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태 NH농협은행 강북PB센터장

정연태(54) NH농협은행 강북PB센터장은 정통 프라이빗뱅커(PB)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NH농협은행의 유일한 PB센터 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지워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87년 NH농협은행 입사 이후 경남과 서울 지역을 두루 거치며 VIP 고객을 관리해 온 경험과 비서실, 감사실, 검사부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경력이 바로 그의 무기다.
[Dinner with PB­­­] “위기의 농협은행 PB, ‘끈끈함’으로 되살린다”
지난 2월 강북PB센터 첫 출근 날, 정연태 NH농협은행 강북PB센터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고백했다. 그도 그럴 것이 NH농협은행의 PB센터는 현재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전국 8개 PB센터 중 단 1곳을 제외하고 7개 지점을 폐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곳이 강북PB센터다. 어쩌면 앞으로 NH농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의 미래가 정 센터장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어려운 시기에 센터장을 맡았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NH농협은행의 PB 서비스가 위기를 맞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강북PB센터의 역할에 따라 NH농협은행 PB 서비스가 확대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출근 첫날 직원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전한 각오가 있습니다. 제가 이곳의 수장으로 있는 동안 NH농협은행의 유일한 PB센터가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물론 모두가 어려운 시기지만, 오히려 지금이 PB 서비스 분야에서 NH농협은행만의 색깔을 찾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조직 운영의 원칙이 따로 있나요.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결국 회사가 즐거워야 만사가 잘 된다는 얘깁니다. 이곳에 첫 출근을 하고 보니, 지난해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PB들의 사기가 많이 꺾였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제가 대장이랍시고 ‘고객관리 잘해라’, ‘성과 높여라’라고 부담만 준다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이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PB 한 사람 한 사람과 2~3시간 넘게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걸 그들에게 말하기보다는,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많이 들으려고 했습니다. 어깨가 축 늘어져 있던 PB들이 의욕적으로 뭔가를 해 보려고 할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PB센터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무래도 올해 초까지 고객들의 이탈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PB 서비스가 어려운 이유는 고객의 매우 사적인 부분까지 공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관리하던 PB가 바뀌고, 누군가를 새로 사귀어야 하는 과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PB 고객의 이탈은 은행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 의미가 상당히 클 수밖에 없거든요. 이분들의 마음을 다시 얻어야 한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저의 가장 큰 숙제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분들의 마음을 되찾아 올 NH농협은행 PB센터만의 비법은 무엇인가요.
“사실 금융상품 개발이나 분석기술 등은 이미 금융기관마다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PB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건 결국 ‘공감’과 ‘소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고객들이 NH농협은행의 PB 서비스라고 하면 조금은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걸 극복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자신할 수 있는 건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농협은 농협다운’ 길을 가는 것이 맞다는 겁니다. 그만큼 정이 많고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는 게 NH농협은행 PB센터의 강점입니다. 앞으로도 NH농협은행 PB센터는 고객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최우선에 두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고요.”


정 센터장님의 경력을 보니, 비서실과 감사실 등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셨더라고요.
“그중 감사실 업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사는 벌을 주는 부서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감사기획을 담당하면서 여러 사고 사례를 통해 규정에 맞지 않게 업무를 추진하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지금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들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조직들이 대부분 성과와 효율성을 목표로 구성돼 있습니다. 더 많은 일을 한 사람, 더 많은 성과를 낸 사람이 높이 평가받는 게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최근 여러 금융기관들에서 불거진 문제도,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규정을 조금 무시하고 올바르게 일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 아닙니까.”


