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

대한민국은 지금, 독일 공부하기 열풍이 한창이다.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뒤 창조경제의 롤 모델로 독일을 주목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독일 공부하기에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독일은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저력을 발휘했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어느 나라보다 잘 이루어진 나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마이스터의 나라, 패자 부활이 가능한 시스템이 정착된 나라, 믿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자랑하는 나라 등 독일을 보여주는 여러 특징은 그 나라를 더욱 탄탄하고 강국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독일 경제를 그토록 강하게 만든 주역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기업들, 다시 말하면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들이 많기 때문이다.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히든 챔피언 2734개 중 독일이 1307개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4~5배 이상 많은 것을 보면 강력한 독일 경제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독일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히든 챔피언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10년 넘게 독일 명품 가전인 밀레와 함께 하면서 필자가 느낀 강한 독일인의 원동력은 ‘철저한 검소함’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다. 철저하게 몸에 밴 그들의 검소함은 독일인의 의식주에서 나타난다. 우선 독일인들이 근검절약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슈퍼마켓이나 벼룩시장을 가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벼룩시장은 규모도 크지만 활발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독일의 크고 작은 도시 곳곳에는 주말마다 벼룩시장이 열린다. 독일의 대표적인 도시 베를린 마우어공원의 벼룩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독일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상인들까지 모이는 곳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상인들을 만날 수 있다. 5유로면 누구라도 쓸 만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독일어로 ‘장벽’이라는 뜻을 가진 마우어(Mauer)공원에는 독일의 분단 시기에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곳이었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로 발전했다.

매주 일요일에 문을 여는 마우어 벼룩시장에는 입던 옷, 신던 신발, 착용하던 액세서리는 물론 사용하던 레코드판, 옛날 신문, 사진, 엽서, 가구 등 없는 것이 없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독일 벼룩시장의 시작은 독일인들을 보여주는 근검절약 정신의 상징이다. 중고라도 손을 봐서 고쳐 쓰면 새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제품을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려는 독일인들의 검소한 생활 자세는 독일을 선진국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독일 음식 문화에도 실용성과 검소함이 숨어 있다. 한 가지 재료를 남김없이 조리에 사용하고, 필요 없는 장식은 거의 없다. 또 요리마다 접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접시에 모든 음식을 담아 먹는다. 그뿐만 아니라 남은 빵 한 조각으로 접시에 묻은 소스까지도 깨끗이 먹는 모습은 독일인의 검소함을 보여주는 본보기일 것이다.

독일인의 의식주에 담겨 있는 검소함은 우리가 처음보고 느끼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 선조들이 지켜왔던 검소함과 다를 것이 없다. 탄탄한 독일이 만들어지기 전에 독일인들 특유의 검소함이 있었기에 지금의 강한 독일이 만들어졌다. 탄탄함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의 기초를 철저하게 지켜 나갈 때 비로써 강한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강해진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여러 생각들과 행동이 강한 나라를 만들었다. 강력한 독일을 공부하고 싶다면, 독일인들처럼 생각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검소한 의식주부터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검소함이 기초가 된다면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기초가 튼튼한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