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용 우리관리주식회사 대표이사 회장

우리관리주식회사(이하 우리관리)는 공동주택관리 업계 1위 업체다. 삼성물산 출신의 노병용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우리관리를 설립한 후 전문화와 차별화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 왔다. 최근 일본 레오팔레스21과 합작으로 우리레오PMC를 설립하고 주택임대관리업에 뛰어든 그에게 주택 시장의 미래를 들었다.
[Realty Interview] “주택 공급 경기 흐름에 민감 주택임대관리는 안정적 사업 모델”
우리관리는 국내 공동주택관리 업계 1위로 현재 700여 사업장에서 40만 세대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 노병용 회장은 건축사 출신으로 삼성물산 상품개발팀장, 씨브이네트 부사장을 거쳐 2001년 우리관리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한일주택관리와 신성관리, 현대종합관리 등 관리업체 3곳을 합병하며 업계 1위로 관리업에 진출했다.

전문화와 차별화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 온 그는 2002년 일본 주택임대관리업체인 레오팔레스21과 합작으로 우리레오PMC를 설립하며 국내 최초로 주택임대관리업에 뛰어들었다. 레오팔레스21은 연매출 6000억 엔이 넘는 일본의 대표적인 주택임대관리업체로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공동주택관리업의 선진화와 주택임대관리업 도입이라는 현안을 놓고 고심 중인 노 회장을 안양 본사에서 만났다.


삼성물산의 주택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시다 주택관리업에 뛰어드셨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해서 5년 넘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했습니다. 귀국해서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 있다 본사 주택공사팀에서 일했어요. 당시는 분당, 일산 등 신도시를 건설하던 때라 주택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았어요. 그러던 중 1993년 일본 대성건설에 파견 근무를 나가게 됐고, 그게 계기가 돼서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대학원에서 경영관리연구학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그때 일본을 보면서 주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많이 달랐을 텐데요.
“한국은 미분양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과열된 상황이었습니다. 청약 경쟁률이 100대1, 200대1에 이를 때였으니까요. 반면 일본은 주택 보급률도 높고 시장이 성숙한 상태였죠. 한국 주택 시장도 언젠가 성숙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그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됐죠.”


일본 주택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던가요.
“한국은 건설회사 중심이지만 일본은 디벨로퍼(부동산개발회사) 중심이더군요. 일본에서는 건설회사 브랜드로 공급하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 일본의 공동주택을 맨션이라고 부르는데 개발 주체가 디벨로퍼예요. 지난주에도 오사카를 다녀왔는데 철도나 백화점 이름이 모두 디벨로퍼 브랜드더군요.”


일본 관계자들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던가요.
“부동산을 보는 시각이 우리와 달랐습니다. 100대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은 매몰 비용이라고 여기더군요. 100대1보다 2대1이 더 큰 이익을 낸다는 거죠. 로열층에 대한 인식도 달라서 최고층을 로열층이라고 보더군요. 당시만 해도 한국은 건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맨 꼭대기 층은 기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관리였습니다. 대부분의 디벨로퍼들이 관리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더군요.”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네요.
“저도 그게 의아했어요. 그런데 그들 생각은 달랐습니다. 건설은 도면대로, 스펙대로 경쟁을 붙여서 싸게 하면 되지만 관리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디벨로퍼의 경쟁력은 관리에서 생기는 노하우를 기획이나 설계에 반영할 때 나온다는 거였어요. 그 말이 저에게 크게 와 닿았습니다.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서라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주택 공급은 경기 흐름에 민감하지만 관리는 재고 주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죠.”


