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가평은 산과 강을 고루 갖춘 최적의 전원주택지다. 최근 경춘고속도로와 중앙선이 개통되며 교통 여건도 획기적으로 개선돼 꿈의 귀촌지로 인기가 높다. 귀촌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 가평을 찾았다.
[BEST PLACE TO LIVE] 도시 접근성·자연환경 빼어난 전국 1위 귀촌 지역
가평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다. 북한강 연안을 따라 경춘가도와 경춘철도가 통과하고, 청평에서 조종천을 따라 포천, 일동까지 국도와 자동차 전용도로가 건설돼 있다. 이를 이용하면 서울 잠실에서 가평 읍내까지 1시간 정도면 닿는다.

여기에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 가평이다. 가평에는 그린벨트 지역은 없지만 군내에 66사단, 1군지사 등 군사시설이 있어 핵심 시설 주변 반경 500m는 개발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또한 가평군 청평면 삼회리와 대성리, 호명리 등은 양평과 광주시 등과 함께 한강수질보전특별대책 1권역으로 지정돼 환경 관련법의 규제를 받는다. 그만큼 타 지역에 비해 난개발이 적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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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가평은 오래전부터 별장촌으로 이름을 얻었다. 현재도 축령산 휴양림과 유명산 휴양림, 아침고요수목원 등 관광지와 수상 레포츠를 겸할 수 있는 청평댐 부근은 전원주택지와 펜션 부지로 각광받고 있다.


가평에 터를 잡은 유명인들
가평에서도 특히 북한강 청평댐 주변은 별장촌으로 유명하다. 수려한 수변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별장을 비롯해 현대그룹과 한화그룹, 조선일보, 삼성그룹, GS칼텍스, 애경, 에스콰이어 등 재벌가가 토지를 매입해 별장을 지었거나 지을 예정이다. 이곳은 정재계 인사들의 은밀한 휴양지로 인기가 여전하다.

연예인들도 적지 않게 가평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는데, 영화배우 심혜진이 대표적이다. 심혜진 부부는 2007년 3.3㎡당 50만~60만 원에 땅을 매입해 주택을 지었는데, 현재 청평호와 맞닿은 이런 곳은 부르는 게 값이라 가격 추산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청평호 주변 땅값은 3.3㎡당 250만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어 건물을 제외한 대지 가격만도 150억 원을 호가한다. 현재 부동산 업계는 주택 가격만 50억 원 선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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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고소영 부부도 2012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신천리에 있는 전원주택 단지 골든네이처 빌리지에 1650㎡ 규모의 대지를 사들였다. 토지 매입 가격은 약 7억 원으로 알려졌다. 평소 친분이 있던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손녀 내외가 이곳에 살면서 이들 부부를 초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 건축 설계와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며 건축비는 3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손녀 부부는 2010년, 대지 1650㎡에 연면적 750㎡의 2층 건물을 지었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땅값과 건축비를 포함해 약 40억 원이 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택은 땅의 경사를 이용해 정면에서 보면 4층 건물로 보이도록 설계하는 등 호화롭게 꾸몄다. 강원석 린나이코리아 사장도 신 회장 손녀 부부 집 바로 옆에 땅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의 주택은 대부분 대지 990㎡에 연면적 330㎡의 2층 건물이 일반적이며, 부지 매입과 주택 건립비를 합해 평균 7억~8억 원이 든다.

최근에는 이보다 저렴한 주택을 원하는 귀촌자들도 가평에 합류하고 있다. 인기가 높은 별장촌을 조금만 벗어나면 보다 저렴한 가격의 땅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평 주택 시장 전체를 보면 주택과 대지 비용을 합해 상급 지역은 10억 원, 중급 지역은 3억 원 정도를 예상하면 된다. 중급 지역은 3.3㎡당 땅값이 100만 원 전후, 건축비는 3.3㎡당 300만 원이 기준이다.


설악면 황금베리농원 김형규 대표
‘서울 토박이’의 성공적 귀농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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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황금베리농원 대표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다. 직장생활도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런 그가 귀농을 결심한 건 2005년, 직장을 그만두면서부터. 직장을 그만두기 전부터 그는 인생 2막은 자연과 벗하며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직장을 떠난 직후 그는 본격적으로 뿌리내릴 터를 알아보러 다녔다. 퇴직 후 3~4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남양주와 양평, 화천, 여주, 이천 등 서울에서 차로 1시간~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곳 중 웬만한 곳은 다 가 봤다. 그러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60km 주변 지역은 땅값이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런 곳은 농지를 기준으로 3.3㎡당 30만 원 내외로 땅값이 형성돼 있었다. 경계를 넘어 강원도나 충청도로 갈 경우에는 3.3㎡당 10만 원 미만의 땅도 있다.

“귀농의 성패는 어떤 땅을 얼마에 구입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발품을 많이 팔았습니다. 좀 더 싸게 구입할 심산으로 경매 강좌도 듣고, 경매 물건도 보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경매 물건은 싼 대신 접근성 등이 떨어졌어요. 그런 사이 땅을 보는 나름의 안목이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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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대한 그의 기준은 우선 남향에, 주변에 우사나 축사가 없어야 한다. 이웃과의 적당한 거리도 필요하다. 여기에 개울을 끼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기후와 풍토 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심 접근성이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땅에 욕심을 냈다. 서울에서 가깝고 자연환경도 좋은 곳을 찾고자 했다. 고심 끝에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이 지금 농원이 있는 가평군 설악면이다. 가평은 경기도면서 평야가 거의 없어 밭농사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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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농원의 전체 부지는 3960㎡, 택지는 825㎡다. 임야를 매입해 토목사업을 하느라 3.3㎡당 매입 가격은 35만 원 선이다. 농사에 맞는 땅은 가격이 3.3㎡당 10만 원이 넘으면 안 된다지만, 욕심을 낸 탓에 농지치고는 비싼 값을 치렀다.

