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 년간 재테크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던 해외 펀드의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국내 주식형 펀드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때문이다. 그러나 분산 투자 측면에서 펀드 투자 금액의 20∼30%가량은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전문가들이 권하는 펀드 투자의 정석이다. 특히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는 초과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펀드 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이다.인도 중국 동유럽 등에 이어 최근 신흥시장 펀드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품이 바로 중남미 펀드다. 최근 1년 기준으로 지역별 펀드 수익률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는 등 탁월한 수익률이 돋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서둘러 ‘제2의 엘도라도’, 중남미 관련 상품을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월 4일 기준으로 국가별 주식형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에서 중남미 펀드가 55.59%로 3위에 올랐다. 1위는 83.87%로 중국 펀드가 차지했지만 한국에서 판매 중인 중국 펀드들은 홍콩 증시 비중이 압도적인 상품이어서 크게 의미가 없다. 58.90%로 2위를 차지한 싱가포르 펀드도 한국에 소개된 상품이 극소수여서 일반적인 이머징 국가 펀드로는 사실상 중남미 펀드가 수위를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중남미 펀드의 투자 포인트는 △풍부한 천연자원 △인플레이션 통제 성공 △정치적 안정 △저평가된 증시 등으로 집약된다.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지역은 천연자원의 보고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의 석유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9.8%에 이른다. 중동(61.9%)과 구소련 및 유럽(11.7%)에 이어 세계 3위 지역이다. 철광석과 구리는 각각 전 세계 매장량의 9.2%, 천연가스는 4.1%가 중남미 지역에 묻혀 있다.1990년대 초반 200%대를 넘나들었던 물가상승률은 2000년 이후 7%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2003년 이후 매년 9%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멕시코 브라질 칠레 등도 5%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또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주가 상승에 우호적이란 평가다. 브라질은 작년 초 18%에 달했던 정책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해 올해 4월에는 12.5%까지 낮췄다.중남미 경제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수출 중심의 경제 성장 단계에서 내수 위주의 성장으로 진화 중이라는 점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중남미 국가들은 무역수지 흑자,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통화 강세 등에 힘입어 수출 중심의 성장을 지속해 왔으나 최근에는 내수 시장 성장이 돋보이기 시작했다”며 “가처분소득 향상으로 내수 여력이 커졌고 금리 인하로 민간 신용 공급 확대와 소비 증가가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국가별 주요 경제 이슈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브라질은 정책 금리를 연말에는 11.25%까지, 내년 말에는 10%까지 인하할 계획이다. 칠레 볼리비아 등 중남미 5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현재 멕시코 캐나다 등과도 협정을 논의 중이다. 지난 4월에는 JP모건이 발표하는 국가위험도지수가 140 이하로 내려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해 조만간 브라질 국가신용도가 투자적격등급으로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졌다.멕시코는 올해 1분기 생산시설가동지수가 2005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생산 측면에서의 성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 건설 경기 붐은 내수 소비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빠른 성장 속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남미 증시는 저평가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제로인에 따르면 7월 4일 현재 최근 1년 기준으로 수익률이 가장 좋은 중남미 펀드는 역외 펀드인 ‘템플턴라틴아메리카펀드A’로 67.36%에 이른다. 슈로더 피델리티 등의 라틴아메리카 펀드들도 연 54∼66%대의 고수익을 자랑하고 있다.중남미 펀드가 이머징 상품 시장에서 주목받자 국내 운용사들도 최근 신상품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지난 4월 ‘봉쥬르중남미플러스’를 선보였고 5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에 이어 6월에는 우리CS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슈로더자산운용 기은SG자산운용 삼성투신운용 등도 연이어 중남미 상품을 내놨다. 국내 운용사로는 처음 선보인 신한BNP파리바의 ‘봉쥬르중남미플러스’는 판매 3개월여 만에 6300억 원의 설정액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슈로더운용의 라틴아메리카펀드도 1주일 만에 1000억 원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등 추격에 나서고 있다. 국내 운용사들이 설정한 중남미 펀드는 역외 펀드와 달리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빠른 속도로 설정액이 늘고 있다.최근 3개월 만에 국내 운용사의 중남미 펀드로 몰린 자금은 1조 원을 넘어섰다. 신한BNP파리바와 우리CS는 각각 BNP파리바와 크레디트스위스(CS) 본사에서 수년간 운용 중인 중남미 펀드를 복제해 운용하고 있다. ‘봉쥬르중남미플러스’는 브라질에 59%를 투자하고 있고 멕시코(31%) 칠레(5%) 아르헨티나(4%) 등에 분산돼 있다. 우리CS자산운용 상품도 브라질 비중이 51%로 가장 많고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증시 주식들이 골고루 편입돼 있다. 통신 원자재 금융 등이 주요 투자 대상 업종이다.미래에셋맵스의 중남미 펀드는 인덱스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남미 국가 35개 기업의 주식예탁증서(DR)로 구성된 지수를 복제해 투자하는 구조다.삼성투신운용도 6월 말부터 삼성증권과 동양종금증권 등을 통해 중남미 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해외에서 중남미 펀드를 운용 중인 영국의 웨스트LB멜론운용에 위탁하는 상품이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월드와이드 라틴우량주식형펀드’는 펀더멘털 인덱스를 활용해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인 인덱스 전문회사인 FTSE/RAFI가 제공하는 ‘FTSE 이머징라틴아메리카 인덱스’를 참고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펀더멘털 인덱스는 단순히 시가총액 순서로 종목을 편입하지 않고 매출 순자산 배당 현금흐름 등 기업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을 반영한 지수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