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ZZ] 군중심리
요즘 주식시장의 화두는 쏠림이다. 지금 투자가들이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세계 경제가 뉴 노멀(new normal: 저성장·저물가·저금리)에 진입했다는 시각과 세계 경제가 정상화(성장률 반등·물가 반등·금리 반등)될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언뜻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가지 트렌드는 동시에 진행 중이다. 뉴 노멀이 거스를 수 없는 장기 흐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정상화 과정을 수반한다.

그런데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세계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극도의 저성장에 대한 가정 때문에 네이버와 헬스케어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또 있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의 자금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강세장을 주도한 자금은 적립식 펀드 붐으로 대표되는 여유 자금이었던 데 반해 지금은 투자 만기는 길지만 절대 손해를 보면 안 되는 연금이나 보험의 돈들이다.

그런데 자금을 집행하는 전주(錢主)들은 만기가 길다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손해를 보지 말라고 강조할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투자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군중’이 되는 것이다. 군중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첫째, 군중은 숫자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자기가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나 혼자 보유하고 있으면 불안하다.

둘째, 군중은 감염이 잘 된다. 특히 일목요연한 논리보다는 권위와 이미지에 쉽게 굴복하는 경향이 있다. 상승하는 주가 차트는 투자가를 유혹하고 하락하는 주가 차트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셋째, 군중은 암시에 잘 걸리고 암시를 건 사람의 의지대로 행동한다. 평범한 주식이 대박주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 가지 좋은 점을 얘기해 주면 주식시장은 이를 상호작용을 통해서 증폭시킨다. 여기에 저항할 수 있는 개인은 거의 없다.

군중이 되는 순간 투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남들이 알기 전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절친한 매니저는 외로움에 안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으면 안심하고 많으면 의심하라는 것이다.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 좋은 투자가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이다.

얼룩말 떼가 사자에게 잡혀 먹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제일 앞에서 뛰는 것이 아니다. 끝에서 둘째로 뛰는 것이다. 그래야 또 다른 사자가 나타나도 살아남을 수 있다. 투자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혼자 뛰거나 아니면 앞에서 둘째로 뛰어야 한다. 그래야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다른 군중들이 내가 보유한 주식의 주가를 올려 주기 때문이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