주택은 전체 108.9㎡. 노모를 위해 조금 넓게 지었다. 김 대표는 부부만 거주할 경우 82.5㎡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콘크리트를 쌓고 적벽돌로 다시 외벽을 두르는 등 공을 들인 탓에 건축비는 3.3㎡당 550만 원이 들었다. 토지 매입, 토목공사비, 건축비 등을 합해 모두 5억 원이 들었다. 집을 지으면서 그는 작목에 대한 공부를 했다. 약용작물과 특용작물 등 여러 가지를 놓고 고심했다. 배추나 콩, 무 등은 단위 면적당 소득이 낮기 때문에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게 블루베리였다. 땅값을 비싸게 치른 탓에 단위 면적당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묘목을 촘촘하게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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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심은 당해와 이듬해는 소출이 없습니다. 심은 지 3년부터 소득이 생기는데 현재 그루당 3~4kg의 블루베리를 수확합니다. 블루베리는 kg당 가격이 3만 원입니다. 대충 계산이 나오죠? 여기에 블루베리 묘목 판매에 따른 매출이 더해집니다. 아직은 소득이 기대에 못 미칩니다.”

그럼에도 귀농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100%다. 자연 속에 있으면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사일 자체가 힘이 들기는 하지만 수확의 기쁨과 보람이 있다. 동네 텃세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김 대표는 다행히 그런 걸 느끼지 못한다. 주변에 함께 귀농한 부부가 몇 집 있어 서로 의지도 되고 도움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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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직장생활을 어떻게 했나 싶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야근은 밥 먹듯 하고요. 지금은 두 달 수확을 위해 열 달을 투자하지만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잖아요. 저희 때는 부모와 자식들 모두 책임져야 하니까 앞만 보고 달렸죠. 거기에 비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기회와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그걸 잘 살렸으면 합니다.”



설악면 설미재미술관 추경 관장
귀촌한 예술가의 시골살이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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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미재미술관 관장이자 서양화가인 추경 관장은 1997년 설악면 신천리에 부지를 마련하고 이듬해 주택을 지어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전체 대지는 9900㎡ 이상. 당시만 해도 땅값이 싸서 지가는 3.3㎡당 몇만 원 수준이었다.

“미술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어요. 6년간 교편을 잡다 전업 작가로 나섰어요. 1985년부터 6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작업하다 1991년 귀국해 서울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다 1998년 설악으로 들어왔어요. 1997년 연 전시회가 잘 돼서 목돈이 생겼거든요. 그걸로 땅도 사고 집도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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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설악의 숲으로 들어온 후 후회한 적이 거의 없다. 서울에서 작업할 때 주로 그리던 게 숲과 새 등이었는데, 여기서는 아침에 창문을 열면 그 광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주변에 인가가 드물어 무섭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 번도 무섭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사람이 무섭지 자연은 무섭지 않아요. 생각해 보세요.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지 자연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아요.”

지형적으로 눈이 많아 불편하기도 하련만, 추 관장은 그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안다. 30년 만의 폭설이라고 호들갑을 떨던 2000년이 특히 그랬다. 폭설에 석 달 가까이 작업실에 갇혀 살았다. 먹을 게 필요하면 아이젠을 차고 배낭 메고 내려가서 먹을거리를 사왔다. 그 속에서 그는 완전한 자유를 느꼈고,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다. 대표작인 ‘블루 시리즈’는 그때 탄생했다. 그 3개월을 보내며 그는 “인간은 자연 속에서 깨닫는 게 많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며 다양한 시도도 했다. 첫 시도는 미술대안학교였다. 2003년 전시회로 통해 목돈이 들어오자 그동안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작은 건물을 지었다. 그런데 혼자 감당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그 대신 그 건물에 젊은 작가를 들이고, 작은 비닐하우스를 지어 미술체험장으로 쓰고 있다.

농사도 큰 일거리 중 하나다. 이곳에 내려온 후 어깨 너머로 농사를 배웠다. 작은 텃밭을 가꾸며 그는 작은 씨앗이 열매를 맺는, 생명의 신비를 체험했다. 2007년에는 지인의 권유로 군청에서 운영하는 농업대학에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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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관장은 설악에 와서 가장 잘한 일이 농사를 배운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는 농촌 체험과 미술 체험을 동시에 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지금도 그의 165㎡ 규모 비닐하우스에는 방울토마토와 채소가 한가득 자라고 있다. 농업대학에 다니던 그해엔 설미재미술관도 문을 열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한 미술관은 지난해 미술관 등록 인가를 받았다. 프리스턴컨트리클럽(CC), 아난티CC 등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서며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간간이 들러 그림을 사기도 한다.

“저는 이곳 생활에 아주 만족합니다. 미술 체험학습을 하면서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니까요. 다들 농사를 지으니까 시골에서는 돈이 많이 안 들어요.”

추 관장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예술인 마을 조성 사업을 협의 중이다. 이 좋은 환경을 동료 작가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