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세네트 암스트롱 교수의 ‘논쟁의 기술’

1월부터 코세라(www.coursera.org)에서는 월터 세네트 암스트롱 듀크대 교수의 ‘다시 생각하기: 어떻게 사고하고 논쟁하는가’ 강의를 시작했다. 12주 차에 걸쳐 진행되는 강의를 3차례에 걸쳐 정리해 소개한다. 첫 시간에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부딪치는 ‘논쟁’의 올바른 정의에 대해 알아본다.


자동차 판매사원이나 복음을 전하는 목사, 변호사는 물론 하다못해 부부싸움이나 가까운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까지, 사람들은 매 순간 다른 이들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애를 쓴다. 당신에게 필요한 ‘설득의 기술’이 바로 논쟁인 것이다.

논쟁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쟁이 아닌 것’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다음은 이에 대한 짧은 상황극이다. 한 남자가 논쟁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과정이다.



#1. “실례합니다. 여기서 논쟁을 할 수 있나요?”

(크게 소리치며) “도대체 원하는 게 뭐요? 당신 바보요? 멍청하게 생긴 돌대가리!”

#2. “실례합니다. 여기서 논쟁을 할 수 있나요?”

“아뇨. 예전에 당신한테 아니라고 얘기했을 텐데요.”

“아, 저는 여기 처음 왔기 때문에 그런 얘기 들은 적 없습니다.”

“아니에요. 분명히 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니까요.”

#3. “실례합니다. 저 여기가 논쟁을 하는 방이 맞나요?

“아, 그럼요. 무언가 불만이 있어서 오셨나보군요. 저는 지금 기분이 좀 좋지 않습니다. 두통도 심하고….”

#4. “실례합니다. 여기가 논쟁….”

(남자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며)

“맞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망치로 맞았을 때 당신의 행동이 틀렸군요. 이렇게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어야죠.”

“아뇨. 전 그게 아니라….”

(다시 남자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며)

“이번에도 당신은 틀렸군요. 한 번 더 맞아야겠어요.”



첫째 방과 둘째 방에서처럼 무조건적인 욕설(abuse)과 부인(contradiction)은 논쟁이라 할 수 없다. 셋째 사무실의 직원처럼 상대방의 질문에 자신의 느낌이나 상황만을 표현하는 것도 옳지 않다. 넷째 방이 우리가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인데, 논쟁은 결코 상대를 ‘때려서’ 이기는 싸움이 아니다. 어린 시절 한번쯤 부모님들의 부부싸움을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빠가 소리를 지르면 엄마는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엄마는 부부싸움에선 이겼을지 몰라도 아빠와의 논쟁에서 승리한 건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논쟁이란 무엇일까. 논쟁은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유(논거)를 들어 상대를 설득하는 지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정확하고 타당한 논거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인간이란 늘 사리분별이 정확한 존재가 아니다. 단지 타당한 논거만으로 상대를 납득시키기에는 불충분하다. 상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무언가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행인 것은 논쟁의 목표가 오직 나의 주장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진실임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수학자들이 이에 대해 논쟁하는 이유는 이 공식이 ‘왜 맞는지’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이 수업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설득력 있는 논쟁’이란 결국 모두를 납득시키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왜 기차가 소리를 내는가”에 답하는 네 가지 방법
누군가 묻는다. “왜 기차가 소리를 내는가?” 당신은 이 질문의 답을 얼마나 타당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네 가지 방법이 그 힌트가 될 수 있다. 먼저, “기관사가 기차의 레버를 당겼기 때문이지”라고 답한다면 이는 ‘인과적 설명(efficient causation)’이다. 둘째는 “기찻길을 건너는 차량들에 주의를 주기 위해”라고 답할 수도 있다. 이는 어떤 행동의 이유나 목표를 제시하는 ‘이유적 설명(purposeful explanation)’이다. 셋째는 ‘모양적 설명(formal explanation)’으로 “기차의 윗부분에 공기가 나오는 부분의 모양이 떨림을 만들어 소리가 나는 것”으로 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기의 분자와 밀도가 소리를 만드는 것”으로 답했다면 이는 재질적 설명(material explanation)이다.

이 네 가지 방법 외에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대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보편적인 원칙을 토대로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 책을 공중에서 놓으면 떨어지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중력’이라는 보편적 원칙을 논거로 든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헬륨 풍선은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만약 “매체가 물체보다 밀도가 더 높을 때 그 물건은 떨어지지만 반대일 경우 물체는 떨어진다”는 보다 자세한 일반 원칙을 들면 이 문제는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설명은 할 수 있어도 예측은 어려운 현상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보자. 부모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라면 그 자식은 HIV 감염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확률도 50% 이상이다. 만약 자식이 HIV 감염자라면 그 원인이 부모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우리가 논쟁을 통해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설명을 통해 우리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패턴’을 찾는다. 이 보편적인 패턴을 이용해 예전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에 대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논쟁을 통해 타당성을 증명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전제다. 만약 당신의 친구가 “화성에는 생물이 산다”는 주장을 한다고 하자. 그 전제로 “화성에 적어도 한 개의 박테리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화성에 적어도 한 개의 박테리아가 있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이 질문에 만약 친구가 “내 예상에”라고 답한다면 좋은 논쟁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전제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전제가 필요하다.

문제는 ‘전제의 전제의 전제의 전제’와 같이 이 과정이 끝없이 되풀이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우리는 후퇴 논증(skeptical regress)이라고 부른다.
[COURSERA CLASS] 기차가 경적을 울리는 이유는 뭘까
후퇴 논증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확언(assuring), 방어(guarding), 그리고 평가절하(discounting)다. 먼저 확언에 대해 얘기해보자. 만약 내가 당신에게 “담배를 피는 것은 건강에 나쁘다”고 장담을 한다면, 당신은 나에 대한 신뢰만큼 내 조언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전문가의 권위를 빌리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저명한 의사가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 충고했다면 신뢰는 더욱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내 말을 믿지 않을 경우 상대를 바보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상식적으로…”와 같은 문장을 넣어 상대의 반박을 원천봉쇄하는 경우다.

이와 비교해 방어는 확언을 피함으로써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말아야 한다.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보다는 “몇몇 원자로가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남용한 나머지 “~할 수도 있다”와 같은 애매한 문장을 자주 사용한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세 번째, 평가절하는 상대의 반박을 미리 예상함으로써 공격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지가 비싸지만 아름답다”라고 하면, 문장 자체에서 반지의 가격보다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비싼 가격에 대한 상대의 언급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반박 이유를 상대방이 이미 제시하면 그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상대가 반박할 만한 이유를 미리 평가절하하는 방법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강의 듀크대 ‘다시 생각하기: 어떻게 사고하고 논쟁하는가’1(https://class.coursera.org/thinkagain)│번역 박근수 guen.park@gmail.com│정리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