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식 (주)멕텍 대표이사

영업맨 출신의 정경식(53) 멕텍 대표는 인적 네트워크를 위해 30대 초반 골프를 시작했다.
20년 구력을 자랑하는 정 대표의 특기는 300야드에 달하는 드라이버.
은퇴 후 골프연습장을 경영하며 티칭 프로로 나서는 게 꿈인 정 대표의 골프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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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텍은 한국전력공사 2차 벤더사다. 전력 기기용 메커니즘과 주변 부품을 생산하는 멕텍의 정경식 대표는 영업맨 출신으로 2006년 회사를 설립했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혼마골프 아마추어팀에 소속될 정도로 골프 고수다.

정 대표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영업 현장을 누비던 30대 초반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영업을 했지만, 그 관계가 오래가지 못하는 데 아쉬움이 따랐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골프였다.

“술이나 유흥으로 만난 분들은 그때뿐이거든요. 관계가 이어지지가 않았아요. 그런데 골프를 함께 한 분들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더군요. 골프에 룰이 있듯이 사람 만나는 데도 룰이 있거든요. 그걸 알게 된 거죠.”

골프 전에도 운동을 좋아해 스쿼시, 수영, 헬스, 볼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다니던 피트니스센터에 마침 골프장이 있어 크게 망설이지 않고 레슨을 시작했다. 1994년의 일이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자세였다. 폼이 좋으면 공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는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레슨을 시작한 후 틈나는 대로 골프채를 휘둘렀다. 아침저녁 틈나는 대로 연습장을 찾았다. 그는 2년 전 레슨을 그만둘 때까지 18년 동안 레슨을 쉬어 본 적이 없다. 그뿐이 아니다. 자동차에 100개 정도의 볼과 웨지 등을 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공을 날렸다. 잔디가 눈에 띄면 내려서 웨지 샷을 연습했고, 황토가 있으면 맨땅에서 볼을 쳤다.

머리를 올린 건 실내연습장에서 6개월을 갈고 닦은 후였다. 청주컨트리클럽(CC)이었는데, 친구와 레슨 프로 이렇게 셋이서 라운딩에 나섰다. 첫 홀, 레슨 프로의 드라이버 샷이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레슨 프로에게 라운딩에 앞서 “티샷을 할 때는 조용해야 한다”는 주의를 들은 터라 소리 내 웃지도 못하고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다음으로 티 그라운드에 오른 친구의 샷은 아웃오브바운드(OB)가 났다. 그도 첫 홀에서 보기 좋게 슬라이스가 났다. 결과는 138타.

첫술에 배부르기 쉽지 않다는 걸 몸으로 느낀 그는 다시 연습에 매진했다. 이듬해 겨울에는 필리핀 마닐라로 전지훈련을 가기도 했다. 그 후 겨울이면 필리핀, 중국, 일본 등으로 원정을 다녔다. 초기에는 원정을 가면 하루 36홀을 돌았다. 하지만 오후 라운딩은 집중이 안 돼 아침 일찍 라운딩을 하고 오후에는 관광을 했다. 라운딩을 할 때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웨지 중 하나만 쓴다. 아이언을 연습할 때는 티샷도 아이언으로 한다.

“지금은 한 번만 싱글을 해도 싱글로 인정해 주는데, 그때는 레슨 프로가 연속 3번 싱글을 쳐야 싱글로 인정해 주겠다는 겁니다. 다행히 첫날 78타, 일주일 후 79타, 다시 일주일 후 76타를 쳐서 싱글로 인정을 받았죠. 그때 운이 좋아서 165야드 타3홀에서 7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하기도 했어요. 그 뒤 아직까지 홀인원을 한 번도 못했네요.”


