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마니아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물건이 있다. 일명 ‘맥가이버 칼’이라고 불리는 멀티 툴이 그것이다. 칼, 가위, 송곳은 물론 손톱깎이, 세톱, 이쑤시개 등이 한 몸에 들어 있어 위급한 상황일 때 손쉽게 꺼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험한 길을 걸어야 하기에 최대한 짐을 줄이면서도 다양한 장비들을 챙겨야 하는 등산객들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인텔의 멀티 코어 프로세서 역시 PC 사용자들의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최적의 프로세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소비자들이 높은 성능과 빠른 속도를 원했다면 오늘날 고객들의 요구는 단순히 속도 증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능 향상과 더불어 휴대성, 저전력, 저소음 등이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 소비자들은 이제 더 작고 강력한 이동형 기기, 배터리 수명 연장, 소음이 적은 데스크톱 PC를 원하고 있다.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전력 소모량은 곧 생산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전력 대비 가격·성능 및 냉각 비용 감소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사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IT 기업들은 고성능을 유지하거나 더욱 높은 성능을 보이면서도 낮은 전력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싱글 코어 프로세서에서는 성능 향상을 위해 클럭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소비 전력도 함께 높아진다. 이런 성능과 소비 전력의 악순환은 계속돼 결국 성능 향상의 한계에 도달한다. 그래서 멀티 코어는 코어당 클럭을 낮춰 에너지를 더 적게 소비하면서도 머리를 여러 개 달아 여러 개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해 결과적으로 성능을 높인 기술이다. 인텔이 2006년 7월과 11월 각각 코어2 듀오와 더불어 내놓은 ‘머리가 4개 달린’ 쿼드 코어 프로세서는 대표적인 멀티 코어 프로세서다. 인텔은 이미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데스크톱 및 노트북용 코어2 듀오 프로세서와 함께 제온 5100, 7100 시리즈, 듀얼코어 아이테니엄 프로세서 등 기업 시장과 소비자 시장 모두에서 멀티 코어 프로세서의 풀 라인업을 갖췄다. 제온 5100 프로세서 제품군은 기존의 싱글 코어 제품에 비해 3배의 성능 향상을 보이면서도 소비 전력은 40%나 절감됐다. 한편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제온 5300 프로세서는 현재 사용되는 듀얼 코어 제품군에 비해 전력 소모량 증가 없이 성능이 최대 50% 향상됐다.IT 시장 곳곳에서 벌써 새로운 미래 컴퓨팅 환경의 도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른바 ‘테라 시대’가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IT 시장이 점점 세분화되고 데이터의 양과 복잡성이 증가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결국 이 시기에는 급증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테라플롭(teraflop: 초당 1조 번의 부동 소수 연산) 수준의 연산 능력과 테라바이트(1024기가바이트)급 데이터 저장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멀티 코어 프로세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쿼드 코어는 멀티 코어 프로세서의 진화 과정에 있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인텔은 이미 2006년 US IDF에서 하나의 다이에 80개의 코어를 탑재한 실험 제품을 선보였다. 이제 수백 개의 코어를 탑재한 프로세서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의약에서 IT까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사용 모델의 개발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오피스, 디지털 홈, 이동 중에 구현되는 컴퓨팅 작업, 컴퓨터 게임에 일련의 대혁신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이희성인텔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