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전원주택의 대표 용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요구 등이 맞물려 전원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머니는 전국의 귀촌지를 찾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첫 대상으로 도시형 전원주택의 대표 격인 용인시를 찾았다.
[RURAL LIFE] 3억 원대 전원생활 부족함이 없다
전원주택을 찾는 수요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대도시 접근성과 자연환경 등 크게 두 가지다. 수도권에서 이 두 가지 조건을 대부분 충족시키는 곳으로 용인과 파주, 가평, 양평 등을 든다. 특히 용인은 쾌적한 자연환경과 함께 우수한 서울 접근성, 특히 강남으로의 뛰어난 접근성으로 오래전부터 관심을 받아 왔다.

용인시의 전원주택을 흔히 도시형 전원주택이라고 부른다. 도시형 전원주택이란 분당이나 판교, 용인처럼 의료, 쇼핑, 문화 등 도시 못지않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도시형 전원주택의 가장 큰 단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이다. 현재 분당의 택지가 3.3㎡당 1200만~1500만 원, 판교는 3.3㎡당 1500만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330㎡만 하더라도 땅값만 12억~15억 원이 넘는다. 여기에 건축비까지 합치면 최소 15억 원 이상은 있어야 진입이 가능하다.

반면 용인은 이들 신도시에 비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분당과 판교를 제외하고 전원주택지로 인기를 끌어 온 곳은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신봉동, 성복동 일대와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 대장동 일대다. 전원주택 수요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이런 곳의 땅값은 3.3㎡당 400만~500만 원으로 분당이나 판교의 3분의 1 가격이다.

용인시 기흥구 일대는 수지구에 이어 둘째로 많은 수요자들이 유입되는 곳이다. 기흥구 보라리, 고매리 일대가 대표적인 전원주택지로 3.3㎡당 땅값은 500만~ 800만 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기흥구 일대 전원주택지는 영통과 죽전 신도시, 수지지구 등의 영향으로 지가가 비싼 편이다.

1개 필지 규모는 495~660㎡로 땅값만 1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115.5~132㎡ 주택을 지을 경우 건축비가 1억5000~1억8000만 원(3.3㎡당 건축비 450만 원 가정) 든다. 땅값과 건축비를 합치면 12억 원이 드는 것이다. 주택에 따라 건축비가 3.3㎡당 5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이 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15억 원을 넘는 주택도 있다. 그럼에도 판교나 분당에서 땅을 살 돈이면 이런 곳에 주택까지 마련할 수 있어 수요자들이 꾸준하다.

판교, 분당 진입이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이 용인시 기흥구나 수지구를 찾듯, 기흥구나 수지구 진입이 버거운 수요자들이 찾는 곳이 용인시 처인구다. 용인시 처인구에서도 양지면, 원삼면, 백암면 일대가 대표적인데, 이곳은 용인에서도 자연환경이 좋아 최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자가 용인시 처인구를 찾았을 때도 이들을 겨냥해 많은 단지들이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3.3㎡당 지가는 120만~150만 원으로 적게는 3억 원에서 5억 원이면 전원주택을 가질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연령대도 넓고 직업군도 다양하다. 박철민 대정하우징 대표는 “교통 환경이 개선되면서 서울에 직장을 둔 30대부터 은퇴한 60대까지 다양한 계층이 전원주택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용인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최근 3년의 일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전원주택 수요자들이 늘고, 여기에 용인시 토지에 대한 규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실거주자들의 발길이 늘었다.

전원주택 시장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용인시 전원주택의 대부분이 대지 660㎡에 건축면적 132~165㎡였다. 토지와 주택을 합해 5억 원대의 부동산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대지와 건축면적도 줄고, 거기에 따라 전체 가격대도 3억 원 전후로 내렸다. 최근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전원주택은 대지 330㎡에 건축면적 99㎡ 이내다.
최근 전원주택 수요자들은 목조주택보다 도회적 느낌의 모던한 주택을 선호한다.
최근 전원주택 수요자들은 목조주택보다 도회적 느낌의 모던한 주택을 선호한다.
이는 아파트 시장 침체와 수요자들의 심리적 위축에서 비롯됐다. 전원주택 수요자들의 대부분이 서울 도심의 아파트 거주자들인데 시장 침체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주 수요자인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이후 소득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규모가 큰 부동산에 돈을 묻어두는 데 부담감을 느낀다. 이 때문에 용인시 전원주택 시장은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3억 원 전후의 시장과 별장 개념의 10억 원대 이상 고급 시장으로 양분되고 있다.

