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창 더헤리티지인베스트먼트 대표

부동산 디밸로퍼인 정재창 더헤리티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년 전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 못 치는 사람과는 비즈니스 안 한다”는 거래처 임원의 말에 자극받아 연습에 매진해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2012년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랭킹 3위까지 오른 그에게 한 수 지도를 부탁했다.
[FIELD LESSON] “설계자의 의도 파악하고 코스와 하나 돼라”
정재창 더헤리티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건 1994년의 일이다. 부동산 관련 금융 부티크를 하던 때였는데, 거래하던 증권사 임원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아내와 아이가 뉴질랜드에 있던 터라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주말이면 하루 8~10시간을 연습장에서 보냈다. 2개월 후 첫 라운딩에서 그의 기록은 108타. 함께 라운딩을 했던 친구들은 지금도 보기 플레이를 한다.

첫 라운딩 후 정 대표의 골프 인생에 큰 자극이 찾아온다. 거래처 임원이 술자리에서 “골프 못 치는 사람과는 비즈니스 안 한다”는 말을 한 것이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봐도 대부분 골프를 잘 쳤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비즈니스 골프의 필요성을 실감하던 때였다.

“당시 취미가 철인3종이었어요. ‘무슨 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철인3종’이라고 답하면 이야기가 진척이 안 되는 거예요. 그냥 ‘계속 달리시라’는 소리만 들었어요.(웃음) 그 뒤 진짜 열심히 연습해서 6개월 만에 78타를 치고, 1년 만에 2언더를 쳤습니다.”

첫 언더파를 기록한 곳은 아시아나컨트리클럽(CC)이었다. 그날은 전반부터 공이 잘 맞았다. 9홀은 돌고 난 후 ‘잘하면 이븐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골프도 잘 친다
자신감에 차 있던 그는 얼마 되지 않아 첫 좌절을 맛본다. 용평골프클럽(GC)에서 99타를 기록한 것이다. 골프의 묘미란 이런 게 아닐까. 골프는 자만을 용납하지 않는다. 골프클럽을 쳐다보기도 싫은 그때 깨달았다. 골프는 애인과 같다는 사실을. 골프도 애인처럼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스스로 일신하는 기분으로 골프클럽을 바꿨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자 그에 맞는 골프클럽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때 선택한 클럽이 미즈노 ‘티조이드 골드’였다. 클럽 교체와 함께 시작한 게 리듬을 되찾는 연습이었다. 아마추어 골퍼는 리듬감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는 리듬감을 유지하기 위해 집에서 스윙을 연습했다. 스윙을 하루 30분, 매일 연습했다. 주말에는 야외 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었다. 실력을 다듬으며 일주일에 1, 2번은 필드에 나갔다. 동반자들이 같은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이어서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이 됐다.

“싱글 치는 사람은 있어도 언더파 치는 사람은 흔치 않거든요. 주변에서 저를 소개할 때 ‘언더 스코어를 가진 비즈니스맨’이라고 소개하면 저를 보는 눈이 달라져요. 어중간하게 잘 치면 시샘 대상이 되지만 월등하게 잘 치면 존중을 받을 수 있습니다.”

1997년 정 대표의 골프 인생에 또 한 번의 자극이 찾아온다. 베트남 출장길에 만난 골프학과 학생들과의 인연이 그것이다. 호치민 동라이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점을 배웠다.

전지훈련을 가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살인적인 연습을 소화한다. 아침 5시~5시 30분에 일어나 새벽 연습을 하고 7시에 티샷을 한다. 오전 라운딩이 끝나면 다시 오후 연습, 저녁에도 빈 스윙을 한다. 학생들의 모습에 자극받아 귀국 후 후원을 시작했고, 전지훈련 때마다 따라가게 됐다.

“전지훈련 때 보면 어린 선수들도 정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훈련에 임합니다. 잘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때도 훈련을 즐기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선수들이 나중에 성공합니다. 전지훈련을 따라다니면서 알게 된 사람이 김창영, 김형성 선수 등입니다. 김형성 선수가 태국 브리티시오픈에 참가했을 때는 봉고차 타고 10시간을 가서 밥 사 주고 열흘을 같이 있었습니다.”

