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대전광역시·충청권

“중부권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다른 지역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 그대로 대전·충청권은 현재 가장 핫한 곳이다. 세종시는 물론 당진, 천안 등 충청권 지역 개발 이슈와 함께 대전의 신도시 형성 등이 맞물리면서 토지 보상으로 인한 부의 축적이 눈에 띈다. 현재는 부산·경남 및 대구·경북에 비해 부자 수와 자산 규모 면에서 밀리지만, 지금의 상승 추세대로라면 향후 반전 가능성도 점칠 수 있지 않을까.
[COVER STORY] 개발 호재로 땅 부자 급증…투자·소비 스타일은 ‘서울형’
정부세종청사 전경과 세종시의 야경.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세종시는 충청 지역의 개발 호재를 이끄는 핵심이다.
정부세종청사 전경과 세종시의 야경.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세종시는 충청 지역의 개발 호재를 이끄는 핵심이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 고속철도(KTX) 덕분에 서울과 물리적, 심리적 일일 생활권이 된 대전·충청 지역은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특히 충남 지역은 중국처럼 ‘폭풍 성장’을 하고 있는 곳으로, 그 중심에는 정부청사가 들어선 세종시와 산업단지들이 대거 형성 중인 당진시, 지하철 연장으로 인해 유입 인구가 늘어난 천안시, 그리고 세종시 등의 후광효과와 신도시 형성 이슈가 맞물린 대전 등이 있다. 이처럼 광역시 및 도내에서 골고루 개발 호재가 잇따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대전 및 충청권의 상승을 이끄는 요소다.

수치를 봐도 현재 전국에서 이 지역만큼 뜨거운 감자는 드물다. 지난 5월 말 개별공시지가를 보면 세종시는 올해 땅값이 지난해보다 16.9% 상승해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당진은 1년에 공장이 100여 개씩 몰려 골라서 유치할 정도다. 천안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천안의 아파트 값은 1년간 5.9%나 상승했다. 대전은 2012년 기준 울산에 이어 특·광역시 중 둘째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2013년 말 인구 10만 명당 벤처기업 수가 특·광역시 중 가장 많은 곳으로 조사되는 등 충청 지역 땅값 상승과 산업 발전 두 가지 효과를 모두 누리고 있다.


