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현의 경매 성공 가이드

원 경매가 대중화된 지는 불과 15년도 채 되지 않았다. 1993년 5월 민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법원 경매는 호가 방식으로 진행돼 입찰인 간 담합과 ‘브로커’들의 횡포가 심각했다.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자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법원 경매 입찰 방식을 호가제에서 입찰제로 바꿨다. 이후 법원 경매는 빠르게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영선법률사무소 황지현 경매실장은 우리나라 법원 경매 역사의 산증인이다. 소위 ‘꾼’들만 입찰에 참여하던 호가제 시절부터 그는 줄기차게 법원 경매의 대중화를 부르짖었다. 또 법원경매 시장에도 정보기술(IT)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을 예견했다. 결과적으로 황 실장의 예측은 적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법원 입찰장에는 아줌마 부대들의 바람이 거세다. 낙찰가가 감정가를 뛰어넘는 물건이 속출하는 등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부에서 경매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경매 고수인 그의 생각은 어떨까.“요즘은 승률(입찰에 참여해 낙찰 받는 확률)이 형편없어요. 외환위기 직후인 2001~02년만 해도 찍는 물건은 죄다 낙찰됐는데…. 그래서 일반 물건보다는 권리 관계가 복잡한 특수 물건을 많이 다룹니다. 큰 틀에서 볼 때 법원 경매가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묻지마 식’의 투자가 아니라면 분명 법원 경매는 괜찮은 투자처입니다.”그가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영선중개법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법원 경매 전문 중개법인이다. 당시 그가 했던 업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경매 물건을 추천하고 권리 분석을 대행해 주는 것이었다.“이런 업무는 국내에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기존 브로커들의 방해와 업무 진행에 대한 오해로 직원들이 검찰에 구속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모두 무혐의로 처리됐지만 어쨌든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영선중개법인이 출범과 함께 기치로 내건 것이 바로 경매 대중화였다. 경매 관련 제도가 미비했던 당시 영선중개법인은 낙찰 수수료를 감정가의 1%로 정했고 일반인 대상 무료 강좌와 경매 관련 책자를 무료로 배포했다.2002년 황 실장은 법원 경매와 IT를 접목한 닥터옥션을 설립했다. 닥터옥션은 법원 경매 관련 서류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출력이 가능하도록 서비스했으며 경매 실황을 생중계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된 경매 컨설팅 업무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그러나 코스닥 열풍이 냉각되면서 투자를 약속했던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철회했고 결국 그는 참담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법원 경매의 묘미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있다. 물론 모든 부동산을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경쟁을 거쳐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낙찰가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법원 경매는 일반 부동산 경기와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인다. 법원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채무자가 변제할 능력이 없어서 채권자가 법원에 강제 경매를 신청해 나온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경기가 나쁠수록 법원 경매 시장은 활황세를 기록하게 마련이다.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황 실장은 법원 경매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환상부터 버릴 것을 주문한다. 취득과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가중돼 싸게 낙찰 받지 않고서는 단기 거래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신 그는 실수요나 임대 사업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은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일반인들에게 법원 경매 교육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싸게 낙찰 받을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치권, 허위 임차인이 설정돼 있는 물건에 대해서 관심을 갖죠. 하지만 이렇게 권리 관계가 복잡한 물건은 투자용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권리 관계가 간단한 물건이 널려 있는데 왜 그렇게 복잡한 걸 고집하는지 모르겠습니다.”황 실장은 법원 경매가 대중화됐다고 하지만 숨겨진 함정은 아직도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매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처음 입찰장에 나서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라고 강조했다.그는 올 하반기를 투자 적기로 꼽았다. 하반기부터 강남의 유망 아파트들이 경매 시장에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니 장기 투자자는 지금부터 물건 찾기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은 대부분 권리 관계가 복잡한 것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요즘 경매 시장에는 대치동, 도곡동 등 강남 유망 지역 물건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물건 수가 배는 늘어났을 겁니다. 일반 거래보다 10% 정도 싸게 산다는 전략으로 접근하면 될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응찰 가격은 어느 정도 선에서 결정해야 할까. 사실 이 부분은 법원 경매의 하이라이트다.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투자 수익률과 직결된 이 부분을 짚어내기란 쉽지 않다.“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매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매물 수준을 넘지 않게 합니다. 대개 초보자들은 낙찰가만으로 투자 수익률을 계산하는데, 사실 법원 경매는 낙찰 후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전 등기 비용과 명도 비용까지 감안해 응찰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아울러 그는 “아파트보다는 근린상가 등의 투자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목 좋은 곳의 근린상가를 낙찰 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