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IBK기업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금융권 전반에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취임한 ‘최초의 여성 은행장’은 지난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버금가는 실적을 기록하며 금융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3년 내 세계 100대 은행 진입’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힌 권 행장을 서울 을지로 본점 접견실에서 만났다.
[SPECIAL INTERVIEW] “소통과 창조 경영으로 세계적 은행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은행장은 모든 은행원들의 꿈이다. 모두가 꿈꾸지만 극히 일부만이 은행장에 오른다. 더구나 여성 임원도 드문 보수적인 한국 금융계에서 여성 은행장 탄생은 요원한 일로 보였다. 지난해 12월 IBK기업은행장에 취임한 권선주 행장이 기대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 행장은 지점장으로 승진한 이후 ‘여성 최초 지역본부장’, ‘여성 최초 부행장’ 등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부행장으로 리스크관리본부장 및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그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1978년 입행 후 단 한 번도 출근하기 싫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료와 고객들에게 경제와 자산관리는 물론 인생 사는 법 등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첫 여성 은행장이 탄생한다면 권선주 부행장이 주인공이 될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고, 마침내 현실이 됐다.

취임 후 권 행장은 질적 성장을 중시했다. 그동안 가파르게 성장해 온 IBK기업은행이 이제는 내실을 다질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권 행장의 뜻은 실적으로 이어져 1분기 326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2575억 원보다 27.0%, 직전 분기 1687억 원보다는 93.7%가 늘어난 수치다.


내실 성장 기조가 성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권 행장님이 생각하는 내실 경영은 어떤 것입니까.
“1400만 고객의 평생 고객화를 통해 내실 성장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내실을 강화한다고 해서 성장을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속도는 늦춰지겠지만 종국에는 양과 질 모두 균형 있게 키워 나가겠다는 의미입니다. 진정한 내실이란 은행의 기본인 성장성, 건전성, 수익성 모두를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굳건히 다지는 것이며, 그 출발점은 바로 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하신 지 6개월이 지났는데, 그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어떤 걸 꼽으시겠습니까.
“지난 4월 마무리한 주식예탁증서(GDR)의 성공적 발행을 들 수 있습니다. GDR 발행은 외국인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통 주식 수 제고를 통한 주가 부양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주문 금액이 매각 물량의 약 3배에 달해 높아진 IBK기업은행의 글로벌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GDR를 성공적으로 발행함으로써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상승 등 자본 적정성을 제고하고 3조 원의 중소기업 자금 지원 여력을 확보해 중소기업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IBK기업은행은 태생적으로 중소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2014년 중소기업 자금 지원 계획이 궁금한데요.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IBK기업은행은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고 더 큰 우산으로 중소기업의 시름을 덜어 주는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올해는 전년도 계획보다 2조 원이 늘어난 40조 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미 지난 5월까지 18조4000억 원의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했습니다.”
[SPECIAL INTERVIEW] “소통과 창조 경영으로 세계적 은행으로 거듭나겠습니다”
[SPECIAL INTERVIEW] “소통과 창조 경영으로 세계적 은행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행장님이 새로 추진 중인 정책 가운데 ‘창조금융’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띕니다. 어떤 걸 하겠다는 것인지요.
“현재 IBK기업은행에서는 기술평가 역량 강화, 지식재산권(IP)금융 활성화,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창조기업 육성을 창조금융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입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부 및 관련 기관과 협력해 창조금융의 성공 모델을 만들고 이를 은행권에 확산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중소기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일조할 생각입니다.”


최근 프라이빗뱅킹(PB) 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고객으로 있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저희 PB 고객이나 다름없습니다. CEO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들까지 거래를 하기 때문에 PB 쪽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그 일환으로 올 들어 PB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고, 그 수익률도 좋습니다. 행장 취임 후 PB사업부의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수익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 PB센터는 수익률을 넘어 가문의 철학, 사회공헌까지 서비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PB 사업을 보다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아무래도 가업승계가 CEO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여겨집니다.
“가업승계에 대해서는 IBK경제연구소에서 오래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업승계, 특히 가업승계의 모범이 되고 있는 독일의 세금 제도 등을 연구해서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 내에서는 IBK컨설팅센터에서 고객 서비스를 하고 있고요. 개인의 부의 이전만큼 가업승계의 중요성이 큽니다. 사회적으로는 그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PB 서비스 전체를 3단계라고 보면 현재 2단계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장 경영’에도 열심인 것으로 들었습니다. 다녀 보니 어떻던가요.
“기업 현장을 방문해 고객님께서 전해 주시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36년 은행 생활 동안 가장 잘한 일이 고객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행장이 된 후에도 고객에게 경영의 아이디어를 얻고 에너지도 받게 되니 현장을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찾게 됩니다.”


