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와인 투어

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살지 않습니다.” 오스트리아 와인 마케팅 보드(AWMB)의 대표 빌리 클린거(Willi Klinger)는 이렇게 힘주어 말한다. 사람들이 종종 오스트레일리아와 혼동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하는 말이다. 그는 한때 오스트리아의 유명 와이너리 안젤로 가야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마케팅에 재능을 보인 인물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와인은 지성인을 위한 와인”이라며 “세계 와인 생산량의 고작 1%를 차지하는 오스트리아 와인은 어차피 대량 수요처가 필요하지도 않다. 와인의 참맛을 잘 이해하는 그런 지성인들의 와인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더 요구한다 해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정된 와인을 보다 더 고차원적으로 알리기 위한 현명한 태도인 것 같다.AWMB에서 일하는 수전 스타글(Susanne Staggl)은 자국 와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 한복판에 있는 오스트리아는 구세계(Old World) 중 가장 새롭다. 그래서 오스트리아는 뉴 올드 월드(New Old World)로 표현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포도밭을 찾아 나선 곳은 황새가 많기로 이름난 부르겐란트(Burgenland) 지방의 루스트(Rust)다. 이곳은 노이지들러 호수(Neusiedlersee) 인근의 도시인데, 이름처럼 바다 같이 큰 호수가 있다. 호숫가에는 보통 물안개가 많아 스위트 와인이 발달해 있다. 귀부 포도를 만드는 곰팡이 보트리티스 시네레아(Botryits Cinerea)가 포도밭에 잘 퍼지기 때문이다. 헝가리와 함께 합스부르크 제국의 거대한 영토를 다스렸던 시절에 공유한 문화가 여전히 마을에 남아 있다. 동유럽의 드넓은 평원 페노니아를 달리는 이들의 생활은 길게 지어진 집의 양쪽 끝에 마주보고 단 대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로 말을 탄 채 드나들 수 있다. 마을 중심에는 유럽에서 보르도 다음으로 손꼽히는 와인 아카데미가 있다.이 지방에 속한 미텔부르겐란트(Mittelburgenland)는 레드 와인으로 유명하다. 토착 품종인 만생종 블라우프란키시(Blaufrankisch)는 육중한 골격과 강건한 구조, 진한 빛깔을 자랑해 2005년에 레드 와인으로는 최초로 DAC(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 프랑스의 AOC, 이탈리아의 DOC와 유사)를 획득했다. 루스트의 양조장인 기핑(Giefing)의 주인 에리히 기핑(Erich Giefing)은 제철 음식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내놓으며 여러 종류의 블라우프란키시를 맛보도록 했다.두 번째 행선지는 최대 생산 지역인 바인비에르텔(Weinviertel). 빈 북쪽에 있다. 한때 벌크와인을 주로 생산했으나 요즘 고품질 와인으로 거듭나려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주로 그뤼너 벨트리너가 재배되는데 2003년 오스트리아에서 최초로 DAC로 지정됐다. 시음 장소는 바로크 문화가 흥건히 녹아 있는 호프성(Schloss HOF). 사보이 왕자 오이겐의 거처였으며, 이후로 마리아 테레지아(마리아 앙트와네트의 모친)가 별장으로 사용하던 드넓은 성이다. 성 내부에서는 오스트리아의 향토 음식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송아지 고기에 빵 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내는 음식으로서 주된 맛이 담백함이니 굳이 레드 와인만 찾지 말도록.이 지역에서 대대로 양조업에 종사해 오다 1979년부터 본격적으로 와인을 출시하고 있는 바우어 노르베르트(Bauer Norbert) 씨는 츠바이겔트(Zweigelt)라는 품종이 3년 정도 숙성되면 딱 좋고 주로 국수나 소시지에 곁들이면 그만이라고 한다. 주말이면 체코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와인을 사러 오기도 한다. 츠바이겔트는 블라우프란키시보다 색깔이 연하고 질감도 가벼운 편이라서 음식과의 궁합을 맞추는 것이 오히려 더 쉽다. 츠바이겔트는 1922년 동명의 학자가 블라우프란키시와 생로랑(St-Laurent)을 혼합해 만든 신품종이다.올 세계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안드레아스 라슨(Andreas Larsson, 스웨덴)은 오스트리아 와인 애호가다. 그는 2005년도 영국 잡지 ‘와인 인터내셔널’이 주최한 소믈리에 챌린지에서도 우승했는데, 고득점 배경에는 오스트리아 와인이 있다. 산도가 높고 산뜻하며 풍성한 과일향의 블라우프란키시, 그리고 미네랄이 풍부하고 질감이 투명한 그뤼너 벨트리너를 추천한 것이 심사위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훤칠한 키와 깨끗한 용모도 큰 무기인 것 같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주로 레스토랑에서 구할 수 있다. 오늘날 오스트리아 와인의 현주소를 표현하는 문구는 그래서 ‘양보다는 질’.1. AWMB 빌리 클린거(왼쪽)와 2007 세계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안드레아스 라슨(오른쪽). 2. 부르겐란트 지방 레이타베르그 지역에서 나뭇가지를 다듬는 사나이. 송이에 빛이 많이 들도록 위치를 조정해 준다. 3. 오스트리아의 대표 청포도 품종, 그뤼너 벨트리너의 잎사귀.조정용 아트옥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