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

우리은행 전문 프라이빗뱅커(PB) 1세대. 1990년대 말 정부가 선정한 금융재테크 분야 신지식인. 그리고 2008년 은행연합회 주최 PB대상 최우수상 수상. 이처럼 화려한 이력의 주인공은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이다. 고객들의 자산을 책임지는 PB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책임감이라고 말하는 그는 20년의 현장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세대 경제학 석사과정에 이어 내년에는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Dinner with PB­­­] “미국에서의 30% 수익률보다 국내서의 15%가 훨씬 유리하죠”
지난해까지 고액자산가들을 겨냥한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을 지낸 김인응 지점장은 2013년 12월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군데 모두 강남을 대표하는 부촌 지역이지만 서초 잠실 같은 경우는 최근 롯데슈퍼타워 입주와 잠실5단지 재개발 등으로 부자들의 유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성장잠재력이 꽤 높은 곳이었다. 이에 비해 전통적 부촌인 압구정현대는 그만큼 프라이빗뱅크(PB) 시장이 전체적으로 정체된 분위기인 데다 각 은행권 PB센터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잠실센터에서 높은 실적과 함께 고객만족도 역시 1위를 이끌어내며 능력을 입증한 김 지점장이지만, 새롭게 둥지를 튼 압구정현대지점은 그에겐 또 다른 도전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압구정현대지점을 맡게 됐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압구정현대는 PB센터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서 막중한 책임을 떠맡았으니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PB라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춰야 합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은행 재테크팀장을 맡아왔습니다.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전수한다면 고객들 역시 이를 알아챌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초고액자산가(HNWI)들의 경우 하나의 은행하고만 거래하는 경우보다는 여러 은행들의 PB센터를 이용해 분산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PB들과 비교하게 되고 그 PB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 빠르게 판단합니다. 따라서 지점장으로서도 ‘믿을 만한 PB’만큼 좋은 경쟁의 무기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이 처음 전문 PB를 도입한 1996년부터 지금껏 20여 년간 PB로 활동해 오셨습니다. 그동안 변화된 재테크 흐름을 쭉 지켜보신 건데요.
“네, 맞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을 꼽자면 국내 재테크 시장은 선진국에서 100년 동안에 걸쳐 이루어질 변화를 지난 10년 동안 다 겪었다는 겁니다. 투자 시장의 변화와 제도, 정책의 변화 등 모든 면에서요. 특히 외환위기,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소버린 쇼크 등 다섯 번의 경제 파동을 지나면서 학습효과가 매우 컸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만 하더라도 PB들이 상담을 하면 고객들은 무조건 믿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금융시장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아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산 전문가들의 예측이 틀리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PB들이 더욱 전문성을 쌓고 시장 상황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초고액자산가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큰 변화가 있었나요.
“지금 사회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는 경제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더욱이 최근의 금융 격동기를 겪으면서 경제에 대한 감이 탁월한 분들이죠. 그 전 부자들은 경험을 중시했습니다. 고성장시대에는 부동산 위주로 자산관리를 했다면 2007년 무렵부터는 금융시장 중심으로 트렌드가 바뀌었습니다. 최근 부자들의 경우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사는 절세와 자산의 세대 이전입니다. 고액자산가들이 투자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보다도 세금입니다. 결국은 보험과 펀드인데, 보험은 2억 원이 한계이고 펀드 투자를 많이 찾습니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나 국내외 공모주펀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초고액자산가들의 경우 포트폴리오에서 빠지지 않는 투자처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10억 원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세요.
“정기예금과 비과세 저축보험, 분할투자펀드 세 가지를 꼽겠습니다. 정기예금은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이 큽니다. 투자 위험이 낮으면서 안정적으로 실질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상품으로 비과제 저축보험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또 위험 분산을 통한 저점 분할 투자로 평균수익률을 높여나갈 수 있고 글로벌·지역별 시장의 특성을 적절히 활용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분할투자펀드도 빼놓지 않고 권하는 편입니다. 만약 10억 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정기예금 3억 원, 주식형 펀드는 롱쇼트펀드 2억 원과 우량주 분할투자펀드 1억 원으로 총 3억 원, 그리고 비과제 저축보험은 부부가 각각 2억 원씩 4억 원을 제시합니다.”


