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보험업계의 명가 삼성화재

랑스의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가 최근 쓴 책 ‘미래의 물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미래에는 수명이 길어지고 삶의 패턴이 달라지면서 개인들이 건강이나 여가 생활에 대한 스스로의 규율을 강화하는 장치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이 줄어들고 시장의 감시 역할이 커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개인들의 삶과 가장 밀접히 연관된 보험사들의 사회 통제권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다소 복잡하게 들리는 이 말을 쉽게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래사회에서는 보험 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자크 아탈리의 예측이 아니더라도 실제 우리의 일상생활을 관찰해 보면 보험 회사가 관여하는 부분이 갈수록 확대돼 가고 있다.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대에서는 보험의 위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세계적 헤지 펀드인 ‘퀀텀 펀드’의 공동 설립자 짐 로저스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 “향후 어디에 투자하는 게 유망한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해답은 단순합니다. 미래에 뜰 것 같은 산업에 미리 투자하면 됩니다. 물론 각 나라마다 뜨는 산업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교육 산업이 뜰 것입니다. 한국도 부자 나라 대열에 편입되면서 여유를 즐기는 산업, 가령 여행이나 레저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유망하겠죠.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어느 나라나 공통적인 미래 유망 산업이 있게 마련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보험 산업입니다.”짐 로저스의 말대로 보험은 확실히 미래에 뜰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며 그중에서도 리딩 업체에 장기 투자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 투자 전문가들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이런 면에서 삼성화재는 국내 보험 업계의 명가라는 점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아주 매력적인 주식이다. 우선 삼성화재는 손해보험 업종 대표주다. 지난해 손보 업계가 전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따라 고전한 가운데서도 삼성화재는 업종 대표주답게 손해율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 결과 손보 업계 내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에서도 다른 보험사와 차별화된 성과를 내고 있다.우선 삼성화재 경쟁력을 분석하기 전에 손보 업계 현황부터 살펴보자. 국내 손해보험 업계에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11개 종합보험사와 다음다이렉트 등 자동차보험만을 취급하는 3개 전업사, 그리고 1개 재보험사(코리안리), 1개의 보증보험 전업사(서울보증보험)가 있다. 여기에다 13개 외국계 보험사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최근 손보 업계는 방카슈랑스와 직판 홈쇼핑 등 채널 구조가 급격하게 다변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금융 권역 간 겸업화, 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 손보 업계 전체 실적을 보면 총 보험료 규모는 26조79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성장했다. 분야별로 보면 일반 보험은 9.0% 성장한 3조2125억 원, 자동차보험은 7.4% 성장한 9조1876억 원, 장기보험은 21.0% 성장한 14조3952억 원 등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를 감안하면 손보 업계 전체적으로 일반 보험보다는 장기보험 매출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손보 업계 내 삼성화재 시장점유율은 2006 회계연도 기준 30.8%로 독보적인 1위다. 분야별로는 일반보험 시장점유율이 29.1%,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30.0%, 장기보험 점유율은 31.6%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강점은 바로 이 같은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손보사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등 모든 부문에서 다른 회사들보다 영업이익률이 2∼3%포인트 정도 높다.이 같은 높은 이익률은 타사들보다 높게 유지되는 지급여력비율과 상품 설계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박정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폭넓은 고객 기반과 높은 지급여력비율을 바탕으로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에서 삼성화재만의 강점이 돋보인다”며 “자본 여력과 든든한 고객 기반은 장기 수익성을 더욱 공고히 해 다른 회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시장 1위 사업자로서의 강점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상승에 따른 업계 위기 때도 빛을 발했다. 손보 업계 전체적으로 2006년은 악몽과 같은 해였다. 2005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06년 하반기 평균 80%까지 육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곧 손보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양보다 질 위주의 영업 전략으로 업계 전체의 손해율 급증 속에서도 타 보험사 대비 2∼3%포인트 정도 낮은 손해율을 유지했다.이에 따라 3월 말 결산 법인인 삼성화재는 2006 회계연도에도 탁월한 영업 성과를 냈다. 순이익은 3412억 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원수보험료는 8조2426억 원으로 전년보다 13.6% 늘어났다. 상품별로는 장기보험이 4조54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고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도 각각 2조7604억 원과 9362억 원을 기록, 12.3%와 11.2%의 성장세를 보였다. 김현욱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이 대폭 늘어난 것은 업계 전반적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은 수준인 가운데서도 삼성화재의 손해율은 오히려 줄어들며 뛰어난 이익 관리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보험 영업 효율을 가늠하는 경영 지표인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포인트 감소한 101.4%를 기록했다. 또 고정이하무수익여신(NPL)의 비율은 0.6%로 낮아지면서 금융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측정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2007년 3월 말 현재 388.1%로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향후 실적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 한 해 괴롭혔던 자동차보험 부문이 올 들어서는 외형 성장과 손해율 하락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면서 삼성화재의 이익 창출력이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한 올해 사업 목표인 원수보험료 9조500억 원, 순이익 4000억 원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구철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통해 손보 업계 전체적으로 손해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업종 대표주자인 삼성화재의 실적 호조세가 돋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규선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과 장기보험의 높은 성장성,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 등에 힘입어 삼성화재 실적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수익성 중심의 차별화된 영업 전략은 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꾸준히 높여주는 최대 요소”라고 말했다. 자본효율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도 2006년 8.5%에서 2007년 9.5%, 2008년 11.0%, 2009년 12.5%, 2010년 13.7% 등으로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정부가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도 삼성화재 전망에 긍정적인 요소다. 현재 정부는 증권업 확대에 초점을 맞춘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될 경우 보험업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른바 ‘보험판 자통법’을 추진 중이다. 주요 내용은 △보험 상품 개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보험 지주회사 및 어슈어뱅크(보험사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며 △보험사에도 지급 결제 기능을 도입하는 것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 산업 간 불균형이 극심한 상황에서 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통합법 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이제 정부가 보험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지면 여신 기능을 보유한 보험사가 향후 예금과 적금 자금 이체, 수표 발행, 지로 결제 등 소액지급결제 기능을 확보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며 “그에 따른 수혜 폭은 시장 1등 업체인 삼성화재가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삼성화재의 주주이익환원 정책도 돋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25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 소각을 발표했다. 여기에다 주당 1500원의 현금배당도 실시했다. 이철호 한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을 감안하면 2006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한 셈”이라며 “이로 인해 삼성화재의 ROE는 향후 안정적으로 10% 이상에서 상승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투자 영업 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고객 자산을 기반으로 자체 운용을 하고 있는데, 삼성화재의 경우 운용자산 포트폴리오는 유가증권 70%, 대출 22%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가증권 중에서도 주식이나 펀드보다는 채권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같은 안전자산 중심의 운용 구조는 최근 같은 증시 활황장에서는 다소 낮은 투자영업이익률을 올릴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마지막으로 주가흐름을 보자. 2005년 초 이후 주가 그래프를 그려보면 그야말로 45도 각도로 오름세다. 중간 중간 조금씩 조정을 받았지만 곧바로 회복하며 대세 상승 곡선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재 주가는 20만 원대에 육박해 지난 2005년 5월 3일의 저점이던 6만7300원에 비하면 3배 이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펀더멘털(내재가치) 전망이 좋은 데다 주가에서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점을 들어 장기 매수하기에 아주 적합한 주식으로 추천했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