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인기를 끌던 롱쇼트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에 ‘과열 경고등’이 켜지면서 대안 상품을 찾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프라이빗뱅커(PB)들은 전환사채펀드, 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추천하고 있다.
[Fund issue] 틈새 찾는 고액자산가들 농산물 ETF·CB·EB에 몰린다
최근 고액자산가들이 국내 롱쇼트펀드, ELS가 아닌 ‘대안 상품’을 찾고 있다. 지난해부터 약 2조5000억 원이 몰린 롱쇼트펀드엔 ‘과열 경고등’이 켜졌고 연 8~10%대 수익을 준다던 ELS는 2011년 발행된 종목형을 중심으로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 지역 증권사 PB들에게 ‘분산투자를 할 만한 금융투자상품’을 추천받았다. 전환사채펀드, 농산물 ETF 등 다양한 상품이 추천 목록에 포함됐다.


전환사채펀드, 연 6% 수익률 기대
요즘 고액자산가들의 필수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펀드는 ‘전환사채펀드’다.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4월(13일 기준)까지 국내 공모형 전환사채펀드에 총 963억 원의 투자 자금이 들어왔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같은 기간 2조5619억 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별 상품 중에선 ‘JP모간글로벌전환사채(채권혼합-재간접형)A’의 설정액이 같은 기간 581억 원 늘었다. ‘도이치DWS글로벌전환사채(채권혼합-재간접형)클래스A’에도 243억 원이 들어왔다. 이들 펀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이 발행한 신용등급 ‘BBB-’ 이상 CB와 EB 등에 주로 투자한다.

인기 이유는 연 6%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공모형 전환사채펀드 6종은 최근 3년간 연 5.5~6.5%의 수익을 냈다. 올 들어 4월 13일까지 수익률도 2.82~3.28%다.

전환사채펀드의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일단 펀드매니저가 우량하다고 판단한 CB, EB 등을 선정하고 투자한다. 펀드매니저의 예상대로 채권 발행사의 주가가 오르면 사전에 정해진 전환가격(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때 지급해야 하는 돈)을 주고 주식으로 바꿔 판다. 예를 들어 전환가격이 3000원인데 주가가 6000원까지 올랐으면 주식으로 전환해 팔아 3000원의 이익을 내는 식이다. 발행사 주가가 오르면 채권 유통시장에서 전환사채 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에 채권을 그냥 팔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채권을 보유해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실시하면서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에겐 부정적인 뉴스다. 그러나 전환사채펀드는 걱정은커녕 혜택을 볼 수 있다. 김규범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마스터PB(부장)는 “금리가 상승하면 일반적인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반면, CB 등은 주식으로 바꿀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투자자는 자산의 20~30% 정도, 일반 성향의 자산가는 자산의 10%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사모 메자닌펀드를 검토해 볼 만하다. KTB자산운용 등 운용사들은 강남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중심으로 ‘사모 메자닌펀드’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사모 메자닌펀드는 선진국 CB에 주로 투자하는 공모형과 달리 국내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주로 투자한다. 위험성은 공모 상품보다 높지만 연 8%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원금 손실 가능성은 있다. 채권 발행사들이 망했을 경우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1개 종목의 펀드 내 비중은 7~15% 정도로, 한 회사가 망해도 펀드 전체에 미치는 손실은 2.5~5% 수준”이라며 “우량 중소형사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 오른다…관련 ETF 투자 급증
발 빠른 투자자들은 농산물 ETF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의 건조한 날씨와 세계 4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정정 불안 등으로 올해 밀, 콩 등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다. 4월(13일 기준)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12.6% 올랐고 국제 옥수수 가격도 18.5% 상승했다.
[Fund issue] 틈새 찾는 고액자산가들 농산물 ETF·CB·EB에 몰린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농산물 ETF 중에선 ‘타이거 농산물선물(H)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가 활발하다. 4월(13일 기준) 하루 평균 거래량은 1만4000주 수준이다. 지난 1월 하루 평균 거래량(5232주) 대비 160% 이상 늘었다. 이 상품의 수익률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밀, 콩 등의 선물가격 지수인 ‘S&P GSCI Agriculture Ehanced Index’의 가격 변화에 따라 결정된다.

일부 고액자산가들은 종합소득과세 대상이 아닌 해외 증시 상장 농산물 ETF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류정아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미국 원자재 ETF 전문 운용사인 ‘테크리움’의 밀과 콩 ETF를 1억 원 정도씩 매수해 놓고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원자재 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출시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등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나은 신흥국 주식도 강남 고액자산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금융투자상품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국내 투자자들의 인도네시아 주식 직접투자 금액은 119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억 원 늘었다.

미국 테이퍼링 우려로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이 지난해 하반기 16.67% 떨어졌지만 올 들어선 15% 이상 반등하며 안정세를 되찾고 있어서다. 경제지표도 개선 중이다. 인도네시아 2월 무역수지가 7억9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흑자로 돌아서고 3월 물가상승률도 7.32%로 2월(7.75%) 대비 낮아졌다. 신한금융투자 서울 강남 지역의 한 PB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최근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신흥국에 대해선 일부 고액자산가들이 직접 주식을 사고 있다”며 “신흥 아시아 국가 투자 비중이 높은 공모 펀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은행들의 신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도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공상은행이나 농업은행 등 특정 중국 은행이 만기(3개월) 내 부도가 나지 않으면 연 3~4%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하나대투증권 서울 강남 지역 지점의 한 PB는 “지난달 총 300억 원 규모의 중국 은행 신용 연계 DLS나 DLF(DLS에 투자하는 펀드)가 팔려 나갔다”며 “지난 1분기에 커진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사그라지면서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의 하이일드채권(신용등급 이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이다. 하이일드채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로 투자 등급 이상의 채권보다 연 1.5~3% 정도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황정수 한국경제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