한국에서는 전문화된 관리업체가 없었을 텐데요. 그때부터 주택관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거군요.
“그 얘기를 듣고 삼성물산이 지은 아파트는 누가 관리하는지 궁금하더군요. 일본에서는 건설은 아웃소싱을 하지만 관리는 계열사를 통해 직접 하거든요. 건설 현장에도 시행사, 시공사와 함께 관리회사를 표시하고 있고요. 그때 만난 일본인이 자동차와 호텔, 두 가지 예를 들었어요. 자동차를 구입한 고객도 음악회 초대 등 관리를 하는데, 거래 규모가 훨씬 큰 주택이 고객 관리를 안 하면 되겠느냐더군요. 아무리 건물을 잘 지어도 서비스가 따라주지 않으면 특급 호텔이 될 수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삼성 래미안도 거기에 걸맞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자주 하고 다녔습니다.”


한국 상황에서 일본 모델을 받아들이기 쉽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으니까요.
“건설사에서 상품개발팀이나 마케팅팀이 생긴 게 외환위기 이후였으니까요. 저만 해도 청약에서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모델하우스에 가면 경비들이 10m 대나무를 휘두르며 앉으라고 할 정도로 고객 대접을 못 받을 때였습니다. 그런 시기에 상품개발팀을 맡았습니다. 그때가 삼성물산이 넘버원 디벨로퍼를 선언할 때였습니다. 한편으로는 하자보수 하는 직원을 일본으로 보내 주택관리업에 대한 연수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업성이 안 나온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Realty Interview] “주택 공급 경기 흐름에 민감 주택임대관리는 안정적 사업 모델”
그러다 씨브이네트로 옮기신 건가요.
“인터넷, 정보기술(IT) 붐의 영향으로 삼성물산도 당시 현명관 회장이 벤처지주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할 때였습니다. 당시 제가 사이버빌리지라는 콘셉트를 제안했는데,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그 콘셉트로 분사한 회사가 씨브이네트(CVnet·Cyber Village Network)였습니다. 삼성물산 자회사로 출범해 온·오프라인 관리를 함께 했습니다. 2000년 5월 씨브이네트가 설립되면서 부사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조직이다 보니 모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막상 주택관리를 해 보니까 국내 업체들이 너무 영세하고 전문성도 떨어졌습니다. 그런 현실을 보면서 직접 관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립부터 업계 1위로 시작하셨죠.
“2001~2002년 사이 기존 관리회사 3곳을 인수해서 합병했습니다. 업계 1위를 만들고 시작한 거죠. 기존 주택관리업체들은 본사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합니다. 규모의 경제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위라는 타이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덕에 본사에 법무, 노무, 기술, 회계 등 담당자를 두고 종합적인 관리가 가능했습니다. 다른 곳은 아직도 본사에 영업하는 분들밖에 없습니다.”


일정 부분 개선되기는 했지만 주택관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게 현실입니다.
“세월에 비해 관심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일본만 해도 맨션만 관리하는 회사 중 상장된 회사만 두 곳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세대가 800만 호가 넘고 일본의 맨션이 600만 호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미성숙한 부분이죠. 아직은 한국에서 주택관리업체가 전문 회사로 발전하는 데 제약이 많은 듯합니다.”
[Realty Interview] “주택 공급 경기 흐름에 민감 주택임대관리는 안정적 사업 모델”
우리레오PMC의 출범은 우리관리의 또 다른 도전입니다. 주택임대관리업 진출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저희 서비스가 협의로는 아파트 공용면적에 대한 관리입니다. 그 범위를 넓혀서 세대 내 관리까지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대 내에 필요한 물품을 공동으로 구매하고 설치해 주는 게 일례가 되겠죠. 주택관리가 시설관리(Facility Management)라면 주택임대관리는 부동산 자산관리(Property Management) 영역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접근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바뀌고,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주택임대관리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최근 관련법도 마련됐고요. 주택임대관리업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일본은 땅주인이 레오팔레스21과 같은 회사와 함께 부동산을 개발한 후 장기간 관리를 맡깁니다. 주택임대관리 과정에서 인테리어 등 부대 서비스도 창출되고 있고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큰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 덤비기는 어렵습니다. 저희 같은 전문화된 회사에 적합한 거죠.”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