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성기 누린 주상복합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는 2000년 이후 고급주택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주상복합 아파트의 낮은 전용율과 환기 문제 등이 끊임없이 지적됐고, 최근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주상복합 아파트 시장의 최근 분위기를 살펴보고 그 미래를 가늠해본다.
2년 연속 최고 매매가를 기록한 갤러리아 포레.
2년 연속 최고 매매가를 기록한 갤러리아 포레.
초고층의 탁 트인 전망, 단지 내 수영장·헬스장 등 주민 커뮤니티 시설. 외환위기 이후 주택 시장의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며 부의 상징으로 꼽히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이미지다. 2000년 전후 부유층들 사이에 인기를 누렸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상복합에 기대했던 다양한 장점을 가진 신축 대단지 일반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상복합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은 일반 아파트보다 더 컸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0년 0.29% 하락하다 2011년 2.27% 회복한 후 2012년 다시 3.55% 하락했고, 이후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상복합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일반 아파트보다 가격 하락폭 커
올해 주상복합 아파트 가격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주상복합 아파트 시장에 앞서 전체 부동산 시장을 살필 필요가 있다. 주상복합도 전체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 부동산 시장은 당장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아파트 매매 거래가 늘고, 호가도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주상복합 아파트는 옛날의 영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주상복합의 영화는 아직은 유효해 보인다. 국교부가 해마다 고시하는 공동주택 개별공시가격에서 고가 아파트의 상위 그룹을 유지하고 있는 단지들 중 주상복합이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아파트들의 공통점은 한강이나 서울의 숲, 양재천 등 대형 공원이나 바다에 인접하고 있어 자연조망권이 우수하고, 친환경성이 높은 단지라는 것이다.

갤러리아 포레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높은 매매가격을 보였다. 실거래가로 2년 연속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2011년 입주한 갤러리아 포레는 234㎡ 31억6160만 원부터 가장 큰 면적인 377㎡가 52억5200만 원에 분양됐다. 현재 매매가격은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해 왔다. 2014년 2월 14일 기준으로 234㎡ 매매가격은 29억6842만 원, 371~377㎡가 51억 원이다. 분양가 대비로는 2.9~6% 가격이 내린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중에는 갤러리아 포레가 앞으로도 주상복합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할 거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한강과 서울의 숲, 생활편의시설, 강남 접근성 등 입지적 가치가 갤러리아 포레의 가치를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갤러리아 포레의 저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매매가격 기준 2위를 차지한 타워팰리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로서는 타워팰리스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들이 더 많다. 이들은 타워팰리스가 주상복합 아파트의 단점, 다시 말해 낮은 전용률, 환기 문제 등이 여실히 드러난 곳이라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주변에 들어서는 대단지 신규 아파트들도 타워팰리스에 그늘을 드리우는 존재다. 타워팰리스 부근 대치동과 도곡동, 개포동에는 재건축 예정 아파트들이 밀집돼 있다. 내년 입주 예정인 대치동 청실아파트와 재건축을 서두르고 있는 은마아파트와 개포 주공아파트 등이다. 이들 아파트들의 분양과 입주가 이어지면 타워팰리스 매매가격은 다시 한 번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산은 주상복합의 무덤?
강남 외 지역에서는 목동 트라팰리스 이스턴에비뉴가 순위 내에 진입했다. 목동 트라팰리스는 인기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최근 관심을 끈 곳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분양을 마친 트라팰리스는 당시 분양가에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목동을 대표하는 또 다른 주상복합 아파트 하이페리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입지와 차별화된 인테리어가 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 결과 218.18㎡가 25억 원에 거래된 적도 있다. 지금은 거래가 거의 없어 시세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최근 25%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다고 본다. 김철 신한PWM 목동센터 부지점장은 “가격은 떨어졌지만 다른 아파트도 가격이 떨어졌고, 실제 거주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충격은 덜하다”고 전했다.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구의 두산위브더제니스와 아이파크가 리스트에 올랐다. 두 곳은 지리적으로 인접했으며 2011년 말 비슷한 시기에 입주를 시작했다. 두 곳의 세대를 합치면 3400여 세대로, 입주 당시 주변 아파트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초기에는 두 곳 모두 미분양이 있었지만 현재는 미분양을 거의 해소한 상태다. 특히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전세로 2년을 살아본 뒤 분양을 결정하는 ‘신개념 전세’를 통해 500여 세대를 전세로 돌렸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지사장은 “두 곳은 분양가 자체가 워낙 비싸서 거래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장은 “항간에는 일본 등 해외투자자가 들어왔다는 말도 있지만 입주자의 70~80%가 부산 지역 사람들”이라며 “부산의 조선소나 기장 원자력발전소에서 외국 손님을 위해 렌탈하는 경우는 가끔 있다”고 전했다.
[새바람 부는 럭셔리 주택 시장] ‘부의 상징’ 옛말…전성기 지나다
전문가 전망
단점 개선한 주상복합 주목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

주상복합 아파트는 잠시 고급주택 시장의 대안으로 부상하다 지금은 맹주 자리를 내준 상태다. 여기에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단점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아파트에 비해 낮은 전용률, 창문 개방 제한에 따른 환기 문제 등은 주상복합 아파트의 단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개선한 상품들이 공급되면서 2014년 주상복합 시장에 새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주상복합 아파트의 최대 단점인 통풍과 환기 문제를 개선한 삼면 개방형 설계,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전용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용률을 79%까지 끌어올린 중소형 주상복합 아파트를 선보이면서 수요자 유지에 나서고 있다. 또 9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한 취득세율이 4%에서 3%로 인하되면서 주상복합 아파트 거래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