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항상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관심을 가져 왔다. 사회경제적 변화의 배경을 이해해야 주식시장을 지배할 테마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략 1990년대 이후의 테마를 5년 간격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0년 초반 이후 한국 내수 업종 성장,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 수출 호조, 2004~2005년까지 정책 효과로 인한 한국 내수산업 성장,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중국 고성장에 따른 한국 산업재 부상, 2008년 이후는 미국 제조업 경쟁력 부활과 중국 성장성 둔화가 그것이다. 각 구간에서의 테마는 각 산업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주면서, 개별 기업 수준까지 영향력을 미친 결과 실적은 물론 주가 변동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

가까이 보면, 2013~2014년은 경제사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 시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질 것만 같았던 미국 제조업이 호황에 가까운 업황 호조를 경험했고,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중국이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출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새로운 에너지원인 셰일가스와 오일 개발을 통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결과, 미국 제조업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강화됐다. 또한 최근 미국 노조 조직률이 100년 최저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고, 단위노동비용 상승 폭이 억제되는 등 고용 시장 여건도 기업가에게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중국 역시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대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 제조업 구조조정 목표임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성공 후의 산업계 판도 변화는 한국에 있어 잠재적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주식시장의 관점을 벗어나서 경제 전체적으로 봐도 향후 4~5년 동안의 대내외적 변화는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가 주변 국가들의 양적 성장 국면에서 습관적으로 누려 왔던 수혜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더 이상 수요자로서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로의 성격이 더 강해진다는 점이다.

역사적 변화의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수출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중국 등 신흥국 수출에 있어서 중간재 위주의 수출 구조를 소비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의 양적 성장에 의존한 중간재 위주의 수출 구조로는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중국과의 경쟁 관계를 피해 가면서, 중국의 내수 확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비재 수출 확대가 필요할 것이다.

장기적인 주식시장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들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먼저 미국,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제조 업종 기업이 투자 대안이다. 또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소비재 수출기업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와 함께, 내수 서비스 업종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매력이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내수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은 한국의 특성상, 정책적으로나 자생적으로나 내수 서비스 산업의 성장 여력은 높아 보인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각 구간에서 자산시장 간 수익률 격차는 물론 자산시장 내 개별 업종(종목) 간에도 의미 있는 수익률 차이가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만 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중국 및 신흥국(BRICs) 고성장 국면에서 신흥국 주식과 원자재(commodity) 수익률이 견조했다. 최근 2~3년간을 보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주식이 선전한 반면, 신흥국 주식과 원자재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구재상 케이클라비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