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행위를 하든, 스포츠 경기를 하든, 청춘 남녀가 연애를 하든지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하고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선이 있다. 그중에서 주식이나 펀드 투자와 골프라는 운동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GOLF&INVEST] 한번에 크게 잃으면 복구가 힘들다
주식투자로 눈을 돌려보자. 많은 이들이 주식투자를 한다고 하지 주식투기를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도박하듯이 한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에 대해 어떤 사람은 투자 기간으로, 어떤 사람은 위험을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고 구분한다. 즉, 기간이 짧으면 투기이고 길면 투자, 시장금리인 은행이자나 임대수익보다 다소 높은 정도의 수익을 얻고자 하면 투자이고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면 투기라는 식이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길게 보고 자식을 위해서 땅을 사놨는데 갑자기 개발이 되는 바람에 얼마 안 돼서 몇 배의 차익이 생겨서 할 수 없이 팔았다면 이를 투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사실상 애매모호하고 주관적일 때가 많다.


투자와 투기의 애매한 경계선
우리는 지금 투자가 옳고 투기는 나쁜 것이니 하지 말라고 선을 긋자는 것이 아니다. 주식투자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룰과 매너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돈만 벌면 되지 무슨 도덕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장이 계속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감독기관이 있고 규정이 왜 있겠는가? 주식시장은 1000조 원 이상이 움직이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지만 그래도 큰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특히, 소형 주식은 큰손 몇 명만 모이면 주가를 끌어올리기 쉽기 때문에 이런 행위들을 단속해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주식투자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선이 있다.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고, 싸고 실적이 좋지 않은 종목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너무 많다. 특히 회사 이름이나 대표자가 자주 바뀌고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엉망인 회사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위험한 주식을 사서 많이 먹는 게임이 아니고 위험이 적은 주식을 사서 합리적인 수익을 얻는 행위다. 위험이 적은 주식이라 함은 대표자가 건전해야 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영위하는 사업이 시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꿀 만큼 혁신적인 기업이면 더욱 좋다.

주식투자는 가능하면 기본 가치에 대비해서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다. 그러나 회사가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풍부하다면 지금 비록 조금 비싸도 미래를 보고 사야 한다. 지금 좋은 주식을 골랐다면 오르지 않는다고 안달할 필요가 없다. 주식투자는 ‘가격’을 사는 것이 아니고 ‘때’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악물고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실패했을 때의 혹독한 대가를 잊어버리고 무리하게 질러대는 골퍼와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먹을 것이 많다는 논리로 테마주 등 위험한 주식만 골라서 투자한다. 특히, 주식시장의 심리를 잘 모르는 아마추어는 매우 위험하다. 선수들은 바로 이런 개미들의 무덤에서 이득을 취하기 때문이다.

데이트레이더와 스캘퍼(scalper)를 단기투자자라 해 투기 세력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시장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순간순간 매도·매수 세력의 힘의 세기와 공백, 심리적인 공포감이나 탐욕을 역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선수들이다.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 두 다리 쭉 펴고 편하게 자고 싶은 것이다. 내일은 내일 먹잇감을 찾으면 그만이다. 목표 수익도 하루 2~3%밖에 안 된다. 짧게 끊어 치기로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선수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순진한 직장인이나 퇴직한 아저씨, 아줌마가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지도 못하면서 투자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다.

원칙을 지키면 많이 벌지는 못해도 허망하게 잃지는 않는다. 주식투자도 골프도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다. 한번에 크게 잃으면 복구하기 힘든 것도 비슷하다. 어떻게 하든 돈만 벌면 되는 것이 아니고 돈이 될 주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투자도 골프처럼 실수를 줄이는 게임
골프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룰과 매너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필자는 골프라는 운동은 기(氣)운동이고 회춘운동이며, 행복해지기 위해 평생 함께 동행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4명이 아니고 캐디를 포함해 5명이 동행하는 운동이다. 행복해지려면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짜증이 나고 동반자도 싫어지고 골프를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프로골프(PGA)처럼 엄격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록 접대 골프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지켜가면서 하자는 것이다. 소위 ‘구찌’라는 것이 있다. 친구끼리 작은 내기 골프를 할 때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일종의 ‘오럴 해저드’다. 예쁘게 봐줄 수도 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구찌는 주접이다. 주접은 적당히 하고 이동할 때나 쉬는 시간 짬짬이 준비해온 유머 주머니를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알까기, 더듬이, 찔끔이가 있다. 좋게 봐주려고 해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좀 얄밉다. 알까기는 주머니에 볼을 두세 개 가지고 다니다가 아웃오브바운드(OB)나 해저드 지역에서 찾는 척하다가 슬그머니 주머니 공을 꺼내놓는 경우다. 더듬이는 습관적으로 볼을 터치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러프나 디보트(divot), 경사면 등 치기 불편하면 허락도 없이 볼을 터치해서 좋은 데로 옮겨 놓는 사람이다. 찔끔이는 그린에서 볼에 마크를 할 때 볼을 집으면서 순식간에 마크를 볼 앞으로 던져 놓는 사람이다.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다. 그래도 아무리 많이 옮겨봐야 10cm 정도밖에는 앞으로 갈 수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그린을 더 자세히 살피고 캐디의 조력을 받는 것이 나을 텐데 참 안타까운 사람이다.

디보트도 운이고 실력이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멋지게 갈랐는데 디보트에 볼이 들어가 있다면 기분이 좋지 않다. 디보트에서 볼을 치는 요령을 잘 알면 별것도 아닌데 막무가내로 옮기고 보는 사람이 있다. 정리되지 않은 벙커에서도 동일하다. 물론 골프장이나 앞 팀의 관리 소홀 탓도 있기 때문에 이럴 경우에는 경기 전에 로컬 룰로 사전에 정하고 시작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벙커나 해저드 지역에서 볼을 지면에 대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실제로 너무 많다. OB나 해저드에 들어갔을 때 들어간 곳에서 홀로부터 가깝지 않은 곳에서 드롭을 해야 하는데 아예 페어웨이에 내놓고 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들어간 지점 근처에서 좋은 곳을 찾아서 쳐도 될 텐데 말이다. 퍼팅 홀까지 꽤 많이 남았는데도 스스로 OK 하고 볼을 집어버리는 경우 등 사례는 수없이 많다.

캐디에 대한 배려도 있지 말아야 한다. 캐디는 우리를 도와주려고 동행하는 사람이다. 동반자이지 심판이 아니다. 캐디 혼자 4명을 상대하기란 실제 힘들다. 캐디를 도와주고 배려해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반말하지 않기, 이름 불러주기, 골프채 두 개씩 빼가지고 다니기, 캐디 탓하지 않기 등 해줄 수 있는 배려는 너무도 많다. 캐디가 즐거워야 우리 모두도 즐겁게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도덕재 한국투자증권 상무·WPGA 티칭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