평소에 소통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통과 협업은 창의 경영의 바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소통은 사람 간의 관계이다 보니 말보다 실천이 어려운데요.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과도 소통하려고 상당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소통엽서가 대표적입니다. 직원들과 핫라인인 소통엽서를 통해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의견을 반영하려고 합니다. 직원 중에는 행장실뿐 아니라 집으로 직접 엽서를 보내는 직원도 있습니다. 물론 카카오톡도 잘 활용하고 있고요.”


부행장 시절에는 직원들과 자주 점심을 하는 걸로 유명했는데요.
“지금도 요청하는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조직 내에 소통이 원활하면 부서 이기주의는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어제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이 사내 강의를 했는데 ‘부서별로 벽은 있어야 하지만 서로 창을 내서 얼굴 보고 문을 열어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소통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거든요.”


최근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금융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IBK기업은행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만 한다고 고객 차별화가 이루어지긴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유동성이 굉장히 풍부해졌습니다. 금리에서 차별화할 수도 있지만 고객은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보다 다양한 서비스가 따라야 하는 거죠. 저희 잡월드 서비스를 들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인재 채용입니다. IBK기업은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중소기업과 인재를 이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합니다. 윤용로 전 행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6만7000명의 인재를 연결해 줬습니다. IBK컨설팅센터에서도 저희만의 차별화된 점입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신설한 기술금융부가 IBK기업은행의 강점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요.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금융 지원을 강화할 목적으로 만든 조직입니다. 기술평가 전문 인력을 직접 채용하고, 외부 자문위원 등으로 기술평가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특허, 실용신안 등 우수 지식재산권 보유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대출 및 투자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IBK기업은행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책은행’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시장’과 ‘국책’이라는 다소 상반된 요소를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우리 스스로는 ‘특수한 시중은행’이라고 말합니다.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앞서 말한 다양한 차별화 서비스를 통해 일반 시중은행과 차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발족한 IBK통일준비위원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수한 시중은행’의 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IBK통일준비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IBK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 금융 관련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겁니다. IBK기업은행 핵심 부서장 1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통일에 대비한 장단기 경영 전략 수립과 중소기업 통일 금융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IBK경제연구소 내에 ‘IBK통일금융 전략태스크포스팀(TFT)’을 설치해 독일 통일 금융 사례연구, 통일준비 상품 개발 등 통일에 대비한 다양한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국책은행으로서 사회공헌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참! 좋은 은행’이라는 슬로건 아래 ‘나누면 나눌수록 행복해진다’라는 믿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및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홑몸노인 등 소외계층과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사업 수행으로 2013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대통령표창, 2013년 보훈문화상, 환경부장관 표창을 수상했고, 동반성장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고용노동청이 주관하는 ‘공생을 위한 사회책임경영 리더’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사회공헌은 공익재단을 통해 이뤄지나요.
“IBK기업은행은 2006년 4월 중소기업 근로자 가족의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공익재단인 ‘IBK행복나눔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약 250억 원을 출연했습니다. IBK행복나눔재단을 통해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 약 4100명에게 51억 원의 장학금과 희귀·난치성 등 중증 질환자 1300여 명에게 치료비 50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그밖에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학술·연구 활동 및 소외계층 후원 사업 등에 86억 원을 후원했습니다.”


그 외 주요 사업으로는 어떤 게 있습니까.
“무료 급식 차량인 ‘참! 좋은 사랑의 밥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 좋은 사랑의 밥차’는 3.5톤 트럭 내부에 취사 시설과 냉장·급수 설비를 설치해 1회 최대 300인분의 배식이 가능하도록 특수하게 개조한 차량으로 각종 편의 기능이 대폭 보강된 최신형 급식 차량입니다. ‘참! 좋은 사랑의 밥차’는 제주 서귀포를 시작으로 전국의 23개 지역에 순차적으로 보급돼 정기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 ‘IBK자연나누리사업’을 위한 후원금 4억 원을 전달했습니다. IBK자연나누리사업은 장애인과 홑몸노인 등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전국 21개 국립공원과 유적지 등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친환경 프로그램입니다.”


고졸 채용을 확대하면서 학벌 타파의 문화를 만든 것도 IBK기업은행의 사회공헌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졸 채용 확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지방대 출신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챙기실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듯합니다. 끝으로 행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IBK기업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최우선에 둘 것입니다. 문화콘텐츠 산업 지원, 무료 컨설팅 제공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과 동시에 창조금융 지원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단기 실적 위주의 성과보다는 IBK기업은행을 장기적으로 또 질적으로 다지는 내실 경영을 통해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은행의 건전성, 수익성, 성장성을 유지하고, 더불어 사회적 책임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모든 부분들이 균형을 이뤄 IBK기업은행을 좋은 은행으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SPECIAL INTERVIEW] “소통과 창조 경영으로 세계적 은행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담 권오준 편집장 | 정리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