가격도 내려갔지만 땅 자체를 구입하는 수요자보다 전원주택 자체를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의 한 지주는 3300㎡의 대지를 매물로 내놨다 임자가 나서지 않아 2분의 1, 4분의 1, 8분의 1로 나눠서 내놨다. 그럼에도 임자가 나서지 않아 직접 건축을 하고 순차적으로 주택을 분양해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택은 목조주택부터 모던 스타일의 주택, 패시브하우스 등 다양하다. 박 대표는 “그동안은 전원주택의 80%가 목조주택이었지만 지금은 도회적인 느낌의 모던한 주택을 선호하는 수요자가 많다”고 전했다.
[RURAL LIFE] 3억 원대 전원생활 부족함이 없다

서울 사는 자식들 때문에 용인에 정착한 김석 씨

농산물 관련 자영업을 한 김석(58) 씨는 올 초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에 터를 잡았다. 사업을 하며 부산, 대전 등의 단독주택에서 살았던 그는 사업을 그만두면서 자식들이 사는 서울에서 가까운 전원주택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대전 주택이 생각보다 빨리 팔리는 바람에 한 달 반 동안 양평, 춘천, 천안, 안성, 동탄 등 안 가 본 곳이 없다. 김 씨의 경우는 주택을 구하는 데 비교적 짧은 시간이 들었다. 보통의 경우 4개월에서 길게는 3년 가까이 전원주택을 보러 다니는 수요자들도 있다. 거기에 비하면 김 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운학동에 오기 직전에는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을 봤다. 처인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대지 198㎡, 165㎡ 주택이 7억~8억 원이었다. 집값도 비싸고 도심에서 가깝다고는 하지만 번잡스러워 자신에게는 맞지 않았다.
총비용 4억5000만 원 위치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 218-9대지면적 462㎡(3.3㎡당 200만 원) 건평 125.4㎡(3.3㎡당 건축비 450만 원)건축 유형 목조주택
총비용 4억5000만 원 위치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 218-9대지면적 462㎡(3.3㎡당 200만 원) 건평 125.4㎡(3.3㎡당 건축비 450만 원)건축 유형 목조주택
보다 한적한 곳을 찾던 김 씨는 올 초 분양 중이던 운학동 전원주택 단지에 닿았다. 현재 터를 잡은 곳은 개발제한구역이라 축사나 돈사 등 수질을 오염시키는 시설은 못 들어올 뿐 아니라 혐오시설이 없어 마음에 들었다.

“도심에서 가까우면서도 전원 냄새가 물씬 풍기잖아요. 여기는 용인시에서도 공장 유치가 안 되는 거의 유일한 곳이고, 이천, 여주에 장마가 져도, 수원에 폭설이 내려도 영향이 없는 곳입니다.”

주택 단지는 전체 8개 필지로 구성됐는데, 김 씨가 분양받은 곳은 그중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다. 바로 옆으로는 운학초등학교가 있는데, 김 씨가 이곳을 선택한 데는 초등학교도 한 몫을 했다. 전교생이 100명이 안 되기 때문에 시끄럽다기보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에 활력을 얻을 때가 많다. 또한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집 앞 정원 외에 또 다른 정원을 둔 셈. 그래서 김 씨는 아예 학교 쪽으로 데크를 내고 그곳에서 자주 커피를 마신다.

현재 주택은 대지 462㎡에 건축면적이 125.4㎡다. 땅값은 3.3㎡당 200만 원, 건축비는 3.3㎡당 450만 원이 들어 총 4억5000만 원에 분양받았다. 운학동 주택지치고는 땅값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도로에 인접해 있고 인근에 대학 등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10분만 나가면 경부선,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 강남까지 자동차로 50분이면 도착한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실제 옆집에 사는 40대 부부는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 건축 유형은 목조주택을 선택했다. 목조주택의 최대 장점은 단열이 잘 된다는 점이다. 철근콘크리트는 여름에 덥지만 목조주택은 복사열을 차단하기 때문에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는 장점이 있다. 목조는 또한 습도 조절을 알아서 하기 때문에 장마철에 습기를 어느 정도 흡수한다. 또 하나, 목조주택은 자체 유연성이 있어서 진도 6의 지진이 와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주택에 산다면 관리 걱정을 많이 하는데, 어떤 주택이든 관리는 필요합니다. 쌓인 눈, 낙엽 정도는 치워야죠. 조그만 하자가 있으면 스스로 고칠 줄도 알아야 하고요. 2년에 한 번 외벽에 페인트칠도 해야 하고요. 그걸 일이라고 생각하면 성가시지만 취미로 살리면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처럼 단지에 몇 집이 살다 보면 사람마다 전공이 생깁니다. 누구는 요리사, 누구는 목수 이런 식으로요. 그런 재능을 나누는 재미 또한 남다릅니다.”

김 씨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16.5㎡ 텃밭을 가꾸는 일도, 데크를 늘리는 일도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한 일은 없다. 하지만 할수록 재미가 붙는다.

“근처에 은화삼컨트리클럽(CC)도 있고, 에버랜드, 양지파인리조트 스키밸리, 스피드웨이 등 놀거리는 정말 많아요. 지금은 하우징과 가드닝을 하는 데도 하루가 부족해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나하나 찾아봐야죠.”



