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는 계속 확장되고, 그에 관한 각계의 정보는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 수산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처가 시행되고 있지만 서울 시내 횟집의 손님 수는 지금도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한우 고기 음식점 주인도 울상이다. 생선 대신 고기를 찾아서 손님은 많이 온다. 매출도 증가한다. 한우 고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지만 원산지와 유통에서는 공급을 늘리지 못해서 고기 값이 올랐다. 식당에서 음식 값을 올리면, 금방 손님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객이 많이 와도 값을 올리지 못한다. 옆에 있는 고깃집보다 150g에 몇천 원만 비싸도 손님이 안 오기 때문이다. 1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걱정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서울 횟집만 아니라 한우 고깃집까지 위협하고 있다. 부자들을 제외하고 이제 중층은 물론 중상층도 비싸면 안 먹고 안 산다. 같은 품질이면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는다. 주부들은 가공식품도 제조업체 홈페이지를 이용해 대형 할인점보다 더 싼 가격에 사고 있다.

물가인상률 2.5%대, 경제성장률 3.0% 미만, 2013년도 월별 전년 동기 대비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평균 1.3%다(산업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액 통계). ‘대박’의 시대는 지나갔다. 투자도 보수, 소비도 보수화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소비의 보수화 시대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목표를 낮추는 것이 기본이다. 주식 투자에서 20~30%의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은 멍청이 소리를 듣는다. 많아야 9%, 7%의 차익을 목표로 함이 최선이다. 그 선에서 끝내야 한다. 기업도 매출의 신장보다 비용의 감소를 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일부에서는 지속적 성장을 주장하지만 위험한 발상이다. 성장보다 우리 경제에서 낭비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비용을 감소시키면 미래 성장의 싹을 자르는 것과 같다. 눈에 보이는 비용의 감소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낭비가 더 크다. 낭비는 조직 관리 속에 있다. 올바른 인사관리가 낭비를 예방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고용이다. 그래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 기업이 현재 고용 상황을 유지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그러면 주인도, 경영자도 피고용자도 모두 길바닥으로 가족을 데리고 나갈 수밖에 없다. 경영자와 노동조합이 합심해 고용 조건 향상보다 고용 유지를 목표로 정할 때 고용 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맞을 수 있다. 고용 유지를 위해서는 인건비, 즉 시간의 낭비를 없애야 한다. 100명의 사원으로 90의 생산성이 있었다면 이제 100명의 사원으로 120의 생산성을 이루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 효율성 증대를 위해 중견 기업일수록 기업의 목표, 각 부서의 목표, 개인의 목표를 측정 가능하도록 설정해야 하며, 해당 사원들이 받는 상과 벌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

사원의 힘을 모아야 한다. 그들과 목표를 공유하고, 같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인사정책의 시발점이다. 시간이 걸려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방적 결정과 합의의 도출 사이에는 길어야 2~3개월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경영층의 독단적 지침은 인적 낭비를 더 많이 초래할 뿐이다.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주제를 제공하고, 난상토론을 유도한 후 관련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TF의 팀장이 발표하면 공감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과정을 6개월 동안 두세 번 거치면 어느덧 사원들끼리 합의점을 찾는다. 이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다.

투자와 소비의 보수화 시대에서 성장 지향 정책은 회사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 고용의 감소는 우리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다. 사람 관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낭비를 예방하는 것, 이것이 저성장 시대의 기업 생존 전략일 것이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