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배 (주)메타넷 부회장

김승배 (주)메타넷 부회장은 1980년 골프를 시작해 구력만 35년 된 골퍼다. 홀인원과 알바트로스를 다섯 번씩 하고 월드시니어골프대회 우승까지 한 그의 골프 비법은 뭘까. 답을 얻기 위해 그가 자주 들른다는 PRGR 피팅룸을 찾았다.
[FIELD LESSON] “철저한 연구로 자신만의 교본을 만들어라”
조금은 마른 듯한 체형, 그러나 온몸으로 강단이 느껴지는 사람. 김승배 (주)메타넷 부회장의 첫인상이다. 효성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내고 현재 메타넷 부회장으로 있는 그의 골프 역사는, 그 연배의 많은 기업가들이 겪었던 인생사만큼 파란만장하다. 그의 골프는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사막 한가운데서 머리 올린 사연
김 부회장이 골프채를 잡은 건 지금부터 35년 전인 1980년이다. 대학 졸업 후 건설사에 취업한 그는 파견 나간 바레인에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모래와 사막밖에 없는 바레인에서 웬 골프냐고 하겠지만,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바레인은 중동에서도 석유가 가장 먼저 발견된 곳이다. 그 덕에 일찍부터 유럽 등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외 바이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는데, 그중 하나가 골프장이었던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골프장의 주 고객은 바이어들과 외국 공관, 해외 주재원들이었다. 중동 건설 붐을 타고 현지에 파견된 많은 한국 주재원들도 골프를 배웠다. 그도 한국 대사관 직원이 “배워보라”고 건네준 골프채로 골프를 시작했다.

“객지에서 적적하기도 해서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골프채는 받았는데 선생이 있나, 연습장이 있나. 벤 호건의 ‘모던 골프’라는 책을 카피를 떠서 그걸 교본 삼아 골프를 배웠어요. 가르쳐줄 사람이 없으니까 혼자 거울 보면서 배웠습니다.”

책을 보며 배운 탓에 그립을 잡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책에서 시키는 대로 하루 2시간씩 그립만 잡았다. 저녁에 할 일도 없었고, 한번 해보겠다는 집념도 강했다. 그립을 잡은 후에도 책에 줄을 쳐가면서 그대로 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우게 됐다. 김 회장은 그 덕에 이론에 딱 맞는 골프를 시작한 것 같다며 지난날을 반추했다. 책을 통해 골프를 배운 그는 지인들과 고대하던 필드에 섰다. 필드라곤 하지만 그린조차 모래가 깔린 사막 골프장이었다. 카펫을 들고 다니며 그 위에 공을 놓고 샷을 했다. 바레인 현지에 있을 때 평균 타수는 100타 안팎. 한국 골프장에 가면 파란 잔디가 카펫 같다는 말이 꿈결처럼 들리던 시절의 이야기다.

파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1981년, 김 부회장은 바로 인도어 연습장을 찾았다. 당시만 해도 국내 골프 인구가 많지 않아서 인도어에서도 도우미들이 공을 놔줄 때였다. 인도어에 등록하고는 레슨 프로에게 정식으로 골프를 배웠다.

직장에 매인 몸이라 원하는 만큼 골프에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출근 전에 잠시 연습하고, 퇴근 후 다시 연습장을 찾았다. 당시 레슨 프로가 한 말 중 “스윙을 크게 하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초보자일 때는 정확도보다는 거리가 나야 하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는 그때 배운 스윙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250~270야드 수준이다. 세기가 늘면서 스코어도 자연 안정이 됐다. 그렇게 배우고 익힌 건 필드에서 활용했다.


40대엔 수영·에어로빅으로 몸 관리
“골프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 건 안양컨트리클럽(CC)에서 2오버를 친 이후였어요. 한국 와서 81타 이내를 싱글이라고 부른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다들 싱글들은 귀신같이 친다고 그래요. 그런 사람들하고 라운딩하려면 금일봉도 줘야 한다고 하고.(웃음) 어느 순간 제가 그 수준이 된 거죠. 하는 만큼 느니까 재미가 붙더군요.”

