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IX로 본 미술 시장

주식시장에 코스피(KOSPI)가 있다면 미술 시장엔 카픽스(KAPIX)가 있다. 카픽스는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경매 낙찰가 데이터로 산출한 국내미술품 가격지수다. 한국아트밸류연구소에서 분석한 2013년 카픽스에 따르면 현재 미술품 거래 시장은 ‘바닥’이라고 볼 수 있다.
[INSIDE ART] 바닥론 ‘솔솔’ 5년 내 가격 오른다?
“미술 투자자들에게는 지금이 기회!” 한국아트밸류연구소가 2월 10일 ‘2013 한국 미술 시장’ 보고서에서 내놓은 결론이다. 연구소는 지난 2013년 서울옥션과 K옥션에서 낙찰된 400여 점의 작품 가격을 분석한 결과를 코스피 변동지수와 비교해 카픽스를 산출했다. 2004년 두 지수를 모두 100으로 놓고 이후의 흐름을 짚어봤다.

그 결과 국내 그림 값은 지난 2007년 최대 활황을 분기점으로 2008년과 2009년 각각 25%씩 떨어져 반 토막이 난 이후 2010년부터 횡보를 계속하고 있다. 2013년에는 전년 대비 7.59% 하락했다. 실제로 2013년은 고가격 작품의 거래 또한 매우 저조했다.

지난해 거래된 최고 가격은 이대원의 작품으로 6억6000만 원. 한국에 그림 경매 시장이 열린 1998년 이후 지금까지 10대 고가 작품 중 10위 작품의 가격이 15억 원 정도. 현재 미술 시장이 얼마나 침체돼 있는지를 방증하는 셈이다.

같은 시기 코스피 변동지수는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 2010년부터는 그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13년 코스피는 전년 대비 0.67% 상승했다.

최정표 한국아트밸류연구소장은 “현재 국내 미술 시장은 바닥을 찍었다고 보는 만큼 미술 투자자들이 구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2007년 이후 가격이 반 토막 난 상태에서 5년 넘게 바닥을 헤매고 있는 만큼 미술 시장에 큰 악재가 불거지지 않는 한 향후 미술 거래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그는 “미술 시장에서 악재라고 하면 주로 작가에 대한 스캔들인데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왔다”며 “미술품은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보편적인 만큼 지난 5년의 바닥을 고려했을 때 향후 5년 내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소폭이지만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상승한 것 역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최 소장은 “대체적으로 코스피가 상승한다는 것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따라서 카픽스 역시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뒤따라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는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가격에 작품이 거래된 10대 작가로 박수근, 이중섭, 도상봉, 김환기, 천경자, 장욱진, 유영국, 이대원, 오지호, 이우환을 꼽았다. 이와 함께 10년간 미술품 거래 가격의 상승률을 추정해 가격 상승 폭이 높은 작가 6인의 순위도 밝혔다. 1위는 박수근(상승률 431.03%), 2위는 천경자(219.06%), 3위 이왈종(194.29%), 4위 이우환(159.71%), 5위 김창열(150.77%), 6위 김종학(141.98%)이다. 이 중 작고한 박수근과 이미 작품 활동을 멈춘 천경자를 제외하고 네 명의 작가가 모두 작품 활동이 왕성한 현역 작가들이다. 이들의 작품은 지난 10년 사이 거래량도 많았고 가격 상승률도 매우 높았던 만큼 현재 한국 미술 시장의 ‘블루칩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최 소장은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등 10대 작가들의 경우 이미 미술 시장에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끝난 만큼 앞으로 가격이 더 상승할 여지는 적은 편”이라며 “그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높은 작가들은 향후 미술 시장의 평가에 따라 가격이 10배든 100배든 얼마든지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