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우선 상속’ 대응책은 뭘까

법무부가 24년 만에 상속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의 키워드는 ‘고령화’다. 현행 상속법에 따르면 남편 또는 부인이 사망했을 때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을 경우 상속 시 현재는 배우자가 42%, 자녀가 각각 28%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르면 배우자가 50%를 먼저 선취하고 나머지를 상속분에 따라 나누어 배우자가 71%, 자녀들이 각각 14%씩 받게 되는 것이다. 남아 있는 배우자의 노년 생활이 길어지고 있는데도 부모에 대한 부양을 소홀히 하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는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자산관리팀 변호사
[상속의 기술] 전문가의 눈 개정 상속법 키포인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포인트 민법 상속편(배우자 선취분) 개정이 그 초안의 공개 전부터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최초 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 대한 50% 선취분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혼인 기간, 재혼 등이 고려되지 않은 잘못된 입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혼인 기간 동안 증가한 피상속인의 재산’으로 선취분 대상을 한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급기야 최근에는 ‘재산 형성 경위’와 ‘부부 재산 관계’를 고려해 배우자 선취분을 줄임으로써 공동 재산에 한해 선취분을 인정한다는, 법률가인 필자로서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선취분에 대한 비판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본질적인 측면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가족 간의 분쟁을 조장할 것이며, 상속인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경영권 승계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 등이 그것이다.


‘배우자 선취분’ 제도, 경영권 승계 어렵게 해
찬성론 역시 상당한 정당성과 논거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녀들은 성장해 독자적인 경제활동 능력이 있으나 노령의 생존 배우자는 경제활동 능력이 없게 된다는 점, 자녀보다는 생존 배우자가 피상속인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봐야 하는 점, 가산(家産)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는 점, 종전 상속제도를 유지할 경우 다산(多産)을 한 배우자에게 불합리한 차별이 있게 돼 출산을 장려하는 오늘날의 가족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이혼을 통한 재산 분할의 경우 그 분할 비율이 상당한 반면 사별로 인한 재산 상속이 그보다 불리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 점, 또 생존 배우자의 상속분이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부족하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대다수의 국민이 배우자 선취분 제도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더라도 초고액자산가(HNWI·High Net Worth Individual)가 아닌 일반 사람들(특히 젊은 세대일수록)은 ‘배우자 선취분 제도의 수혜자인 생존 배우자’가 자신의 부모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곤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여론조사의 결과에 대해 “도덕적 가치 판단을 내포한 질문으로 조건반사적 찬성을 유도해 냈다”는 비판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 받아들이는 배우자 선취분 제도에 대한 입장은 이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와 다소 거리가 있다. 필자는 올 초 필자가 속해 있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비판론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배우자 선취분 제도가 입법됐을 경우를 가정해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됐다. 그중 가장 공감 가는 의견이 ‘유언 및 생전 증여를 이용한 피상속인의 생전 계획 수립’이었다.

필자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회계법인에서 6년 차 공인회계사로서 조세 업무를 수행했었다. 자산관리(상속·가업승계·신탁) 업무에 있어 ‘조세’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자산관리 업무가 필자의 주된 업무 영역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필자는 수없이 많은 상속 분쟁(상속 재산 분할·유류분·유언 무효 등)을 경험했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일 중 하나는 그러한 상속 분쟁 중 상당수가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언장을 잘 작성했더라면, 또 생전 증여가 현명하게 이루어졌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분쟁이라는 것이다. 또 나아가 불필요하게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3~5% 불과한 유언장 작성 비율 높여야
사실, 배우자 선취분 문제가 아니더라도 유언 및 생전 증여를 통한 재산의 적절한 분배는 상속 제도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유언장 작성 비율은 3~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실제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재산을 물려받을 자식은 내가 빨리 죽길 원할 것이고,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자식은 내가 미워 빨리 죽으라고 할 것 아니냐”라고 하며 유언장을 쓰기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막연히 “유언장을 쓰면 머지않아 죽을 것 같아 쓰기 싫다”, “내 죽음을 전제로 한 논의 자체가 싫다”는 등 그 이유는 가지각색이었다.

조건 없는 생전 증여 역시 여러 이유(기업에 대한 지배력·배우자 및 자녀와의 관계·증여세 등)로 불안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근래에 적지 않게 ‘해제조건부 생전 증여(일정 조건이 발생할 경우 증여를 취소하고 재산을 회수하는 증여)’가 이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사후에 벌어질 수 있는 상속 분쟁을 전제로 한다면 이와 같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유만으로 유언을 고려하지 않거나 생전 증여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실제 배우자 선취분과 관련된 논쟁이 뜨거워지자 밑도 끝도 없이 생전 증여(생전 증여로 볼 수 있는 생전 신탁으로 유언대용신탁·수익자연속신탁 등 포함)를 통해 배우자 선취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개정 논의 중인 배우자 선취분은 ‘유언’에 우선한다고 한다. 이대로 개정이 이루어지면 유언을 통해서는 배우자 선취분의 회피 내지 분쟁 방지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입법론적으로 생전 증여와 대비해 유언을 차별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개정안 입법 시 충분히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가 로펌 변호사로서 처음 업무를 시작할 당시 배우자 선취분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는 ‘유류분 제도’ 때문에 유류분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로의 이민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유류분 제도란 유산을 받지 못한 상속인도 최소한의 상속배분을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우리나라 국제사법이 “상속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 제도로 인한 이해상충 때문에 국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당시 필자에게 몹시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충분히 현실화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배우자 선취분 외에도 주거용 건물 등에 대한 부부 일방의 임의 처분 제한, 혼인 중의 재산 분할 인정, 이혼 시 재산의 균등 분할 원칙,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권 등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부디 법무부가 충분한 논의와 검증의 과정을 거쳐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그 입법이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