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ZZ] 중국의 도시화 소비의 경제학
발전의 단계나 정책의 방향을 감안했을 때 어느 해보다 2014년 중국의 도시화는 가장 분명한 트렌드입니다. 사회가 일정 단계에 접어들면 생산성이 급격히 좋아집니다. 이때 넘쳐나는 생산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도시가 등장합니다. 도시의 등장은 생산성 증가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도시화로 인구밀도는 높아지고 인구의 집중은 욕구의 무한한 융기를 부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욕구의 증가 속도는 생산의 증가 속도를 웃돕니다. 이때부터 욕구의 체계, 소비의 체계가 생산의 체계와 맞물립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생산, 소비, 교환의 체계에 편입됩니다.

이렇게 소비하는 인간이 탄생합니다. 소비는 도시민의 의무로서 강제되고 제도화됩니다. 소비가 규칙화돼야만 생산의 효율성을 다시 높일 수 있습니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이제 겨우 50%를 웃돕니다. 중국의 대학생 숫자는 2000년 1만 명당 72명에서 2012년 234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매년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화이트칼라들의 노동 시간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남는 시간에 이들은 소비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무엇이 유행하는지, 남들은 무엇을 소비하는지 학습해야 소비의 체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소비는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낭비하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의 생산성 증가는 너무 빠르기 때문에 항상 사용하고도 남습니다. 그래서 소모로는 생산되는 물건들을 미처 소화할 수 없습니다.

현대사회의 영웅은 생산의 영웅이 아닙니다. 돈 많은 왕자,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영웅이고 이들의 자전적 스토리는 영웅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영웅이 된 이후 어떻게 낭비하는지를 조명합니다. 그들이 어느 동네에 살고, 어떤 차를 타고, 어떤 가방을 들고,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소비 사회는 유행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유행의 속도가 생산성의 증가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공장 가동률과 시설설비투자(CAPEX) 사이클도 유행의 속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도시화로 중국의 유행 속도는 빨라질 것이고 이에 맞춰 제품의 주기도 단축될 것입니다. 중국 내수소비주들의 성패는 히트 상품이 아니라 재고관리 능력이 결정할 것입니다.

도시의 소비는 기호화와 차별화의 과정을 통해 가치가 측정됩니다. 그중 기호화는 사용이라는 본원적 기능으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골동품이 대표적입니다. 수천만 원짜리 고려청자의 가치는 술을 얼마나 잘 담느냐가 아니라 고려 귀족의 지위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양주 30년산의 가치는 알코올 농도가 아닌 나를 30년이나 기다려준 데에 대한 고마움으로 측정됩니다. 사용가치(30년분의 1)가 낮을수록 가치가 올라갑니다. 이렇게 기호화를 통해 소비의 한계는 없어집니다. 음식은 배가 부르면 먹을 수 없지만 음식에 관한 문화 체계는 무한합니다. 중국에서 식료품 물가보다 외식 물가가 더 빨리 오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호는 점차 범용화됩니다. 왕과 귀족이 썼을 것 같은 물건들이 명품이라는 이름으로 대량생산돼 일반인들도 가질 수 있게 됐고 유행이 지난 물건은 가격이라는 게 아예 매겨지지 않습니다. 소비의 기호가 상층에서 하층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상층은 끊임없이 기호를 혁신해야 합니다. 이는 사물에서 사용가치를 탈취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소비사회는 가능적 무용성을 소비합니다. 중국의 인민들과 달리 중국의 화이트칼라 중산층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많은 돈을 지불할 것입니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