“18년간 레슨 쉬어 본 적 없어”
싱글 대열에 합류한 후에도 레슨을 받았던 정 대표는 점차 한계를 느끼고, 책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았다. 퍼터, 아이언, 드라이버 등 세부적으로 나눠진 교본을 복사해 틈나는 대로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그립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그립을 단단히 잡으려고 하지만, 달걀을 쥐는 기분으로 그립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았다. 가볍게 그립을 잡고 오른쪽 어깨로 백스윙을 하면서 거리와 방향을 맞추어야 한다. 아이언이나 드라이버는 왼쪽 어깨를 미는 기분으로 하지만 퍼팅은 오른쪽이 기준이 돼서 거리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체계적인 레슨을 접하면서 그는 나이가 들면 실내연습장을 차려서 레슨을 하며 노후를 보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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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늘자 누가 잘 친다는 소리를 들으면 승부욕이 불끈 일었고, 프로들과 붙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2006년 실제 프로들과 시합을 벌였다. 은화삼CC였는데, 1년치 레슨비를 걸고 시합을 했다. 그 결과 이븐을 기록한 그가 1타 차로 레슨 프로를 이겨 1년치 레슨을 공짜로 받았다.

그 즈음 그는 골프 인생의 절정을 맛봤다. 레슨 프로를 이겼을 뿐 아니라 우정힐스CC VIP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앞서 남촌CC에서도 두 해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거칠 것이 없었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자기밖에 없다는 생각에 교만에 빠진 것이다. 몇 년 동안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골프가 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 입스(Yips)가 찾아온 것이다. 입스는 퍼트를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를 가리킨다. 너무 강한 승부욕과 심리적 긴박감이 피로와 겹쳤을 때 잘 나타나고 남을 의식하는 경우에 더 심해진다.

“골프와 사업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집 팔아서 은행 대출을 갚아야 할 정도로 힘든 적도 있었거든요. 그 단계를 지나니까 사업이 제 궤도에 올라오더라고요. 골프도 그런 힘든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2009년 입스가 왔는데, 제가 보는 방향과 가려는 방향이 달라요. 퍼터뿐 아니라 드라이버도 그래요. 골프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바뀐 레슨 프로도 입스 경험을 가진 분이었는데 그분이 조언을 많이 해 줬어요. 그 덕에 입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생애 최저타는 5언더
입스에서 벗어난 후 정 대표의 골프 인생은 다시 봄을 맞았다. 이듬해인 2010년 안산 제일CC에서는 생애 최저 타인 5언더를 기록했다. 그는 첫 홀에서 파를 하면 나머지 홀도 잘 되는 반면, 첫 홀에서 보기를 하면 세 번째 홀까지 보기를 하는 징크스가 있다. 그래서 어느 홀보다 첫 홀에 집중을 하는 편인데 그날은 첫 홀에서 칩인 버디를 낚았다. 거기서 얻은 자신감 덕에 드라이버도 잘 맞았다.

드라이버는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55~260야드지만, 잘 맞으며 295야드까지 나간다. 그날이 그랬다. 295야드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평균 이상의 비거리가 났다. 그 덕에 라이프 베스트를 기록할 수 있었다.

“흔히들 ‘드라이버는 쇼, 퍼터는 돈’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연습장에 가면 퍼트 연습부터 30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집중력이 생기거든요. 그런 다음 웨지, 아이언 순으로 연습을 해요. 우드와 드라이버는 10~15개 정도만 때립니다. 드라이버보다 우드를 먼저 잡는데 우드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 뒤에 8번이나 9번 아이언으로 마무리를 하고요.”

올해 53세인 그는 아직 실력을 더 가다듬고 싶다. 프로들과 가끔 내기 골프를 하는데, 지금도 잘 안 맞으면 연습장으로 직행한다. 스스로 자극이 되기 위해 그날 안 된 부분을 해결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한다. 퍼트가 안 되면 퍼트 잘하는 프로, 웨지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분야 전문 프로를 찾아가 레슨을 받는 식이다.

“가끔 대회도 나가지만 지금은 골프보다 사업이 더 재밌어요. 사업에 더 집중할 때이기도 하고요. 나중에 사업에서 은퇴하면 실내연습장을 차려서 레슨도 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어요. 인생 2막을 골프와 함께 하는 거죠.”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