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투자의 정석

우리는 신유목 시대에 살고 있다. 흔히, 노매드(nomad) 정신이라고 하는 신유목 시대의 속성은 ‘신속성’과 ‘이동성’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빠르게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에 따라서 투자 습관도 바뀌어야 한다.
[GOLF&INVEST] 강력한 엉덩이가 ‘이기는 습관’ 만든다
“좋은 종목 잘 골라서 시장 흐름에 흔들리지 말고 이 악물고 끝까지 버텨라.” 투자를 할 때 흔히 듣는 말이다. 투자 종목 발굴은 머리와 발품으로 열심히 찾아내고 한번 결정하면 엉덩이로 꾹 눌러 놓고 뭉개고 있으라는 말이다. 어떤 사람은 농담 삼아 “해외 나가거나 감방에 갔다 오라”고도 한다.

필자는 장기 투자와 집중 투자가 현명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집중 투자는 잘못된 선택에 따른 위험이 있고, 장기 투자는 변화가 빠른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량주 장기 투자’라는 표현은 개발 시대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주도주 교체 매매’가 맞을 듯하다.

우량주와 주도주는 분명 다르다. 우량주는 보통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LG화학같이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는 대표적인 대형 기업을 일컫는다. 주도주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대형주든, 중소형주든 상관없다. 중국이 성장할 때는 조선, 철강, 화학이 주도주였지만, 삼성전자는 별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애인이나 가족보다 중요한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삼성전자가 주도주가 됐지만 그 기간이 너무 짧아졌다. 불과 6~7개월이 지나지 않아 주도주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주도주로 부상했다. 엄청난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주가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6~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2배 가까운 수익이 났다.

중소형주에도 주도주가 많다. 삼립식품은 2년 만에 7배가 올랐다. 보톡스로 유명한 메디톡스는 2년 만에 거의 10배가 올랐고 갱년기 치료제를 만드는 내추럴엔도텍은 4개월 만에 2배가 올랐다. 하림 계열의 팜스코도 4개월 만에 2배, 유전자 분석업체인 마크로젠도 4개월 만에 2배 올랐다. 최근에는 보안, 사물 인터넷, ‘별그대’ 엔터주 등이 순식간에 2배가 올랐다.

필자의 고객 가운데 연세가 많은 분들이 좀 있다. 매일 아침 사우나에서 만나면 “삼성전자 어떻게 될 것 같아?” 등 우량주 이야기뿐이다. 당신들이 살아온 환경에서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우량주의 함정’에서 빨리 벗어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량주만을 고집하는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고 만다. 생각해 보자. 수익이라는 싹이 나지 않는 우량주가 주식투자를 하는 우리에게 과연 좋은 회사일까.


주도주 매매 교체만 잘 해도 복리효과 거둬
필자가 앞서 말한 종목들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매도는 했지만 반신반의해서 오래 가지고 있지 못해서 크게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걸 나이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감각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지혜가 생길 것인데 아직도 구시대적인 생각에 젖어 엉덩이가 너무 무겁다. 시대에 맞는 주식을 급소에서 잡았다면 6~7개월만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야지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되는 시대다. 주도주 교체 매매만 잘 해도 복리에 복리의 수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주식투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엉덩이 철학’이다. 기민하고 명석한 두뇌와 적당한 엉덩이, 그리고 허리의 유연성처럼 조금은 유연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것을 ‘노매드 트레이딩(nomad trading)’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주식도 인생이다. 태어남이 있고 자람이 있고 죽음이 있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이기 때문이다.

골프 이야기를 해 보자.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하체가 견고해야 한다. 엉덩이와 허벅지 장딴지로 연결되는 하체가 견고해야만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샷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머리와 상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머리는 판단을 하고, 손과 팔, 어깨로 이어지는 상체는 골프채를 다루는 핵심적인 연결점이기에 중요하다. 아무리 하체가 견고해도 허리가 유연하지 못하거나 손목과 팔, 어깨의 큰 근육을 발달시키지 못한다면 강력하게 골프채를 휘두를 수 없다. 굳이 상체와 하체 중 어디가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그래도 하체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체의 움직임을 하체가 견고하게 받쳐 주지 못한다면 원하는 샷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유연한 허리 만들어야
골프에서 고수가 되려면 장타는 기본이다. 골프는 장타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장타자는 페어웨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남은 거리가 짧기 때문에 짧은 클럽으로 공을 핀에 붙일 수 있어서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누구나 장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다. 거리는 골프채의 무게와 스피드에 비례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E=MC2)을 원용해 보면 스피드의 제곱에 비례하니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두 개의 요소는 서로 상반된다. 무게가 무거우면 스피드가 떨어지게 돼 있다. 따라서 두 가지를 모두 극복하기 위해서는 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운동선수들이 헬스로 체력을 기르는 것은 기본이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하지 않는 아마추어들이 거리 타령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견고하고 튼튼한 하체는 기본이다. 박세리의 하체를 보라. 엉덩이와 허벅지 장딴지로 연결되는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허리다. 허리는 유연성이다. 투자로 보면 주도주를 적당한 시기에 교체할 수 있는 유연성이다. 허리가 유연하지 못하다면 상체를 빠르게 회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체는 큰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어깨와 가슴으로 연결되는 등 쪽 큰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가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친구들보다 30m씩 거리가 더 나가는 것은 인라인스케이트와 스키로 단련된 단단한 하체와 역기와 철봉으로 만들어진 어깨의 큰 근육, 그리고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유연한 허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비록 좀 무겁게 피팅된 골프채도 가볍게 느껴져서 마치 검도 선수가 볏짚을 단칼에 베어 버리듯 거침없이 빠른 스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골프도 결국은 엉덩이가 중요하다. 특히, 골반 부위는 척추와 연결시켜 주는 부위라서 잘 관리해야 한다. 골프는 몸과 골프채의 회전운동을 공의 직선운동으로 바꿔 주는 운동이기에 수없는 회전이 이 부분에서 일어난다. 근육과 뼈에 무리가 올 수 있기에 프로 선수한테는 중요한 부위임을 알 수 있다. 허리의 꼬임과 풀림을 감당할 수 있는 강력한 용수철을 엉덩이가 품고 있어야 한다. 샷을 하기 전 어드레스를 취했을 때의 편안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흔히들 멘탈이라고 하는데, 마음의 편안함은 평소 단련된 체력과 상황별로 진행해 온 실전 같은 연습량에도 비례하지만 그저 편안하고 듬직한 엉덩이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돈은 뜨겁게 사랑하되 차갑게 다루라고 했다. 뜨거운 가슴으로 열정을 품고 사랑하되 머리로는 냉정하게 명령을 해야 한다. “엉덩이를 적당히 잘 붙이고 있으라”고. 골프도 그렇다. 명석한 두뇌로 상황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되 아무리 빠른 회전도 견뎌 낼 수 있을 만큼 듬직한 엉덩이가 필요하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견고함 속에서도 유연함을 잃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되 실전에서는 생각의 진공 상태에서 근육이 기억하고 있는 좋은 스윙의 습관들이 생활의 습관이 되고 투자의 습관이 된다.


도덕재 한국투자증권 상무·WPGA 티칭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