골프장이 많지 않던 시절 김 부회장은 한원CC와 플라자CC에 자주 갔다. 친구들과 라운딩을 하면 주로 비용 내기 골프를 많이 쳤다. 평균 80타 정도의 스코어를 유지할 때였는데, 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시합에 열중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40대 들어 몸 관리를 하면서 그의 골프 실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40대가 되면서 몸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수영과 에어로빅을 8년간 했다. YMCA 수영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할 만큼 열정적으로 했다. 그는 지금도 비거리가 줄지 않는 이유를 40대에 다진 튼튼한 몸 덕분이라고 여긴다.
[FIELD LESSON] “철저한 연구로 자신만의 교본을 만들어라”
몸 관리 후 자신감이 붙은 그는 1994년도 한원CC 클럽 챔피언대회에 처음 나갔다. “백티에서 치면 실력이 는다”는 골프장 관계자의 말이 그의 승부욕을 자극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골프 잘 치는 걸 회사에서 반기지 않을 때라 회사에는 휴가를 냈다. 집에도 아무 말 않고 나선 첫 대회에서 그는 클럽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그때를 마지막으로 그는 더 이상 클럽대회에는 나가지 않았다.

김 부회장이 다시 시합에 나간 건 CEO를 끝으로 효성그룹에서 나온 후다. 2006년 제48회 월드 시니어 챔피언대회였다. 한원CC 선배 챔피언이자 대한골프협회 시니어분과위원장이 그에게 대회 참가를 권했다. 회사 눈치 안 봐도 될 때라 망설임 없이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를 앞두고 그는 몸 관리를 위해 퍼스널 트레이너를 붙였다. 아마추어 시니어 국가대표로 나간 대회에서 그는 개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열린 국가대항전에서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미국을 누르고 우승, 개인전에서 다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2010년 제39회 한국 시니어아마추어대회 시니어 부문에 처음 출전해 우승을 한 뒤로는 대회 출전도 그만뒀다.


스크랩과 메모로 만든 자신만의 교본
지금은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는 김 부회장은 “뭐든 잘 하려면 푹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건성으로 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골프에 탐닉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자신만의 교본’과 ‘해외 원정 연습’이다.

“골프 잘 치는 법을 묻는 사람들한테 ‘앞으로만 똑바로 보내면 돼’라고 합니다. 우스갯소리죠. 골프를 잘 친다는 건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한다는 소립니다. 공도 많이 다루어봐야 하지만 책도 많이 봐야 합니다. 지금도 저는 라운딩을 하면 뭐가 잘못 됐는지, 어떤 게 내게 필요한지 일기 쓰듯 메모합니다. 교본도 밑줄 치면서 보고, 골프 전문 잡지도 많이 봅니다. 잡지에서 나한테 맞는 건 바로 스크랩을 하고요. 그런 다음 드라이버와 벙커, 퍼터 등 분야를 나눠서 편집을 해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프로들이 좌담할 때 나한테 맞는 건 메모도 하고요. 그렇게 만든 나만의 교본이 몇 권 됩니다.”

가장 최근에 한 메모는 드라이버와 관련된 것이다. 흔히들 나이가 들면 거리가 준다고 한다. 그에게 통하지 않는 말 같다. 얼마 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한 골프장에서도 그는 드라이버 거리가 이전보다 더 는 것을 확인했다. 함께 라운딩을 간 동료들이 “나이가 들면 매년 5~10야드 거리가 준다는데 부회장님은 어떻게 거리가 더 나느냐”고 놀라워했다. 코타키나발루에서는 3주 동안 2언더를 두 번이나 기록했다.

