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zzang)’ 장진영의 가치 투자 기법

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다.’ 절대 강자 없이 무수한 실력자들이 명멸을 거듭하는 증권가. 한때의 탁견으로 숱한 추종자들을 끌어 모았던 고수들도 이름 없이 스러진다. 한순간의 방심이나 탐욕을 냉정히 다스리지 못해 나락으로 급전직하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시장을 이기려고 만용을 부린다면 생명은 더 짧아진다. 사람의 힘으로 롤러코스트 같은 주가를 결국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전략가보다 장기간 꾸준히 성과를 내는 전략가를 더 고수로 친다.다음카페 증권 정보 채널(http://cafe.daum.net/highest) 운영자인 장진영 씨는 이런 의미에 부합하는 재야 고수다. 1998년 증권가에 입문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모으며 롱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최대 증권 정보 카페(회원 수 8만3000여 명)를 운영하고 있으며 ‘짱(zzang)’이란 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또 그가 대표로 있는 유료 사이트 ‘윌클럽(www.willclub.com)’은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한국경제TV와 공동으로 ‘증권사관학교’를 개설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매 기법 등을 강의하기도 했다. 또 ‘밤을 잊은 투자자들에게’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도 출연, 재야 고수의 입지를 굳혔다.그의 장수 비결은 앞을 내다보되 철저히 시장에 순응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르고 있는 세력주를 추격 매수하지 않는다. 3~4개월 혹은 6개월 정도 지나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재료를 보유한 저평가 가치주만 분할 매수한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되 단타를 지양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승부를 걸고 있는 것. 올 들어서만도 조선주와 지주회사 관련주 장기 보유를 주장, 회원들에게 50~100%의 수익을 안겨 줬다.이공계 출신으로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가 증권가에 입문하게 된 것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우연”이다.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대우정보시스템에 입사해 시스템 개발이란 한 우물만 팠다. 하지만 그는 1998년 말 증권 정보 사이트에 우연히 올린 글 하나로 전문 투자자로 변신하게 됐다. 무수히 많은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을 제치고 무명인 그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회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의 글에는 숱한 댓글이 달렸고 그가 추천한 종목은 거의 여지없이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꼼꼼히 따지는 이공계 성향 덕분인 것 같습니다. 해당 기업의 제품, 향후 사업은 물론 요약재무제표 주주분포 지분율 등 모든 자료를 살펴보고 주식 담당자와 전화 통화한 다음 글을 올렸습니다. 조금이라도 꺼림칙한 부분이 있으면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요.”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겨났다. 1999년에는 추종자들이 3000여 명으로 늘어나자 친목 도모를 위해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그의 필명 ‘짱(zzang)’도 이때 회원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한 회원이 “짱(zzang)님으로 부르고 싶다”는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된 것. 동호회 명칭도 자연스럽게 ‘짱의 평생증권 동호회’로 지어졌다. 이 동호회는 현재의 ‘윌클럽’과 ‘다음카페 증권정보채널’ 설립으로 연결됐다.장진영 씨가 증권계에 입문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숱한 재야 고수들이 나름대로의 독특한 투자 기법을 소개했지만 그의 투자 전략은 한결같다. 아직 손을 타지 않은 저평가 우량주를 초기에 발굴, 분할 매수를 통해 물량을 꾸준히 늘려간다. 모든 상품이 그렇겠지만 주식도 쌀 때 매수해 비쌀 때 매도해야 높은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보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조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의 마음가짐이 투자 수익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한마디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식이 일반 투자자들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달리 말하면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흐름에 역행해서다. “아직도 시장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저평가 우량주가 많습니다. 문제는 마인드입니다. 좋은 주식을 보유하고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끝없이 상승할 것 같아 매수하면 그때부터 하락하기 시작하고 추가적으로 더 하락할 것 같아 매도하면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경우 그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이미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기 때문입니다.”그는 감정 조절이 어느 정도 이뤄진 이후에는 시장 논리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즉, ‘수급이 기업의 내재 가치나 재료 가치에 철저하게 선행한다’는 대전제를 가슴에 새기라는 것이다. 주식 투자는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의지를 바탕으로 자기 투자 원칙과 기법을 지켜가며 반복 매매할 때 성공할 수 있는 ‘기능의 영역’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시세(주가)라는 것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까닭에 일정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메커니즘의 핵심은 ‘수요와 공급’입니다. 결국 차트를 통해 매수 세력(수요)과 매도 세력(공급) 간의 힘의 크기와 흐름, 전환점(타이밍)을 분석하는 ‘세력가치분석’을 잘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감정 조절과 시장 논리를 익혔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들이 ‘대박’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주식시장에서 승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어떤 절박한 상황이 와도 고수해야 할 자신만의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주식 투자에는 수많은 기법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법이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주식시장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소문과 뉴스들이 넘쳐납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큰 손실을 봅니다. 이 중에서 90% 정도는 투자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주식에 대한 정보는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하되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뇌동매매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작용할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그 다음으로는 기술적 방법론. “기본적인 기술적 지표들을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주식시장에는 소수의 수익 내는 사람과 다수의 실패하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수익 내는 쪽에 서고 싶다면 당연히 투자에 꼭 필요한 지표들을 먼저 익히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동평균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매수와 매도를 되풀이하는 사람은 총도 없이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습니다.”기업의 장래성을 살피는 것도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주식은 뭐니 뭐니 해도 미래의 꿈을 먹기 때문이다. “현재보다는 기업의 미래를 봐야 합니다. 현재 각광을 받으며 상승하는 종목보다 앞으로 상승할 종목에 관심이 필요하지요. 지금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으며 상승 중인 종목은 머지않아 최정점에 이를 것이고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은 바닥권에 있지만 앞으로 상승할 종목에 투자해야 큰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앞으로의 시세를 읽는 능력이 필요한데 경제신문 등을 꾸준히 읽는 것이 그 지름길입니다.”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