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

신흥국 금융위기로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펀드 투자 열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펀드 시장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갔던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국내 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MARKET LEADER] “올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 10%…가장 싼 주식은 삼성전자·현대차”
[MARKET LEADER] “올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 10%…가장 싼 주식은 삼성전자·현대차”
“올해는 내수시장 회복에 힘입어 연말로 갈수록 국내 증시가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초 코스피 지수가 1900포인트 부근이면 바닥권으로 보고 투자 기회를 노려볼 만합니다.”

구재상(50)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빌딩에 위치한 케이클라비스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1900 근처에서 코스피 지수에 투자한다면 올해 10% 수익률은 낼 수 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구 대표를 만난 시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신흥국 금융 불안으로 국내 증시가 1900 밑으로 고꾸라졌다 다시 1920선을 회복했을 무렵이었다.

기대와 달리 연초 수익률은 내리막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그래도 밝아보였다. 코스피 지수가 두 달도 안 돼 5% 넘게 급락한 가운데 그나마 구 대표는 연말부터 시장을 보수적으로 내다보고 경기방어주 비중을 늘려놨기 때문에 시장 대비 1%포인트 정도 웃도는 수익률을 냈다.

그는 “과거에는 외국인이 1조 원 넘게 팔아 치워도 국내 기관들이 물량을 대부분 받아내면서 지수 하단을 지지했는데 지금은 외국인이 1000억 원어치만 순매도 해도 지수가 곧바로 고꾸라진다”면서 “국내 증시 기반이 외국인 수급에 좌지우지될 정도로 매우 취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 대표는 “경상수지나 외환보유고 수준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다른 신흥국 대비 견조하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매력적인 상태”라면서 “미국 테이퍼링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매수에 나설 신흥국 주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외국인들이 연초 한국 주식을 연일 내다 팔았던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한국 주식의 유동성이 좋기 때문에 신흥국 리스크가 부각되면 이머징 국가 주식을 내다 팔 때 가장 먼저 차익 실현에 나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해 국내 증시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박스권 증시에 효율적인 투자 전략은 롱쇼트 매매(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주식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은 선물 등을 활용해 매도하는 전략)다. 그도 올해는 박스권 증시 흐름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 내에서 롱쇼트 매매 비중을 좀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는 “좋은 주식을 사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바이 앤드 홀드(buy & hold) 전략’과 롱쇼트 매매를 적절히 결합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재 포트폴리오의 5% 수준인 롱쇼트 매매 비중이 올해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 대표가 요즘 관심을 두는 종목으로는 건설, 은행, 음식료 등의 내수주 등이 꼽혔다. 그가 지난해 6월 케이클라비스를 설립, 본격적으로 주식 운용을 시작했을 때는 낙폭이 컸던 조선주, 화학주 비중을 늘려 하반기 대형주 반등장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내수주 비중을 늘려 꾸준히 수익률을 지켜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음식료, 유통주, 일부 인터넷 게임, 헬스케어주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대상, 농심, 오리온 등 전통적 내수주로 꼽히는 음식료 등은 가격 인상 등의 이슈를 통해 실적 상승이 예상되고, 인터넷 게임업체도 장기적인 성장성을 뒷받침하는 주식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올해 정부 정책이 내수 성장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침체된 국내 증시의 분위기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게 구 대표의 진단이다. 내수주 중에서도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건설주와 은행주는 그동안 조정 폭이 컸기 때문에 올해는 반등을 기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이어 연초 대비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등 일부 화장품 주식들이 크게 올랐는데 밸류에이션이 높은 수준인 것은 맞지만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도 덧붙였다.

내수주가 유망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올해 수출주를 외면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는 “한쪽 방향으로 기우는 투자는 위험하다”며 “대형 수출주 중에서도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지만 올해 개선 여지가 큰 종목들로 선별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가 지목한 올해 증시 투자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는 미 Fed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와 기업 실적이다. 구 대표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일부 대형 수출주 업종의 비중은 늘려볼 만하다”며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변동성은 지난해 대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올 1분기 기업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여부는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구 대표의 전망에 따르면 4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1분기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은 자동차주다.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면서 엔저 기조가 예상보다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 업종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MARKET LEADER] “올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 10%…가장 싼 주식은 삼성전자·현대차”
구재상 대표는…
1964년 전남 화순 출생
1998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8년 한신증권(동원증권 전신) 입사
1996년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2002~2010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2010~2012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2013년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현)


이어 그는 “전기전자 업종(IT)보다는 자동차 업종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SK하이닉스나 애플 관련주로 꼽히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일부 IT 종목들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랠리를 펼쳤던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 여력은 그리 크지 않겠지만 이익 성장성이 견고하기 때문에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펀드 투자 열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펀드 시장의 역사를 써 내려갔던 구 대표는 2012년 11월 미래에셋을 떠난 뒤 몇 개월 공백기를 갖고 지난해 6월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증권사의 자문형 랩 계좌를 열어 지난 7개월간 올린 누적수익률은 15%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운용하는 자산은 현재 5500억 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올해 전체 수탁액 1조 원을 돌파하는 게 그의 목표다. 한때 ‘미스터 펀드맨’으로 불리며 7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주무르던 미래에셋자산운용 시절과 비교하면 1조 원은 아주 적은 액수다. 하지만 그는 “운용 규모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며 “고객이 맡긴 단 돈 1원이라도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올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10% 수준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케이클라비스의 올해 목표 수익률은 시장을 5%포인트 정도 웃도는 15% 내외로 잡고 있다. 그는 “일본 증시는 지난해 40% 넘게 급등한 데 따른 부담감이 있고, 미국과 유럽의 펀더멘털은 양호한 수준이라 올해 상승폭은 10% 내외로 예상된다”며 “국내 증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종목으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업체 네이버(NAVER)를 언급했다. 그는 “해외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현재 주가가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은 있지만 성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주식에서 가장 싼 주식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꼽았다. 외국인이 다시 국내주식을 바라본다면 가장 먼저 매수할 수 종목으로 여전히 관심 종목 리스트에 올려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