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캐리어계의 양대 산맥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용품 준비에 분주할 때다. 이번에 소개할 라이벌은 하드 캐리어계의 ‘왕’이요,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알루미늄 여행 가방의 대표 브랜드인 리모와와 제로할리버튼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누나’에서 짐꾼 이승기의 캐리어는 제로할리버튼, 누나 김희애의 캐리어는 리모와였다. 그렇다! 그 어떤 캐리어보다도 도도한 외모만큼 튼튼한 체력 또한 받쳐 주는 은빛 알루미늄 캐리어라도, 그 출신은 각기 다른 법이다.


리모와 Rimowa
[RIVAL] 리모와 VS 제로할리버튼
1898년부터 독일 퀼른에서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알루미늄을 사용한 것은 1937년. 이어 1950년 항공 전용 알루미늄을 사용해 리모와 고유의 그루브 디자인으로 완성된 알루미늄 캐리어 1호가 바로 지금의 리모와를 만든 시초다. 초경량 항공 전용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의 복합 소재로 ‘수공이 곧 첨단기술’이라는 철학 아래 90단계 이상의 제조 과정과 독일 장인의 수작업으로 완성됐기에 가볍고 녹이 슬지 않는 것은 물론, 어떠한 기후변화에도 끄떡없다. 리모와는 세계 각국의 5성급 호텔에서 대부분 24시간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루프트한자나 포르쉐, 몽클레어 등의 브랜드와 협업 또한 리모와만의 특징이다.



제로할리버튼
ZERO Halliburton
[RIVAL] 리모와 VS 제로할리버튼
1938년 창립자 ‘얼 할리버튼’은 트럭 뒤에 싣고 텍사스의 유전지대를 누벼도 모래와 먼지에 견딜 수 있는 비즈니스용 가방을 만들기 위해 항공기 기술자들에게 의뢰했다. 이렇게 태어난 두 줄의 더블립 디자인의 알루미늄 캐리어는 440톤의 압력과 섭씨 537.7도 이상의 고열로 주조한 우주항공 소재인 투톤코일 알루미늄을 사용해 장인의 손을 통해 250여 가지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강철과 같은 견고함과 보다 뛰어난 내구성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007’ 시리즈, ‘인셉션’, ‘미션임파서블’ 등 각종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소품’으로 일명 007가방으로 유명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의장이 윈도 XP를 발표할 때 원본 운반 역할을 수행한 가방,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의 월석을 담아 온 가방 또한 제로할리버튼이다.


알루미늄 소재는 내용물을 지켜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자체 내구성은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 따라서 쓰면 쓸수록 상처가 많아진다. 그런데 알루미늄 케이스는 상처가 좀 나야 ‘여행 좀 했구나’ 하는 소리를 듣는다. 한 마디로 ‘알루미늄 케이스는 까져야 제 맛’이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