경남 거제와 통영, 서울 평화시장과 과천 등 전국을 오가며 많은 고객들을 만났을 것 같습니다. 어디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먼저 질문을 하나 드리죠. 혹시 평화시장 상인들의 자산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겉보기에는 모두들 똑같아 보이지만, 그분들 중에는 200억 원대에서 많게는 1000억대 자산가가 수두룩합니다. 그분들이 장사하는 곳이 6.6~9.9㎡짜리 상가인데, 그 외에도 보통 서울 시내에 5층짜리 빌딩을 거의 하나씩 다 갖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웬만한 분들은 서울 외곽에 물류창고를 소유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분들에게 거래 은행 계좌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분들 명함에 ‘은행 계좌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장사를 할 때 ‘신용’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계좌 번호가 한번 바뀌거나 하면 그만큼 일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일수록 최소 30년 이상 오랫동안 끈끈하게 관계를 맺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금융기관들의 높은 수신금리, 낮은 대출 금리에도 불구하고 왜 금융기관을 바꾸지 않는지 여쭤 보면 이분들 대답은 늘 같습니다. ‘신용’이 있어야 사업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겁니다. 금융기관만이 신용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도 신용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Dinner with PB­­­] “위기의 농협은행 PB, ‘끈끈함’으로 되살린다”
NH농협은행지주가 최근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죠. PB 서비스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PB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이 하나가 된다면 고객들이 필요한 종합 서비스를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기존에 NH증권이 있었지만 올 연말까지 우리투자증권과 합병을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겁니다. 금융상품 개발과 자금 운용 등 우리투자증권의 우수한 역량을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NH농협생명도 우리아비바생명과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지금까지 NH농협금융지주에는 제2금융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저축은행이 들어오면 모든 금융 서비스를 다 갖추고 종합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이 같은 변화는 아무래도 PB 서비스가 가장 직접적으로, 또 가장 먼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PB센터가 선도적인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도적인 역할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나요.
“밑그림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겠죠. 고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종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금융기관과 받을 수 없는 곳은 다르겠죠. 고객들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소통의 시작이 PB센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개인 고객에게 맞춘 보다 세밀하고 전문화된 상품 구성이 가능합니다. 고객의 필요나 선호도에 맞춰서 산업별, 지역별로 굉장히 세밀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도 가능하고요. 그만큼 고객들이 다양한 상품을 경험하고 금융 투자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고객들에게 추천하는 구체적인 투자처는 어디인가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투자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상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하이일드 채권(BBB+ 이하)이 30% 이하 들어 있는 상품입니다. 고수익을 추구하면서도 1인당 5000만 원까지 15.4%의 분리과세 혜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이 상품이 전체 공모주 물량 중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입니다. 개별적으로 공모주 청약을 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투자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로 약 7~10%의 고수익을 추구하게 됩니다. 이렇게 완벽한 상품이지만 하이일드 채권은 리스크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PB 등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금융기관과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이일드 펀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위험 부담이 크지 않나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는 공모형과 사모형이 있는데, 고객들도 ‘사모펀드’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고객들도 금융 투자나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안정적 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들 말하지만, 그래도 역시 금융 투자를 하는 가장 우선되는 목적은 수익률입니다. 다만 이 위험 부담을 관리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세심한 전략이 필요한 건 당연합니다. 이를 위해서 고객은 금융기관을 믿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NH농협은행 PB센터의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우리 고객들에게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겁니다.”



CJ푸드빌 ‘몽중헌’에서 즐기는 ‘상해진미 코스’
[Dinner with PB­­­] “위기의 농협은행 PB, ‘끈끈함’으로 되살린다”
몽중헌은 ‘꿈속의 집’이라는 의미로 딤섬 & 차이니스 퀴진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중국 남부의 광둥·후난 지역의 정통 스타일 그대로 구현한 요리를 기본으로 중국 본토 명인들이 직접 빚는 30여 가지의 딤섬과 콘지(홍콩식 죽)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몽중헌은 서울 청담점을 시작으로 안국점, 페럼타워점, 방이점까지 총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방이점은 올림픽공원과 인접한 에스타워 20층과 21층에 입점해 화려한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 레스토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올여름 신메뉴로 출시한 ‘상해진미 코스’는 상하이 지역의 대표 딤섬인 소롱포를 비롯해 전복 해파리냉채, 어향가지 볶음, 깐풍소스 민물장어, 왕새우 닭고기 고추볶음 등으로 구성됐다.



매칭 와인 스페인 와인의 진수 ‘코딜레라’
[Dinner with PB­­­] “위기의 농협은행 PB, ‘끈끈함’으로 되살린다”
코딜레라(Cordillera)는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라는 스페인 최고, 최대의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와인이다. 미구엘 토레스는 프랑스, 이탈리아에 밀려 변방 취급 받던 스페인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공헌한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2002년에 유럽의 권위 있는 와인 잡지인 디캔터(Decanter)가 미구엘 토레스의 현 소유주를 ‘올해의 인물’에 선정하기도 했고, 125주년 행사에는 현 스페인의 왕, 후안 카를로스가 참석했을 정도로 스페인 와인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코딜레라가 생산되는 곳은 칠레 안데스 산맥의 기슭에 위치한 마울레 밸리(Maule Valley)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온화한 해풍과 안데스 산맥의 찬 기운이 잘 어우러져 시라 품종을 재배하기에 이상적이다. 과일 향이 풍부하면서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생산한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요리 및 와인 협찬 CJ푸드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