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업계 숨은 진주에서 주도주 부상 가온미디어

지털 셋톱박스 전문 업체인 가온미디어(대표 임화섭)에 대한 증권가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셋톱박스 대장주인 휴맥스를 제치고 이 회사를 최우선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대우증권도 “가온미디어는 놀라운 실적 개선을 보이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엔진을 달았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특히 미국 나스닥 상장 업체 자일랜의 대표이사로 ‘벤처 업계의 신화’라고 불리는 재미교포 김윤종 회장과 외국계 투자사 리먼브러더스가 투자에 나섰다는 소식에 더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흔히 셋톱박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199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휴맥스다. 휴맥스는 ‘코스닥의 삼성전자’라고 불리며 코스닥에 상장된 동종 기업 중 실적(지난해 매출 6559억 원, 영업이익 394억 원)이 가장 좋다. 이에 비해 2005년 상장한 가온미디어는 신생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808억 원, 영업이익 13억 원으로 휴맥스의 실적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가온미디어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는 매우 후하다. 올 초 9000원대였던 주가는 이달 들어 2만 원대까지 치솟으면서 6개월 만에 약 130% 상승했다.증권시장 참여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속적인 실적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때문이다. 가온미디어는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한 361억 원, 영업이익은 371% 급증한 33억 원을 기록해 분기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셋톱박스 업계에서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선보인 셈이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미국과 동유럽, 인도 등지의 방송사업자들로부터 디지털 셋톱박스 수주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89% 늘어난 1527억 원, 영업이익은 1023% 증가한 146억 원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장밋빛 전망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가온미디어의 목표 주가를 앞 다퉈 상향 조정하고 있다. 박원재 대우증권 연구원은 “방송의 디지털화가 세계적인 추세로 부각되고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HD급 디지털 셋톱박스와 PVR(개인용 비디오 녹화장치)의 비중이 높아져 글로벌 업체로서 장기 성장이 기대된다”며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 주가 2만6000원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의 김홍식 연구원은 가온미디어의 목표 주가를 기존의 1만3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증권 전문가들의 이 같은 평가를 개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반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2등의 반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내심 최근 수개월 사이 훌쩍 올라 버린 주가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 증시가 장기 상승 추세에 있는 만큼 현 주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가치주로서의 도약에 무게를 둔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지난 2001년 설립된 가온미디어는 임화섭 대표를 비롯한 초기 창업 멤버들이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들이다. 현재 직원 168명 중 57%인 96명이 연구개발(R&D)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주요 제품은 CAS(수신제한장치, 방송사가 채택한 암호화 시스템을 수신기에 내장해 유료로 구입한 스마트카드를 이용해서 시청), HD급 PVR, MHP(멀티미디어 홈 플랫폼) 등이다.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24개국 80개 방송사업자에게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국내와 중국 알제리 터키 헝가리 등 5개국에 생산 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두바이와 독일 등 6개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가온미디어는 최근 들어 세계적인 방송 사업자들과 잇따라 수주 계약을 맺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 6월엔 스포츠방송 전문 채널인 ESPN 스타 스포츠(STAR SPORTS)에 6500대의 셋톱박스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ESPN 스타 스포츠는 미국의 유명 케이블 위성방송사업자 ESPN과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종합 미디어 회사 STAR그룹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한국의 MBC-ESPN을 비롯, ESPN 아시아, ESPN 인도 등 아시아권에 13개 케이블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다. 또 가온미디어는 인도의 대형 케이블 방송사로 3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해스웨이(Hathway)와 249만 달러 규모의 셋톱박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가온미디어는 이 같은 급성장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사업 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인텔사와 공동으로 IPTV(인터넷 프로토콜 TV)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텔의 차세대 방송용 칩셋을 가온미디어의 셋톱박스에 장착해 인텔의 방송용 칩을 사용하는 글로벌 방송사업자들에게 제품을 공급하면서 세계 시장을 공동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상용화한 모바일 PVR 단말기 또한 향후 신규 주력 제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모바일 PVR 단말기는 기존 PVR 셋톱박스에 녹화돼 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다. 가온미디어는 수출과 동시에 내수를 강화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 전략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스카이라이프와 130억 원 규모의 MHP 셋톱박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위성방송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현재 국내 위성 셋톱박스 시장점유율은 50%선이며 이 부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임 대표는 “올 내수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수준인 4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부터는 IPTV 셋톱박스 공급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시장과 관련해 “인도 유럽 시장에서 방송사업자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마무리되면 미국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며 “미국 시장 관세 4.5%가 철폐될 예정인 데다 미국이 2009년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바꿀 예정이어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재 가온미디어의 지분 구조는 실질적인 대주주인 임 대표가 지분 16.6%를 보유하고 있고 개인 자산가인 진국봉 씨가 14.9%를 갖고 있다. 또 미국 투자회사 JF에셋이 7.4%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32%에 이르고 있다. 지난 10일엔 김윤종 자일랜 회장이 74만 주(10%)를 사들이면서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 정도로 많이 살 줄은 몰랐다”면서 “그러나 단순 투자 목적이며 인수·합병(M&A) 목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년 동안의 부진을 딛고 실적 턴어라운드로 증시에서 다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가온미디어. 올해 가온미디어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