세종시 땅값 17% 상승
당진시 공장 증설 수 연 100개

개발로 인한 땅값 상승, 토지 보상 이슈로 인한 충청권의 신흥 부자들이 늘고 있는 반면, 대전 지역은 부자들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병·의원을 포함해 사업체를 일구면서 부를 축적한 경우와 토지 보상으로 자산가 대열에 들어선 경우가 대표적이며, 30~40대의 경우 고소득 전문직 등을 중심으로 한 맞벌이 세대와 벤처사업가 역시 신흥 부자 대열을 형성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사업으로 부를 일군 전통적인 부자들의 경우에도 부동산을 통한 부의 확대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대전 시청과 주변 전경. 대전은 최근 15년 내 상권과 부촌이 계속 이동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해 왔다. 아래는 연구소가 밀집한 대덕연구단지 전경.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대전 시청과 주변 전경. 대전은 최근 15년 내 상권과 부촌이 계속 이동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해 왔다. 아래는 연구소가 밀집한 대덕연구단지 전경.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5년 이내에 대전은 상권과 부촌이 계속 이동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해 왔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시청과 충남도청이 있었던 은행동을 시작으로 이후 지금까지도 가장 번성한 곳인 서구 둔산동, 유성구와 서구에 걸친 대규모 신도시인 도안신도시, 세종시에 인접해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노은동과 어은동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발전해 온 것. 그로 인해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고, 여기에다 대전 외곽 지역에 땅을 보유한 이들이 보상을 받으면서 기존 자산가들의 부는 더 확대됐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을 중심으로 부를 축적한 50~ 60대 이상 부자들과 신흥 젊은 부자들 사이에는 투자 패턴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임미나 하나은행 둔산지점 골드클럽 팀장은 “자산가별로 다르긴 하지만 나이가 좀 있는 분들과 초고액자산가들은 부동산을 선호하는 편으로, 특히 5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70% 이상을 부동산으로 소유하고 있다”며 “1000억 원 이상 자산을 가진 한 VVIP 고객을 예로 들면 금에 50억 원, 예금에 200억 원, 그리고 나머지를 부동산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호하는 부동산은 1순위가 상가다. 대전 지역 내 아파트 가격이 평균 3.3m²당 800만~900만 원대에 형성돼 있는데, 이는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오른 가격인 데다 현재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고, 토지 또한 세종시 등의 개발 효과로 한창 들썩이다가 지금은 잠잠한 편이라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상가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반면 상대적으로 부의 축적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어 자산 규모 또한 크지 않은 젊은 부자들은 포트폴리오에 섣불리 부동산을 추가하지 않는 대신 직간접적으로 주식투자를 활용한다. 이수완 하나대투증권 둔산지점 차장은 “자산가들은 보통 본인이 부를 축적한 기존 방법을 고수하다 보니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경험이 없는 젊은 부자들은 금융 투자 쪽에서 기회를 찾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COVER STORY] 개발 호재로 땅 부자 급증…투자·소비 스타일은 ‘서울형’
부동산을 제외하고 금융 자산 내에서의 포트폴리오를 보더라도 나이대별 성향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나이가 있는 자산가들은 안정성을 중시해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주로 투자하는데, 이마저도 65세 이상 자산가의 20% 정도만이 활용하고 있다. 나머지 80%는 대부분 예·적금에 자금을 묶어 두고 있는 상황. 그나마 절세에 대한 니즈 때문에 비과세 상품인 즉시연금 등 보험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임미나 팀장은 “5년 납을 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덩치가 큰 부동산을 팔아 100억 원씩 즉시연금에 넣어 두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면서 “지금은 비과세 기준이 2억 원으로 줄었지만 5년 이상 넣어 둘 경우 비과세가 되기 때문에 여전히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 모습. 철강산업단지 등을 배후에 둔 당진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이동 중인 부동산 개발 이슈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 모습. 철강산업단지 등을 배후에 둔 당진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이동 중인 부동산 개발 이슈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연령대가 높은 부자들이 주로 은행 거래를 통해 자산관리를 하는 반면, 젊은 자산가들은 증권사 거래를 통해 금융 자산을 관리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실제로 대전 지역에는 몇몇 은행을 중심으로 프라이빗뱅킹(PB)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증권사에는 PB 개념이 없다. 이수완 차장은 “증권사와 거래하는 젊은 자산가들도 공격적 투자보다 안정적 투자를 선호한다”며 “포트폴리오를 보면 부동산 50%를 제외하고 나머지 50% 중 ELS를 포함한 안정형 투자가 절반 이상, 주식투자에 20~30% 이상 배분하는 경우가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주식투자 등의 경우 인맥 등에 기반을 둔 지역 내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회장이 대전 지역 라이온스클럽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라이온켐텍이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대전 지역 부자들의 투자 성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지역 내 금융 관계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지역 부자들의 주요 투자처인 세종시, 당진시 등이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데다 분양가 대비 이미 2배가 상승한 도안신도시 또한 둔산의 부자들이 이동하고 외부 인구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등 부동산 하락에 대한 위험 요소가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임미나 팀장은 “중부권의 부동산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서산은 이미 많이 올랐고 당진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고, 이수완 차장 역시 “기존의 부동산을 처분하고 현금 여력이 많은 부자들이 세종시 쪽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COVER STORY] 개발 호재로 땅 부자 급증…투자·소비 스타일은 ‘서울형’
50억 원 이상 부자 자산의 70% 부동산으로 보유
지역 내 개발이 계속되면서 대전의 부촌도 자연스레 이동해 왔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3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유성구와 서구에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실제로 유성구에는 대전의 타워팰리스로 불리는 대표적 부촌인 스마트시티가 들어서 있고 서구에는 둔산동 크로바아파트를 중심으로 법조인, 의사 등 전문 직군이 포진해 있다. 그런가 하면 둔산에 이어 차세대 부촌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안신도시도 유성구와 서구에 걸쳐 있다.
현재 대전의 가장 번화가인 둔산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타임 포 월드는 명품관을 중심으로 부유층의 명품 소비가 활발하다. 또한 둔산동에는 몇몇 은행을 중심으로 PB센터가 들어서 있다.
현재 대전의 가장 번화가인 둔산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타임 포 월드는 명품관을 중심으로 부유층의 명품 소비가 활발하다. 또한 둔산동에는 몇몇 은행을 중심으로 PB센터가 들어서 있다.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 보면 부의 정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대전 엑스포공원 인근에 위치한 스마트시티는 3.3m²당 평균 1700만 원 선으로, 펜트하우스의 경우는 3.3m²당 200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대전 지역 내 A급 아파트 매매 가격이 106m² 기준 평균 3억 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초고가에 해당한다. 2008년 입주한 스마트시티는 109~344m²로 구성된 총 708세대의 작은 단지로 전세가가 매매가의 60~70% 수준이지만, 그나마도 대전 지역의 다른 A급 아파트 매매가 수준이라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으로 통한다. 실제로 도룡동 스마트시티 주변을 가보니 지역 내 다른 곳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단지 뒤로 풍부한 녹지가 펼쳐진 데다 단지 내 즐비한 고급 외제차들, 고급 상가 등이 서울 강남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스마트시티는 매물이 거의 없다”며 “대전 내에서 대체할 만한 곳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역 내 내로라하는 부자들은 모두 이곳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를 증명하듯 지하주차장은 외제차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라고.

소비 또한 백화점 등이 몰려 있는 둔산동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갤러리아 타임월드 내 명품관은 부자들의 쇼핑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대전 지역 내 백화점 매출은 2013년 기준 1조3365억 원에 달한다. 이수완 차장은 “명품관이 들어서면서 지역민들의 명품 눈높이가 높아졌고 그로 인해 소비가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고, 임미나 팀장은 “명품관이 있지만 입점한 명품 브랜드가 많지 않고 상품 라인업도 다양하지 않아 진짜 돈이 많은 ‘사모님’들은 서울에 가서 명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명품을 비롯해 소비가 활발한 부자들은 그나마 신흥 부자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외제차 수가 늘고 있는 것도 젊은 부자들을 중심으로 한 변화. 특히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자들이 리스를 활용해 한 집에 외제차를 2~3대씩 보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나이를 불문하고 해외여행 소비는 계속 증가세다. 1인당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유럽 여행 상품에도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편이라고.
대전의 타워팰리스라 불리는 도룡동 스마트시티. 넓은 부지에 7개 동이 들어서 있으며 3.3m²당 평균 가격이 1700만 원대로 독보적인 부촌을 형성하고 있다.
대전의 타워팰리스라 불리는 도룡동 스마트시티. 넓은 부지에 7개 동이 들어서 있으며 3.3m²당 평균 가격이 1700만 원대로 독보적인 부촌을 형성하고 있다.
[COVER STORY] 개발 호재로 땅 부자 급증…투자·소비 스타일은 ‘서울형’
대전=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