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양조방식이 빚은 화이트 와인의 매력

아베는 이탈리아 베네토 지방의 베로나와 베네치아 사이에 있는 곳으로, 화이트 와인이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주로 청포도 가르가네가(Garganega)로 와인을 만든다. 소아베는 아주 오래전에는 바다였으며 원형극장이 건축될 무렵인 서기 1세기께부터 지금까지 와인을 양조해 오고 있다고 한다. 소아베는 이탈리아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넓은 화이트 와인 생산지다. 경쟁자인 프랑스 샤블리보다도 약 15% 더 넓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소아베는 오늘날 이탈리아의 가장 보편적인 화이트 와인이 됐다.한때 소아베는 질보다 양이란 평판을 들어왔다. 와인으로서는 별로 좋지 않은 평가다. 이는 레드 와인의 최대 생산지 키안티랑 비슷한 평판으로 저급한 와인의 대명사로 알려진 것이다.그래서 많은 양조가들은 ‘질보다 양’이 아닌 ‘양보다 질’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 이들 중에는 라벨에서 아예 소아베라는 명찰을 떼어버린 이도 있다. 소아베보다는 차라리 다른 이름으로 파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양조 방식에도 많은 혁신을 이뤘다.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해 맛의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우다. 즉 전통적인 대용량 오크통에 와인을 숙성하는 대신, 소용량의 프랑스산 오크 배럴(225ℓ들이)을 들여다 프렌치 스타일을 시도하는 방식이다.이를 통해 오크통에서 바닐라 향, 초콜릿 향을 와인에 듬뿍 전할 수 있다.다른 한편으로는 소용량 오크통에서 스며 나오는 바닐라 향이 와인의 스타일을 망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용량을 좀 더 키워 오크향이 은근하게 배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스타일의 소아베를 만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숙성한 칼칼하고 상큼한 스타일, 바닐라 향취가 진하게 묻어나는 진하고 두툼한 스타일, 그리고 이들 중간의 스타일 등이 그것이다.소아베는 소아베와 소아베 클라시코로 구분된다. 소아베 클라시코는 포도 재배지의 해발 고도가 소아베보다 더 높다. 청포도는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 오랫동안 서늘하게 익어야 당분과 산도를 골고루 함유할 수 있다. 그러니 클라시코가 훨씬 좋은 포도를 얻어, 결국 더 좋은 와인을 양조할 수 있다. 소아베의 대표 양조장들이 그래서 대부분 여기에 위치한다. 양조장 카루가테(Ca’Rugate)의 주인 미켈레 테사리(Michele Tessari)는 3대에 걸쳐 소아베를 양조하고 있다. 그는 수확된 포도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발효조 위에 질소 통을 매달아 포도를 으깨자마자 일정한 양의 질소를 주입한다. 포도의 과일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 과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소아베의 단일 포도밭 와인 몬테 피오렌티네를 수확 연도별로 시음했다. 감베로 로소에서 호평 받은 2004 빈티지는 점차 숙성돼 가면서 꿀 향기가 짙어지고 있다. 덜 익었을 때의 사과 향내가 점차 사라지면서 시간의 향취가 더해지고 있다.2002년 데뷔 빈티지인 라티움(Latium)의 주인 모리니 에우제니오(Morini Eugenio)는 뒤늦게 시작한 양조업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가 만든 소아베는 싱싱한 과일향이 넘치고 푸릇푸릇한 생동감이 있다. 특히 선별하고 선별한 가르가네가로 만든 캄포 레 칼레(Campo le Calle)는 농익은 포도의 힘과 질감을 얻기 위해 잎을 모조리 제거해 포도즙을 숙성한다.라 카푸치나(La Cappuccina)의 소아베는 투명하고 깔끔하다. 현무암의 토양 아래 자라나는 포도나무는 광물향을 길어 올려 와인에 선사한다. 양조장 내에는 15세기 카푸킨 수도회 소속 한 수사가 세운 예배당이 있는 연고로 그 이름을 카푸치나로 지었다. 라벨의 이미지가 그 교회다. 이란성 남녀 쌍둥이가 각각 경영과 마케팅을 맡고 있으며 막내는 양조를 책임진다. 일찍 수확한 가르가네가를 실내에서 말려 레치오토(Recioto)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때에는 우선 알 사이가 벌어져야 하고 곰팡이가 슬지 않아야 하며 껍질이 두꺼워야 좋은 디저트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귀띔한다. 우연히도 쌍둥이는 둘 다 변호사와 결혼했다.16세기부터 소아베 클라시코 지역에서 와인을 빚고 있는 지니(Gini)는 저온 발효를 통해 맑은 맛의 소아베를 만든다. 기온이 낮은 셀러(저장창고)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포도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무수아황산(이산화황)을 가할 필요가 없다. 자연의 맛에 가까운 와인을 양조할 수 있다. 또한 오크통 역시 세심하게 살핀다. 보통 1년 걸려 만든 오크통을 쓰지만, 여기서는 오크통을 짠 다음에 2년을 더 묵혀 쓴다. 그래야 오크의 수액이 적당히 스며 나온다고 한다. 지니 와인 가격은 타 양조장에 비해 조금 높은 편이지만, 발효 시 방부제 격인 무수아황산을 쓰지 않는 점과 오래 묵힌 오크통을 쓰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다.조정용 아트옥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