실력이 늘고 구력이 쌓이면서 홀인원도 세 번이나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년에 한 번씩 홀인원을 했다. 2011년 홀인원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선수권대회를 앞둔 한민규, 정지호, 김창윤 선수와 한 팀이 돼 가진 연습 라운딩에서 나왔다. 앞선 세 선수의 티샷이 모두 홀컵 1m 내에 붙어 부담이 컸는데, 마지막으로 샷을 한 그의 공이 홀컵에 쏙 들어간 것이었다.
[FIELD LESSON] “설계자의 의도 파악하고 코스와 하나 돼라”
2012년에는 친구들과 가진 라운딩에서 홀인원이 나왔다. 리베라CC였는데 홀인원 이벤트로 1000만 원의 상금이 걸려 있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1만 원을 내고 홀인원을 하면 1000만 원의 상금을 주는 것이었다. 일행 중 유일하게 이벤트에 참가한 그는 5번 아이언을 잡고 195야드를 보내 홀컵에 정확히 공을 집어넣었다. 그는 상금 1000만 원 중 일부로 유소년 아카데미에 골프백 등 골프용품을 보냈고 나머지로는 동료들에게 기분 좋게 술 한 잔을 냈다.

아마추어 골프계에서 이렇게 정재창이라는 이름이 알려지자 아마추어대회에서 러브콜이 왔다. 2011년 처음 대회에 참가했고, 그해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54위에 랭크됐다. 이듬해 남촌CC에서 열린 한국 미즈노 드림컵대회에서는 이븐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연말 일본에서 있은 결승에서는 76타를 기록하며 9위에 랭크됐다. 그해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순위는 3위. 절정의 골프 실력을 보였다.


아마 고수들에게 한 수 배우며 실력 레벨 업
지난해 5월에는 제38회 수원CC 클럽챔피언에 올랐다. 2언더로 예선을 통과한 후 결승에 올라 쇼트 게임 고수와 경합을 벌였다.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된 결승에서 처음 1다운으로 지다, 최종 7업으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정 대표는 아마추어대회에 참가하며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김양권 전무, 리베라 통합챔피언인 장흥수 대표, 아마 고수인 이병오 대표 등 전국구 고수들을 만난 것을 가장 값진 선물로 여긴다. 전국구 고수들을 만나면서 그의 골프도 다시 한 번 레벨업이 됐기 때문이다.

고수들은 나름의 장점이 있다. 대전 챔프인 이상수 대표한테는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배웠다. 이 대표는 “골프장 코스와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프 코스를 이기려 하지 말고 순응해야 한다.” 그건 고덕호 프로 등 많은 고수들의 공통된 조언이기도 하다.

“언더파가 치고 나자 예전에는 안 보이던 게 보이더군요. 골프 설계자의 의도, 코스 공략법 같은 겁니다. 그 뒤로는 절대 골프 코스에 저항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코스에 저항하면 보기가 나오고 순응하면 파나 버디 기회가 옵니다. 골프 코스는 파가 기본이고, 파를 하라고 만든 겁니다. 그걸 알아야죠. 파를 계속하다 보면 버디 기회가 옵니다. 억지로 버디를 하려고 하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김양권 전무에게는 파 세이브 능력을 배웠다. 김 전무는 벙커에 빠지든, 해저드에 빠지든 파 세이브를 하는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 능력의 중심에 위기가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가려는 멘탈이 있었다. 김 전무에게선 파 세이브를 했더라도 결코 들뜨지 않는 침착함을 배웠다.

정 대표의 장기도 있다. 그는 275~28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자랑한다. 애니카 소렌스탐의 말처럼 그도 “골프의 가장 중요한 샷은 티샷”이라는 데 동의한다. 보기 플레이어들이 좌절하는 것도 티샷이고, 비즈니스 골프의 꽃도 티샷이다. 시원시원한 티샷은 골프의 즐거움을 더한다.

“전 티샷은 시원하게 날리고 아이언은 상대적으로 방향에 중점을 둡니다. 아이언은 한 클럽 크게 잡더라도 방향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스코어에 크게 신경 안 씁니다. 즐기는 게 중요한 거죠.”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