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 없는 노후’는 길어졌고 금리는 낮아졌다. 절약과 저축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오래 살 위험’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표현이 아니다. 흔히 3층 보장 제도라 불리는 국민연금과 기업연금, 개인연금이 있지만 국가와 기업(사회), 개인이 힘을 합쳐 노후를 준비하는 이 협력체제는 화려한 허울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미덥지가 못하다.①연금의 혜택은 턱없이 부족하고 ②자식의 부양을 받을 수 없으며 ③불행히(?) 점점 더 오래 살아야 하는 현재의 30~50대에게는 일본의 경험은 타산지석이다. 일본의 전후 부흥을 이끌었던 단카이(團塊) 세대(50대 후반)의 경우 이들이 젊었을 때는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지금 ‘단카이 노인’ 1명을 부양할 수 있는 젊은이가 2명에 불과하다.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주민세 비과세 혜택과 고령자 소득공제를 폐지했다. 또한 70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의료보험 지원을 삭감(20~30%)하고 노인 대상 요양 병상도 축소(38만→15만 병상)했다. 몸이 아파도 앓아누울 곳조차 없게 된 셈이다. 그나마 일본의 경우 연금 대체율(현역 시절 소득 대비 연금 비율)이 59%나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보다는 ‘양반’이라고 해야 할 형편이다.노후 대비 재테크의 핵심은 ①지금 당장 ②소액이라도 ③장기(長期)로 운용하는 것이다. 비과세와 소득공제 상품의 활용도 중요하다. 그러나 살다 보면 언제나, 지금 당장 본격적인 재테크에 착수할 수 없는 사정이 있고 시드 머니(seed money: 종자돈)가 아쉬우며 장기로 운용하기에는 남아 있는 생이 너무 짧기만 하다. 이런 이들을 위해 전문가들은 투자형 상품을 권한다. 이제는 저축의 시대가 아니라 투자의 시대라는 것이다. 부동산은 규제 정책과 세금으로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은행 예금과 채권도 저금리로 수익성이 떨어져 결국 주식과 주식형 펀드 외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다. 적립식 투자가 정답이라고도 한다.그러나 현재의 시장은 불안하다. 조정을 받아도 불안하고 조정 없이 그냥 가도 불안하다. 미국 시장의 경기 둔화 우려는 물론 중국의 포괄적 긴축 정책과 증시 과열 억제 조치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우리 시장의 모습도 늘 조마조마하다. 과연 지금 주식을 산다면 혹시나 ‘상투’를 잡지나 않을까 염려스럽기만 하다.그러나 좌불안석하거나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단기적인 변동은 거의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다.언제나 싸게 사고 비싸게 팔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은 사람의 영역이 아니다.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한때 시장의 흐름을 족집게처럼 맞힘으로써 얼마간의 수익을 올렸다고 좋아하던 마켓 타이머(market timer)들은 장기적으로는 늘 실패했다. 열 명 중 단 한 명도 이미 팔아 버린 주식을 더 떨어진 가격에 다시 매수하지 못했다. 고점에서 매도하기도 어렵지만 하락장에서 다시 사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의 성장과 더불어 바야흐로 지금은 글로벌 유동성의 시대다. 부동산으로 가는 길이 막힌, 넘치는 유동성이 시장을 들끓게 하고 있다. 그만큼 고점이나 상투가 아닐까 하는 불안도 커지고 있지만 지난 시절의 경험은 그런 불안을 일소에 부치고 있다. 길게 보면 시장은 언제나 뚜벅뚜벅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지금이 그런 때다.김상윤하나은행 웰스 매니지먼트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