김 부회장은 비거리의 비밀이 ‘퀵 턴’에 있다고 말했다. 흔히들 레슨을 할 때 ‘힙턴’을 가르치지만 그가 해본 결과 힙이 빠지면 오히려 공이 휠 가능성이 높다. 연구를 통해 그는 리듬감을 갖고 백스윙을 충분히 한 후 빠르게 몸을 회전해서 피니시까지 이어지면 스윙도 좋아지고 거리도 더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드라이버는 리듬감과 스피드에 달렸다. 스윙이나 피니시는 그 안에서 모두 해결이 된다. 스스로 체득한 이 같은 사실은 빠짐없이 그의 교본에 기록됐다.
[FIELD LESSON] “철저한 연구로 자신만의 교본을 만들어라”
해외 잔디 연습장 100% 활용법
김 부회장이 만든 ‘실전 교본’은 해외 원정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많은 골퍼들이 겨울이면 추운 한국을 피해 따뜻한 곳으로 원정을 간다. 그도 10년 전부터 동남아로 원정을 떠난다. 일 년에 한두 번, 한 번에 2~3주씩 머물면서 골프를 즐긴다.

하지만 그는 다른 골퍼들과 다른 점이 있다. 하루 종일 라운딩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해외 원정에서 ‘본전’을 뽑기 위해 하루 36홀을 돈다. 하지만 그는 오전에 18홀만 돌고, 오후에는 다양한 연습을 한다. 오전에 잘못 친 샷을 분석하거나 체중 이동, 어프로치 등 다양한 연습을 해본다.

“함께 간 분들이 오후에 라운딩을 해도 저는 빠집니다. 그게 훨씬 효율적이거든요. 오전에 라운딩을 즐겼으면 오후엔 복기 겸 연습을 하는 거죠. 그러면 다음 날 공을 칠 때 긴장도 되고, 연습했으니까 어제보다 스코어도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골프도 공부하고 똑같습니다. 시험만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아요. 공부를 해야죠.”

연습을 할 때 꼭 필요한 게 골프 노트다. 거기 가면 선생이 없다. 그래서 골프 노트를 가져 간다. 골프 노트를 보면서 연습하는 것이다. 페어웨이 벙커에서 실수를 했을 때 노트를 보면서 ‘페어웨이 벙커에서 오른 무릎을 먼저 집어넣고 치면 틀림이 없다’는 내용을 체크하고 연습을 해보는 식이다.

그는 해외 원정에서 할 만한 몇 가지 연습을 추천했다. 우선 어프로치다. 어프로치는 인도어 연습장에서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전에서는 별 효과가 없다. 따라서 반드시 잔디 위에서 연습해야 한다. 어프로치를 할 때는 코킹은 풀지 않고, 잔디 결을 보고 그대로 밀고 가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공이 항상 홀 컵에 한두 뺨 거리에 선다.

디보트 내는 연습도 ‘강추’다. 짧은 아이언 샷에서 디보트를 만드는 것은 플레이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아마추어들은 사실 디보트가 잘 안 난다. 체중 이동이 그만큼 안 되기 때문이다. 체중 이동이 안 되면 디보트는 안 생긴다. 디보트를 연습할 때는 공 앞 5cm 정도에 저점을 두고 샷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연습이 가능하다. 훅도 내보고, 깔아치기도 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인도어 연습장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잔디 연습장에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라고 권한다.

나이가 든 지금도 그는 젊은 골퍼들에게 지기 싫어서 철저하게 몸을 관리한다. 일주일에 두 번 스포월드에 가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며 유연성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겨울에는 춥고 위험해서 등산으로 체력을 유지하지만 날이 풀리면 인도어 연습장에서 간간이 스윙 연습도 잊지 않고 한다.

“요즘은 사회 동호회에서 만난 골퍼들과 라운딩을 나갑니다. 대부분이 저보다 10년 정도 어린 친구들이죠. 골프는 나이와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랑 라운딩 하는 걸 재미없어 해요. 한 번도 안 지고, 내기해서 잃는 경우도 없으니까요. 누구한테 지는 건 지금도 싫거든요.(웃음)”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