연령대별로 자산관리의 예를 들어준다면.
“20대의 경우 사회초년기로서 종자돈 마련에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시기입니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편입니다. 30대는 가정 꾸리기가 이루어지는 시기로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에 따른 재무적 이벤트가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목돈 운용, 목돈 마련, 그리고 절세를 감안한 자산관리 전략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0대의 경우 자녀성장기로 자녀교육비 마련은 물론 내 집 확장 등에 필요한 자금이 소요되는 시기입니다. 노후 자금 마련을 본격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금융상품이나 투자 펀드 선택에 도움을 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50대는 가족성숙기입니다. 자녀 결혼이나 은퇴 및 노후 생활 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죠.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점차 줄여 나가고 효과적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 운용해 나갈 수 있도록 위험중립형 상품의 활용과 연금 상품의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60대 이후부터는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안정적 자산 운용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노년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절세 상품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Dinner with PB­­­] “미국에서의 30% 수익률보다 국내서의 15%가 훨씬 유리하죠”
2014년 자산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중국의 경기 부진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의 금융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국 시장 등 선진 시장의 경기 흐름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글로벌 시장이 호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시장 흐름을 고려할 때 해외투자는 상반기의 경우 증시 조정을 보이고 있는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 투자하고 하반기에는 안정세가 예상되는 신흥 시장을 주목하는 것이 좋습니다. 2014년 자산 시장에서 투자 매력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주식시장입니다. 국내 증시는 1분기 조정 후 회복 및 상승세가 전망됩니다. 코스피 전망은 2200~2300포인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어떻습니까.
“주택 시장과 상가, 오피스로 나누어 설명할게요. 주택 시장의 경우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위례지구 신규 분양 아파트가 대표적인 유망 지역입니다. 강남 지역 재건축 등의 호재에 힘입어 강남 지역의 가격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서울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나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강남, 수도권 지역 아파트의 소폭 상승세가 예상됩니다. 상가는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그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피스의 경우에도 경기 회복으로 사무직 종사자가 증가할 경우 공실이 회복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해외 시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유럽, 미국, 중국의 주식투자 비중은 어느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요.
“한국 40%, 유럽 30%, 미국 20%, 중국 10%가 적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 유럽 시장을 비교해봤을 때 유럽의 경우 아직도 경기부양책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썼습니다. 그에 비해 아직 양적완화를 실시하지 않은 유럽의 경우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남은 겁니다. 더욱이 지금도 전반적인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시장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재정위기와 금융위기를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을 같은 것으로 보는데 미국은 금융위기이고 유럽은 재정위기입니다. 금융위기의 경우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는 데 비해 재정위기는 막힌 돈의 흐름만 뚫린다면 후유증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유럽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이나 중국보다 유럽 투자 비중을 조금 더 높은 30%로 잡은 이유입니다.”


한국 시장의 투자 비중을 40%로 가장 높게 잡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20여 년간 PB로서 현장을 경험하며 얻은 결론입니다. 미국에서 30%의 수익률을 얻는 것보다 한국에서 15%의 수익률을 얻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세금 문제도 있고 또 미국 시장이 살아나면 한국 시장이 살아나 결국은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겁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시장, 가장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장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투자자에게는 가장 유리하더라고요.”


