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기준, 100대 주식 부자 가운데 30대 그룹 총수들의 지난 1년간 주식 가치 변동을 살펴봤다. 30대 그룹 총수가 보유한 주식 종목은 국내를 대표하는 내수 및 수출 관련 종목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국내 주식 변동 현황을 파악하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싸이 효과 지고, EXO 효과 뜨고
YG 양현석 VS SM 이수만
[STOCK RICH] 웃고 우는 100대 주식 부자
[STOCK RICH] 웃고 우는 100대 주식 부자
국내 대표적인 연예인 주식 부자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 역시나 두 사람은 100대 주식 부자 순위에도 각각 85위와 86위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는 양 대표가 이 대표를 앞서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주식 가치 변동률을 찬찬히 뜯어보면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YG의 양 대표는 지난해 2월 5일 지분평가액이 2230억 원에서 올해 2027억 원으로 9.12% 하락한 반면 SM의 이 대표는 1706억 원에서 2020억 원으로 18.4% 상승했다. 월드스타 싸이 효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YG가 주춤하는 사이에, 아이돌 그룹 엑소(EXO)를 앞세워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SM의 전략이 주효했다. 일본에서 맹활약 중인 동방신기 역시 SM의 주가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주식 부자 순위가 18계단 하락한 양 대표와 6계단 상승한 이 대표가 비슷한 지점에 머물러 있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YG를 SM이 치고 올라가는 것도 머지앉아 보인다.



태양광으로 화끈하게 올랐다
+16.1% 이수영 OCI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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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총수들 가운데 지난 1년간 주식 가치가 가장 많이 상승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은 정몽진 KCC 회장이다. 2013년 2월 5일 5268억 원에서 올해 9024억 원으로 무려 71.28% 주식 가치가 상승했다. 지난해 연초 29만 원대에 머물던 KCC 주가는 최근 들어 49만 원대까지 40% 가까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도료와 판유리 등 건자재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를 위한 유통채널을 다변화한 것이 주효했다. 정 회장은 KCC 주식 186만여 주를 보유하고 있다.

부활하는 태양광 산업을 등에 업은 이수영 OCI 회장도 눈에 띈다. 2013년 2월 5일 4466억 원가량에서 2014년 2월 5일 5186억 원가량으로 약 16.1%가 뛰어올랐다.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이자 태양광 대장주인 OCI는 ‘화끈하게 올랐다 화끈하게 빠진다’고 해서 롯데케미칼과 함께 ‘남자의 주식’으로 불린다. 이 회장은 OCI의 최대주주로 10.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6월을 바닥으로 OCI는 특히 2014년에 들어와 최근 몇 달 사이 빠른 속도로 주가가 급등했다. 2013년 12월 이후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태양광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사실 그동안 OCI의 주가는 태양광에 발목을 잡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태양광 시장의 침체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신시장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 업황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해운 지원 사격…힘 빠졌나
-36.85%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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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난 1년 사이 30대 그룹 총수 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주식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2월 5일 3270억 원에서 2014년 2월 5일 2065억 원으로 지분평가액이 36.85% 떨어졌다. 지난해 말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자금난에 빠진 한진해운의 지원 사격에 나선 이후 주가가 급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특히 2월 초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경영권에서 손을 떼면서,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대한항공의 계열사로 품에 안게 됐다. 이로써 한진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회사를 완성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초 한진칼을 출범시키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한진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며 최근 들어 한진의 주가는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 외에 허창수 GS 회장 역시 지분평가액이 지난해 6313억 원에서 올해 4197억 원으로 33.5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의 주축 사업인 GS건설과 GS칼텍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 데다, 최근에는 GS칼텍스의 기름유출사고와 같은 대형 악재까지 겹쳐 고전하고 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자료 제공 에프앤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