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다음 목표는 뭘까. 시장에선 금융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은 서비스업의 일부로서 사업 범위가 넓고 수익성도 높을 뿐 아니라 시장규모도 대단히 크다. 최근 중국에서 알리바바 등 인터넷업체들이 출시하고 있는 인터넷 금융상품들이 인터넷과 금융을 연결하고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IN CHINA] 87조 원 모은 알리바바 펀드 ‘위어바오’로 본 인터넷 금융시장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재테크 펀드 상품 위어바오(餘額寶)는 지난해 6월 출시된 이래 연말 펀드 규모가 2500억 위안(45조 원)까지 늘더니 그 후 속도가 더 붙어서 이젠 5000억 위안(87조 원)을 넘고 있다. 단일 펀드 규모로는 시장점유율 10%로 중국 최대이고 머니마켓펀드(MMF)로는 세계 3위 수준이다. 가입자 수도 놀랍다. 최근 보름 만에 2000만 명이 늘어나 가입자가 이미 8100만을 초과, 중국 내 주식 투자자보다 많다고 하니 가히 경이적이다.


높은 수익성과 편의성이 급신장 배경
도대체 이처럼 빨리 늘어난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경쟁 상품보다 확실하게 높은 수익률을 첫째 이유로 꼽는다. 위어바오가 제시한 수익률은 최근 다소 떨어지곤 있지만 5~6% 수준. 은행 정기예금 같은 경쟁 상품 금리의 두 배나 되니 투자자가 열광하는 게 당연한 셈이다. 물론 여기엔 작년 5월 이후 그림자금융 때문에 중국 단기금리가 급등해서 단기자금 운용 여건이 좋아진 점, 또 그럼에도 은행과 증권 등이 상품 개발을 게을리 한 점 등도 한몫하고 있다. 둘째, 위어바오가 갖고 있는 상품 편의성이다. 우선 수많은 개인투자자에게 특히 폐쇄적인 중국 금융시장에서 가입자가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위어바오는 알리바바의 다른 상품 즉 결제 서비스 상품인 즈푸바오(支付寶)와 소액대출 상품인 야리샤오다이(阿里小貸)와 연결돼 있는 일종의 패키지 상품이다. 따라서 물건 구매나 공과금 납부 때 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고, 영세 기업이나 개인사업주라면 소액대출(2억~5억 위안·만기 1~2년)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알라바바의 위어바오뿐 아니다. 알리바바의 소위 ‘바오(寶)’ 열풍을 계기로 경쟁 업체들의 인터넷 금융상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의 검색 1위 업체 바이두(百度)는 지난해 10월 말 바이파(百發) 펀드 출시 하루 만에 10억 위안을 모아 화제를 뿌렸고, 알리바바의 최대 경쟁 업체인 탕쉰(騰迅)은 지난 1월 차이푸퉁(財付通) 펀드를 출시, 석 달여도 안 돼서 800억 위안 가까이 모으고 있다. 아무튼 최근 중국의 금융시장은 여유 자금이 있으면서 인터넷에 능한 투자자들이 인터넷 금융상품에 몰려 들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인터넷 금융시장의 급성장이 인터넷업체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인터넷의 성격상 금융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대 금융이론에 의하면 금융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시간, 지역, 업종 전체를 고려한 효율적 자원 배분, 효율적 지불, 결제 서비스의 제공, 최적의 자산관리 제공, 충분한 가격 정보의 제공 등이 그것이다.

첫째, 효율적 자원 배분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정보의 확보가 핵심이다. 따라서 인터넷에 의해 정보 흐름이 통합되고 최근처럼 각광을 받고 있는 빅 데이터 시대가 열리게 되면 이전 정보가 샘플 통계로 처리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 된다.

둘째, 지불결제 기능을 제고한다. 은행이든 증권이든 하나의 금융기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기관 간 장벽이나 이해관계에 의한 제약으로 결제 자금이 체류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인터넷 플랫폼상에서 금융 거래를 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금융기관 간의 견제, 경쟁에 따른 장벽도 없기 때문에 자금의 유통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결제 자금 재고도 없앨 수 있어서 거래 쌍방의 이익을 최대한 키울 수 있다.

