프라는 대표적인 배당주입니다. 현재 연 7~8%, 배당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2017년부터는 12% 가까이 배당이 나옵니다. 주가 움직임이 크지 않은 건 배분락 때문입니다. 주가 추이를 보면 배분락 몇 개월 후면 주가가 회복합니다. 그런데 올 상반기에는 배분락 후 얼마 안 가서 주가가 회복했거든요. 이런 게 어떤 시그널이 아닐까 합니다.”


맥쿼리인프라는 여러 이슈들로 이미지가 좋지는 않습니다.
“그게 참 답답한데요. 맥쿼리인프라를 외국계 펀드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일부 투자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통행수익이 적으면 정부에서 일부를 보전해 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안정적이죠.”


앞으로도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까요.
“그럴 거라고 봅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돈을 풀었는데도 염려하던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여파로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요. 그런데 우리만 돈을 안 풀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결국 금리는 지금보다 올라갈 가능성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죠. 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요즘 같은 저금리에 연 4% 정도 배당을 하는 기업이 있다면, 대단한 자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 3, 4년 후면 저런 회사가 주가가 저렇게 낮을 때가 있었나 할 때가 올 겁니다.”


요즘은 어떤 종목에 관심이 가나요.
“최근에는 편의점 사업에 관심이 갑니다. 1인 가구가 느는 건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은 큰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가는 걸 번거로워합니다. 편의점을 찾는 이유죠. 일본의 편의점을 보니까 내부에 식사할 수 있는 공간까지 있더군요. 우리도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편의점에서 택배까지 부칠 수 있고요. 그런 이슈로 관련 종목의 주가가 한참 올랐다 지금은 많이 떨어졌습니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동향을 살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전체 주식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지선이 2000대로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2000대에서 공방을 오래했잖아요. 한 회사가 몇 년간 힘을 축적해서 어느 순간 주가가 움직이듯이, 한국 증시도 지금까지 어느 정도 내공은 쌓았다고 봅니다. 자산 시장 전체를 보면 돈이 갈 데가 없고요. 최근에 보유 중인 부동산을 유동화해서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