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벗어나 ‘자연’서 살다 타운하우스

2월 10일 찾아간 경기도 분당구 판교 운중동의 고급 타운하우스 주택가. 산비탈 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자 금세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나지막하게 솟은 뒷산을 끼고 널찍하게 둘러쳐진 담벼락 안으로 고급 단독주택들이 나란히 둥지를 틀고 있다. 그 옆으로 보이는 테라스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대한민국 최고가 타운하우스로 알려진 판교 산운 아펠바움.
대한민국 최고가 타운하우스로 알려진 판교 산운 아펠바움.
지난 2012년 말 입주 당시 분양가만 해도 85억여 원. 국내 최고가 타운하우스인 판교 산운 아펠바움의 풍경이다. 이 타운하우스의 현재 시세는 40억 원에서 70억 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단지 내에서 가장 큰 주택은 공급면적만 661m²를 넘어설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인데도 판교 일대 타운하우스 중에서도 문의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금은 그 옆이 공터지만 머지않아 고급 타운하우스가 건설될 부지”라며 “이곳 서판교 일대가 고급 타운하우스와 단독주택들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어서 앞으로 투자 가치도 높은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서판교 일대 투자가치 높다
그렇다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초고가 타운하우스는 어디일까. 현재 산운 아펠바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타운하우스는 평창동 오보에힐스. 20억 원에서 30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3위는 24억에서 28억 원의 판교 운중 아펠바움. 18억 원에서 25억 원까지 거래가가 형성돼 있는 분당 율동공원 라폴리움(4위), 16억 원에서 21억 원 가격의 용인 힐스테이트(5위)가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 용인 테라스하우스, 용인 솔레뉴파크, 일산 오르비제 빌리지 등이 15억 원에서 19억 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워낙 초고가인 만큼 타운하우스에 거주할 수 있는 수요층 역시 한정적이다. 산운 아펠바움을 대표적으로 살펴보자면 강남과 분당의 주상복합에 거주하던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 산운 아펠바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를 맡고 있는 SK D&D가 2012년 계약자를 포함한 관심 고객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장경철 한국창업정보원 이사는 “연령대로는 40~50대가 88%를 차지했다”며 “직업별로는 80% 이상이 기업 CEO가 많았고, 기타 고소득 전문직, 대기업 임원이 18%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역시 “산운 아펠바움의 경우 배상면 국순당 회장과 같이 주로 중견그룹의 회장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안다”며 “인근의 운중 아펠바움, 월든힐스 같은 경우 정부 고위직 관리도 있고, 인근에 판교테크노밸리가 있어서 IT 업계 CEO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 타운하우스는 실제 입주 과정 역시 까다롭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주로 기존 거주자들의 친분에 의해 소개를 받은 실수요자에 한해서만 일주일에 두 번 SK본사 직원과 함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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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 적용 단지 인기
이렇듯 기업 CEO들에게 타운하우스가 꾸준히 관심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친환경적인 자연과 도심을 벗어난 여유로운 삶, 여기에 독립적이고 안전한 사생활 보호 시스템까지.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이들이 타운하우스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타운하우스의 위치나 시설만 살펴봐도 수요층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율동공원 라폴리움은 불곡산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운중 아펠바움의 뒤편에는 청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산자락을 끼고 자리를 잡은 데다 최첨단 보안시설이 구비돼 출입관리 또한 엄격하다. 율동공원 라폴리움은 보안카드(RF카드) 등 최첨단 시스템과 단지 보안을 위한 영상저장 시스템(CCTV)이 장착돼 있다. 산운 아펠바움 역시 첨단 장비를 활용해 단지 내부로 통하는 출입구를 철저히 통제하며, 철저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각 세대로 진입하는 도로도 독립성을 유지하게끔 설계돼 있다.

고급주택 전문 컨설팅업체 럭스리알토의 김성학 이사는 “부유층들의 경우 ‘창문을 활짝 여는 집에 살고 싶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 앞으로 이들을 중심으로 한 타운하우스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도심과 멀리 떨어진 위치 또한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초고가 타운하우스의 경우 도심에서 떨어져 외곽에 위치한 듯 보이지만,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적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도심 접근성 또한 높은 편이다.

건물 외관의 예술적인 디자인이나 풍수지리도 CEO들이 타운하우스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다. 운중 아펠바움과 평창동 오보에힐스는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고, 산운 아펠바움 역시 세계적인 건축가인 짐 올슨이 설계했다. 또 산운과 운중 아펠바움의 경우는 첫 마케팅 단계부터 풍수지리 전문가를 대동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타운하우스는 외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면서도 내부에서는 테라스를 강조한 개방적 구조를 띠고 있다”며 “외부에 노출될 걱정 없이 그들만의 친밀한 유대감을 쌓기에 적합한 것도 기업의 CEO들이 타운하우스를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전망
투자 원칙 1호는 ‘도로 접근성’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부동산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타운하우스지만, 산운 아펠바움처럼 초고가 타운하우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장경철 이사는 “분당 지역보다 아래에 위치한 경우는 최초 분양가와 비교해 거래 가격이 반 토막이 나고 있지만, 최고급 타운하우스는 미분양도 별로 없고 대기 수요도 많은 편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타운하우스이지만 이처럼 분위기가 다른 것은, 최근 타운하우스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타운하우스의 트렌드는 산운 아펠바움처럼 상위 0.1% VVIP를 겨냥한 고급화로 가거나 혹은 규모를 줄이고 가격 거품을 뺀 실속형으로 나눠지는 추세. 따라서 어중간한 중소형대는 피하고 실속형이나 최고급 타운하우스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이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사이에 가장 각광받는 주거 형태가 고급 아파트와 타운하우스인데 한국의 경우 2만 달러을 넘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특히 고급 타운하우스의 경우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타운하우스 투자를 고려한다면 도심 접근성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곳이 서판교 지역이다. 타운하우스의 주요 수요층은 강남 지역을 생활권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강남 지역까지 20분 안팎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장 이사는 “분당 아래에 위치한 타운하우스의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초고가 타운하우스들의 명단만 보더라도 강남까지 20~30분 내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는 곳들이다”라고 공통점을 짚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