아이들·부모님과 함께 2년 전 용인으로 내려온 이현미 씨
이현미 씨의 주택은 처인구 운학동 내외 운학 그로브마을에 있다. 그로브마을은 이 씨가 몸담고 있는 (주)내외건장에서 조성한 마을로 단지 면적은 3372㎡, 총 9세대로 구성돼 있다. 초기에는 세대별로 대지 534.6㎡, 건축면적 165㎡를 잡아 5억 원대로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실수요자들의 요구에 맞게 면적을 줄여 3억 원대 전후반에 분양하고 있다.
총비용 6억3000만 원 위치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 588-1대지면적 534.6㎡(3.3㎡당 150만 원·인허가비 3.3㎡당 30만 원) 건평 171.6㎡(3.3㎡당 건축비 600만 원)기타 비용 2640만 원 | 건축 유형 패시브형 하우스
총비용 6억3000만 원 위치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 588-1대지면적 534.6㎡(3.3㎡당 150만 원·인허가비 3.3㎡당 30만 원) 건평 171.6㎡(3.3㎡당 건축비 600만 원)기타 비용 2640만 원 | 건축 유형 패시브형 하우스
이 씨는 초기에 땅을 분양받아 2년 6개월 전에 주택을 완공했다. 서울 군자동 아파트에 살던 그가 이곳으로 내려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에 살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겼다. 가장 큰 게 층간소음이었다. 8시면 자는 아이들을 두고 8시 30분에 “그만 뛰라”는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알고 보니 아파트 구조상 한층 건너거나 옆집에도 소리가 전달되는 것이었다. 건강도 문제였다. 10층에 있어 전망은 좋은데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무겁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아이들도 심하지는 않지만 아토피가 있었고, 가까운 곳에 살던 부모님도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용인으로 내려왔다.

3대, 6명이 살다 보니 집은 다른 곳보다 큰 편이다. 대지 534.6㎡, 건축면적은 1, 2층을 포함해서 171.6㎡(다락방 16.5㎡ 불포함)다. 땅값은 3.3㎡당 150만 원(인허가 비용 30만 원 불포함)으로 약 2억4000만 원이 들었다. 주택은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패시브하우스로 지었다. 지열을 이용해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했고, 시스템 창호에 마감재도 고급을 썼다.

“패시브하우스 하면 돈이 별로 안 든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요. 집을 짓기 전 택지 변경을 할 때도 큰돈이 들고 상수도, 전기, 통신 등을 들이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들어요. 집 짓는데도 어떤 마감재를 쓰느냐에 따라 건축비가 3.3㎡당 500만 원은 쉽게 넘어가요. 일반 주택은 3.3㎡당 450만~500만 원이면 짓는데 저희는 태양광을 설치하면서 6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그 덕에 관리비는 덜 드는 것 같아요. 한 달 내내 보일러를 돌려도 관리비가 30만 원이 안 나오거든요.”

2012년 초 용인으로 내려온 그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편이다. 맞벌이 부부로 둘 다 직장이 서울이지만 출퇴근에 큰 불편함은 없다. 아침 7시 20분 집을 출발해 강남 신논현역에 닿으면 8시, 거기서 각자 회사로 간다. 서초IC와 양재IC에서 막히는 것을 감안해도 40분이면 신논현역에 닿는다. 한적한 시간대는 논현동 사무실에서 집까지 40분이면 충분하다. 흔히 전원생활을 생각하며 아이들 걱정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 씨는 크게 괘념치 않았다. 학교 걱정을 전혀 안 한 건 아니지만, 실제 와 보고는 걱정이 줄었다. 사는 곳은 도시가스 예정지일 정도로 시내 접근성이 뛰어나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시골 학교임에도 통학버스도 있고, 방과 후 프로그램도 잘 돼 있다. 이곳으로 내려온 후 아이들의 아토피도 사라졌다.

건강이 좋아진 건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이곳으로 오기 전 연로한 부모님이 걱정됐다. 사고가 나면 바로 대처하기 어려울 거란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근처에 세브란스병원, 다보스병원 등도 있고, 분당 백병원도 30분이면 도착해 그런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부모님이 모두 70대이신데 이곳으로 온 후 활동량도 많아지셨어요. 텃밭 가꾸고 봄에는 나물 캐고, 가을에는 밤 주우러 다니느라 봄부터 가을까지 굉장히 바쁘세요. 그 덕에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어머니가 기관지가 약해서 감기 걸리면 한 달 내내 고생하시고, 장도 안 좋았는데, 여기 오고 1년 반 만에 그런 증상이 사라졌어요.”

단독주택에 사는 데 따른 불편함은 그리 크지 않다. 아파트에 살 때는 문제가 있으면 관리실에 먼저 연락했지만 지금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 정도. 물이 안 나오면 관리실이 아니라 상수도관리소에 전화하고, 보일러에 이상이 있으면 수리점에 문의해서 직접 해결한다.

“심심하면 경안천 산책을 많이 가요. 가보면 고둥이며 미꾸라지며 볼 게 많아요. 등산로도 많아서 산책하다 보면 1, 2시간이 금방 가요. 얼마 전에는 아이들 데리고 용인농촌테마파크에 갔는데 시설이 정말 잘 돼 있더라고요. 입장료도 무료고. 차로 30분 반경 내에 박물관 등 가볼 만한 곳이 많은데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가볼 생각이에요.”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