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해리슨 슈로더 그룹 CIO

글로벌 위기로 인한 지난 5년간의 어려움은 액티브 매니저들로 하여금 자기 탐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많은 액티브 매니저들이 자신들의 고객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너무 자주 고객의 관심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의 관심에 대해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충족시키고자 했다. 이로 인해, 우수한 기업들 및 주주수익률과 산업 전략 등이 피해를 입었다.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그동안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부분이 바뀔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숨김없이 정직한 평가가 요구된다.

문제의 핵심은 시장에서 ‘위험(risk)’에 대한 가치 평가를 잘못 판단해 왔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당장의 주가에만 집중돼 있어, 기업들의 내재가치가 간과될 때가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되는 동안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났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신자유주의 경제(neo-liberalism)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진보적인 자본주의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러 이슈들 중에 먼저 다뤄져야 할 부분은 연금저축에 투자하는 개인이든 혹은 국부펀드에 투자하는 기관이든 많은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반면 펀드매니저들의 성과 평가는 분기별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펀드매니저들이 기업의 ‘주주’가 되기보다는 주식을 잠시 빌리는 ‘대주’가 돼 상황이 어려워질 때 기업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주식 매각을 선호하게 된 이유를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투자 대상으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뒤따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포트폴리오의 글로벌화로 많은 회사들이 실질적으로는 ‘주주가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경영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할 만큼 충분한 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운용 업계 차원에서 제각각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재무 및 여러 통계 숫자를 단순히 분기 단위로 평가하는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 때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가 나타나더라도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뢰하는 기업의 경영진에는 힘을 실어 줘야 한다. 가령 투자 대상인 기업이 승리의 확률이 작은 입찰에 참여하게 되는 어려운 시기에는 보다 활발하게 지원할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대신 펀드매니저들은 투자 대상 기업과 더 자주, 덜 형식적이고, 보다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경영진이 더욱 논리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는 보수 및 성과 전략을 세우길 바라는 것은 물론, 모호한 ‘기업 강령’보다는 명확하게 정의되고 측정 가능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기를 기대할 것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장기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단지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성과를 높이는 방법일 것이라 믿는다. 이는 이미 많은 주주행동주의 펀드(activist funds)들의 성공으로 입증된 바 있다. 장기적으로 경영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참여는 기업의 가치와 위험에 대한 시장의 보다 현실적인 평가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변화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운용 업계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면, 액티브 운용은 결국 활발한 경영 참여를 의미해야 한다고 믿는다. 기업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기업, 운용사, 투자자들, 나아가서는 사회 전반에 수혜를 입힐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