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camping 장희돈 미래정보시스템 대표

[LIFE BALANCE] 캠핑장 텐트 안에서 한 주를 리셋하다
대한민국 오토캠핑장 602’. 3월 14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만난 장희돈 미래정보시스템 대표의 손에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얼마나 들추었는지 너덜너덜해진 책을 보여 주며 장 대표는 “언젠가 모두 가 보고 싶은 곳”이라며 “그러려면 죽을 때까지 열심히 다녀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미래정보시스템은 기업의 정보시스템 구축, 개인정보보호 컨설팅 및 자문을 해 주는 회사다. 대우그룹 정보기술(IT) 계열사에 입사해 16년 동안 IT 보안 분야에 몸담아 온 장 대표는 3년 전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캠핑에 눈을 뜬 것도 이 무렵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로 한창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가정은 뒷전이 됐다. 몇 년간 ‘월화수목금금금’ 일만 하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아이들과의 관계가 서서히 멀어지고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가족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009년, 2010년은 국내에도 캠핑 열풍이 불던 때였다. 장 대표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무작정 가족들을 데리고 캠핑장으로 떠났다. 서툰 솜씨로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밥도 지어 먹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아내가 손수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건넸다. 깊은 자연 속 밤 공기는 시원했고 도심에서는 보지 못했던 밤하늘의 별도 눈에 들어왔다. 커피향이 이렇게 그윽했나 싶었다. 일에 찌든 채 달려 왔던 장 대표는 그날 밤 텐트 속에서 전혀 다른 세상과 만났다.

“모닥불을 피우고 커피 잔을 맞든 채로 아내와 그동안 해묵었던 감정들을 모두 끄집어냈어요. 사각형 텐트 안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누워 있으니 행복이라는 감정이 절로 샘솟더군요.”
[LIFE BALANCE] 캠핑장 텐트 안에서 한 주를 리셋하다
그 이후 캠핑 마니아가 된 장 대표는 2010년부터 매달 최소 1번, 많게는 매주 텐트를 차에 싣고 가족들과 떠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이다 보니 주변에 견학할 만한 곳이나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곳 위주로 찾는 편이다. 계곡에서 수영도 하고 바닷가에 가면 조개도 잡고 봄에는 딸기 따기 체험도 한다. 밤에는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피운다. 그는 “도심으로부터 떠나 온전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니 무엇보다 일터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저만치 달아난다”고 했다.

“경영자로 사는 주 5일은 긴장의 연속이죠. 매출 압박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캠핑장에서 다 털어버려요. 자연에 몸을 맡기려 일부러 시계도 안 차고 가죠. 예전에는 스트레스 받으면 술로 풀곤 했는데 그게 제 몸을 얼마나 망가뜨렸는지 알겠더군요. 리셋하고 돌아오면 일주일이 풍요로워집니다.”

주로 가는 곳은 동해 망상오토캠핑장, 양양 솔밭가족캠프촌, 평창 솔섬캠핑장, 화성 해솔마을오토캠핑장, 포천 광릉솔개캠핑장 등 서울에서 1~3시간 거리에 있는 캠핑장이다. 그중에서도 장 대표는 망상오토캠핑장을 최고의 시설로 꼽았다. 그는 “리조트 버금가는 규모와 시설을 갖췄다”며 “캠핑장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닷가 전망이 마치 지중해를 연상케 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 대표는 현재 텐트만 3동 가지고 있다. 콜맨 라운드 스크린 2룸 하우스는 방이 두 개라 아이들과 부부가 따로 편하게 취침할 수 있다. 코베아 타프스크린 텐트는 천막으로 유용하다. 바비큐 그릴은 웨버 콤팩트의 47 제품을 사용하는데, 고장도 잘 나지 않고 타 제품들과 호환성도 좋다고 추천했다. 본격적인 캠핑 시즌이 시작되면 캠핑트레일러를 구매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떠나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노부부가 캠핑장을 찾은 걸 봤어요. 장비도 많이 안 가지고 단란하게 와서는 손수 밥을 지어 먹고 가볍게 힐링한 후 가시더라고요. 아이들이 자라면 우리 부부도 나중에는 저렇게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아내가 만들어 주는 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그렇게 죽을 때까지 캠핑족으로 살려고요.”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