셋째, 최적의 자산관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인터넷은 자원 배분 기능을 통해 맞춤형 상품이든 표준화 상품이든 고객 니즈를 최적화할 수 있고, 또한 유휴 자금까지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그만큼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넷째, 인터넷은 최대한의 수요-공급자를 시장에 참여시킬 수 있어서 자산 가격 정보의 정확성, 신속성,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인터넷 플랫폼은 종래 시장의 가격 격차나 비용 제약을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 금융상의 가격 형성은 그만큼 합리적이고 투명하다 할 수 있다.

그럼 중국에서 인터넷 금융상품의 약진이 갖는 의미는 뭔가. 첫째, 금융상품 개발 경쟁을 통한 금융 혁신이다. 이미 위어바오 등의 출시로 그동안 개인 자산관리나 영세기업 대출에 관심 없던 전통 은행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는 게 사실이다. 5~6%의 고수익 상품으로 맞대응을 시작하고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둘째, 금리 자유화 촉진 효과다. 중국은 지난해 8월 금리 하락 유도를 목적으로 대출금리를 자유화했고 또 예금금리의 조기 자유화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고공행진해서 정책당국을 힘들게 했다. 따라서 인터넷 금융상품과 은행 상품 간의 경쟁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정책당국으로선 ‘금리 하락과 금리 자유화’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셋째, 온라인 소비의 확대 효과도 예상된다. 시진핑 정부는 시작 초기부터 내수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온라인 소비를 강조해 왔다. 상품 결제 기능이 있는 인터넷 금융상품이 다양해질수록 이들 고객도 늘고 그만큼 온라인 소비도 증가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넷째, 길게는 위안화의 국제화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위안화는 대체로 강세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잠재수요가 많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위안화 금융상품이 늘면 늘수록 해외투자자의 위안화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다.


향후 중국 인터넷 금융시장 전망
현재 중국의 인터넷 금융은 아직 초보 단계로 각종 기능이 정비된 인터넷 금융시장은 탄생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알리바바의 위어바오 등 인터넷 금융상품들의 등장은 향후 중국에서 인터넷 금융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인터넷의 효율적 자원 배분과 비용 절감 효과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고금리 운용이 가능한 데다 자투리 자금도 효율적으로 관리, 운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알리바바의 소액대출 상품은 인터넷 금융만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중국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의 장기 고성장 덕택에 자산과 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나 있기 때문에 인터넷 금융시장이 기존 금융시장을 대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2012년 말 기준 중국의 금융 자산 규모는 171조5300억 위안, 이익은 1조5800억 위안이고, 그중 은행 자산은 133조6200억 위안으로 중국 금융 자산 전체의 77.9%, 이익은 1조5100억 위안으로 95.2%로 압도적이다. 반면 은행 등 기존 금융시장의 효율성은 어떤가. 따로 객관적 지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 서비스의 질적 효율성은 대단히 낮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평가다. 하긴 중국은 국유은행 중심이어서 은행 경쟁이 거의 없고 독과점 이익이 엄청난 것을 볼 때 그다지 효율성이나 혁신이 활발할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인터넷 금융상품의 급격한 성장도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인터넷 금융과 기존 금융시장이 상호 시너지를 내는 영역도 상당할 것이다. 인터넷 금융이 신용 위험 분석과 결제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반면,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은 맞춤형 서비스 경쟁력, 인력 자원의 전문성, 풍부한 자금력 측면에서 이점이 뚜렷해서 상호 보완, 시너지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넷 금융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 등이 상품 개발 경쟁에 나서고 금리 자유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점도 양측의 시너지 잠재력이 상당함을 보여 준다. 따라서 향후 중국의 인터넷 금융시장은 자체로 빠른 성장을 보이면서 기존 금융시장도 변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