그동안 여러 재테크 강의 등을 통해 자산관리에 있어서 ‘사소한 습관의 차이’를 늘 강조해 왔습니다. 부자들만의 공통적인 습관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럽 격언에 ‘부자는 돈을 모은 후 필요에 맞게 지출하지만 가난한 자는 먼저 돈을 쓰고 갚아나가는 일에 인생을 허비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국내의 큰 부호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타고난 부자라기보다 자수성가형입니다. 상속 부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수성가형 부자는 좋은 습관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부자들의 공통된 습관이라고 하면 그리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 기본에 충실한 원칙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낭비하지 않고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돈을 쓸 때는 필요에 맞게 의연히 지출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돈의 지출에 신중하며 선(先)지출, 후(後)소비가 아닌 선저축, 후소비 습관을 철저히 지킨다는 점입니다.”


소비 습관뿐 아니라 금융 투자에서도 부자들의 공통점을 짚어준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듯,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다섯 번의 경제 파동을 겪는 동안 국내 부자들의 판도 역시 크게 변했습니다. 사실 금융시장에서 투자라는 건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 외환위기가 왔을 때 크게 손해를 본 사람들은 이후에도 겁을 내고 기회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때 조금 손해를 본 부자들은 오히려 이후에는 학습효과가 생겨서 경기 파동을 겪을 때에도 몸 사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를 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예전의 큰손들이 무너져서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많고, 반대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키운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은 의연하게 투자하는 분들이 기회를 잡는다는 거죠. 제 경우 위기 때마다 고객들에게 강조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주가 그래프에 답이 나와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2년에서 2.5년마다 주기적으로 주가가 저점을 찍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긴 안목에서 보자면 결국 전체적인 주가 곡선은 1000부터 1900까지 상승곡선을 타고 있거든요. 지금 당장 저점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길게 보면 그래프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겁니다.”



와인이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집 뱅가에서 즐기는 호주산 와규 채끝등심 스테이크
[Dinner with PB­­­] “미국에서의 30% 수익률보다 국내서의 15%가 훨씬 유리하죠”
뱅가는 와인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뱅(vin)과 집을 의미하는 한자어 가(家)가 합쳐진 말이다. 와인이 있는 집을 뜻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도플라자 지하에 위치한 뱅가는 와인 저장고인 카브(cave)를 닮은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오래된 나무와 벽돌로 이루어진 공간은 아늑하고 따뜻하다. 동시에 높은 천장과 통유리창으로 탁 트인 실내는 와인셀러에 들어온 듯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만찬에 나온 디너 코스는 알감자와 베이컨볶음, 샬롯 토마토 크림소스를 곁들인 농어찜, 호주산 와규 채끝등심 스테이크, 그릴 야채구이. 올리브오일에 가볍게 데쳐 부드럽게 익힌 농어찜과 알감자, 베이컨, 완두콩, 샬롯 토마토 크림소스를 더한 메뉴로 농어의 부드러운 맛과 고소한 샬롯 크림소스의 조화가 훌륭하다. 마블링이 좋은 호주산 최상급 와규 채끝등심을 강한 불에서 초벌한 뒤 오븐에 구운 스테이크는 육즙이 풍부하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매칭 와인 여백의 미 ‘아리에타 쿼르텟’과 미국 고급 와인의 대명사 ‘메르솔레이 샤도네이’
농어찜과 함께한 아리에타 쿼르텟(Arietta Quartet)은 아리에타의 보르도풍 블렌드다. 아리에타는 작은 아리아를 뜻하는 클래식 음악 용어로 클리식 음악에 심취한 미국 와인 경매계의 최고 거장인 경매사 프래츠 해튼에 의해 설립된 와이너리다. ‘쿼르텟’은 사중주라는 뜻으로 네 가지 보르도 블렌드인 와인의 특성을 보여준다. 스테이크와 함께한 메르 솔레이 샤도네이(Mer Soleil Chardonnay)는 미국 고급 와인의 대명사인 케이머스 빈야드의 와인이다. 바다(Mer)와 태양(Soleil)을 뜻하는 와인 이름은 풍족한 햇살이 내리쬐고 시원한 해풍이 스쳐가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가 산타루치아 하이랜드에 위치한 포도밭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요리 및 와인 협찬 나라셀라(www.naracell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