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 지역 중대형 아파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집값 하락을 주도했던 버블세븐 중대형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35개월 만에 반등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반등은 시세 바닥 인식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과 중대형 신규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지킨 삼성동 아이파크.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지킨 삼성동 아이파크.
부동산114(www.r114.com)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 목동과 경기 분당·평촌·용인 등 ‘버블세븐’ 지역의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 1월 0.0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가 아파트는 삼성동 아이파크
버블세븐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시세 바닥 인식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움직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버블세븐 지역의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2011년 2월 말 이후 2013년 말까지 매매가격이 1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용 85㎡ 이하 소형 아파트 가격이 8.2%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두 배가량 컸다.

또 버블세븐 전용 85㎡ 초과 아파트의 호당 평균 매매가격은 2014년 1월 말 기준으로 8억5255만 원 선으로 정부가 버블세븐으로 지목하기 이전인 2005년 말 8억8545만 원보다 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고점이었던 2006년 말 11억6568만 원에 비해서는 30% 가까이 빠졌다.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매 전환을 고려하는 수요층이 늘어난 가운데 가격이 충분히 빠졌다는 정서가 형성되면서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실제 매수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신규 공급 감소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버블세븐 지역의 전용 85㎡ 초과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9년에 1만5000여 가구에 달했으나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간 5000가구를 밑도는 등 물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급 중대형 아파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동 아이파크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랜드마크 아파트로 고급 아파트의 선두주자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삼성동 아이파크 243.76㎡는 매매가 45억 원으로 가장 비싼 아파트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강남 아파트의 모든 장점을 다 가진 곳이다. 우선 교통이나 교육 등 거주 인프라가 우수하다. 또한 중대형 아파트라 절대 가격이 높아, 상대적으로 수요층이 제한적이다. 이 같은 희소성으로 부동산 침체기에도 다른 아파트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적었다. 다시 말해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면 가장 먼저 가격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지점장은 아이파크의 특징을 한 마디로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말한다. 평당가로도 국내 최고 아파트인 아이파크는 높은 지대와 막힘없는 도심 전망, 빼어난 야경, 한강 조망권을 자랑하는 강남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다. 아이파크의 가장 큰 장점은 건폐율 9%다. 이 같은 장점으로 고액자산가들만을 위한 쾌적한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아이파크는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격 하락폭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대두되면서는 매수세가 강하다. 고 지점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대부분의 매물들을 거둬들인 상태”라고 했다. 그 때문에 전세금만 올라 펜트하우스의 전세가는 최소 15억 원 이상이다. 고 지점장은 “최적의 입지와 주거 쾌적성으로 인해 앞으로도 아이파크는 최고 아파트라는 이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바람 부는 럭셔리 주택 시장] 35개월 만에 반등…희소성의 ‘힘’
압구정 현대·반포 주공…재건축 호재
아이파크에 이어 눈여겨볼 고급 아파트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반포 주공아파트다. 두 아파트의 공통점은 재건축 호재가 있다는 점이다. 두 아파트를 비교하면 현재 재건축 시장에서 어떤 곳이 투자 메리트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중요한 것이 자기부담률이다. 자기부담률만 놓고 보면 반포 주공아파트가 훨씬 매력적이다. 중층인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재건축을 하더라도 자기부담 비율이 높은 반면, 반포 주공아파트는 저층이기 때문에 자기부담금 없이 새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다. 또 하나 반포 주공아파트는 인근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반포퍼스티지를 통해 사업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반포 주공은 세대수가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다. 따라서 가끔 급매물이 나오는데 105.6㎡가 약 18억 원에 거래된다. 반포 주공이 재건축을 하면 6500세대의 대규모 주거시설로 탈바꿈한다. 인근 반포래미안퍼스티지의 재건축 이후 가격 추이를 보면 향후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두 단지 모두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 부동산 침체기에도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았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반면 청담동 동양파라곤, 대치동과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이들 아파트들은 뛰어난 입지에 독특한 외곽, 이색적인 인테리어 등으로 부자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주거를 강조했다. 처음부터 일반인과 차별화되는 주거문화를 원하는 부자들을 타깃으로 디자인됐다. 그 덕에 젊은 부자들이나 연예인들이 주로 이곳에 터를 잡았다. 대표적인 예가 가수 조영남이 사는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2차 617.1㎡다. 한때 100억 원까지 호가가 매겨졌던 이곳의 현재 시세는 60억 원대다.

고 지점장은 이들 아파트의 인기에 대해 한마디로 “허명”이라고 평했다. 이들은 세대수가 매우 적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따라서 아파트를 산 직후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세대가 적다 보니 시세를 책정하기도 어려워 거래 가격이 그대로 시세로 굳어진다. 한국의 부동산 투자자들처럼 주거와 투자를 동시에 원한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전망
공급 딸리는 강남권 긍정적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

신규 공급이 중소형 위주로 이뤄지고 중대형 물량이 감소하자 면적 갈아타기 등 중대형 수요가 기존 재고 아파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도 일부 회복하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는 주택 시장 침체와 소형 주택 선호 현상이 맞물려 물량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현상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 지난해 판교 알파리움에 이어 위례신도시에서 공급된 중대형 아파트들이 잇따라 청약 대박을 터뜨리는 등 중대형 선전이 두드러진 바 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버블세븐 지역은 다른 곳보다 교통이나 교육 등 거주 인프라가 우수해 주택 시장 회복 징후에 따라 거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절대 가격이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수요층이 제한돼 있지만 희소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그동안 조정됐던 가격을 회복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수도권 주택 시장 내에서도 지역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는 외곽 지역까지 확산되기보다는 강남 및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양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