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도 만들어 놓고 보면 나이를 탄다. 갓 출범한 초기에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러다 조금 연륜이 쌓여 20년쯤 지나고 나면 열정과 의욕으로 역동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실수나 과욕도 없지 않다. 그리고 40년쯤 흐르고 나면 비로소 안정감 있는 기업으로 역사적 가치를 담아내며 장수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이것이 흔히 말하는 기업의 수명주기 이론에 나오는 ‘U-타입’ 이론이다.그런데 이제는 사람에게도 이런 이론을 적용해 보아야 하지 않나 싶다. 그동안 50~60대에 맞이하던 인생의 정년을 30~40대에 준비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말이다. 얼마 전 20대 직장인들에게 스스로의 정년을 몇 살로 보느냐고 물었더니 45세로 대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직장인들은 44세가 되면 이전에 받던 최고 급여의 50%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이렇듯 이제 나이 40이 넘으면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준비해 온 직업이나 직장에서 손을 떼야 하는 시대적 압력을 받아야 한다. 마치 프로 운동선수를 연상케 하는 일이 일반인들의 세상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중도 실직의 문제가 삽시간에 온 나라를 신드롬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자, 그러면 우리는 과연 이것을 위기로만 보아야 하는 것인가.1980년대 초반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 사건을 계기로 정권을 잡은 당시 군부는 이른바 공직 사회와 언론계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해직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졸지에 직장을 잃고 낭인이 되어 버린 이 사건으로 당시 국가기관 고위 간부로 근무하던 정문술은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억울한 해직과 돌연한 실직으로 입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생면부지의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가 7전8기의 도전 정신으로 오뚝이처럼 일어서 이루어낸 것이 바로 반도체 검사 장비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 미래산업이다.기업가로선 은퇴를 고려해야 할 50대에 창업한 그는 불과 10여 년의 세월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어 많은 부를 쌓았고, 다시 엄청난 부를 과학 교육계에 희사해 진정한 성공자의 귀감으로 남게 됐다. 정문술 회장은 지금 자신의 기부금으로 우수한 과학 영재가 자라고 있는 카이스트에서 후진들의 성장을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며 살아있는 교훈으로 이 시대를 실천적으로 가르치고 있다.우리나라는 한때 세계 최대의 신발 생산국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국제상사, 삼화, 태화, 화승 등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들도 당시 신발을 모체로 성장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는 국내의 임금 인상과 해외 시장의 신발 가격 하락으로 더 이상 신발 대국의 위상을 지키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때 윤윤수는 화승이란 대형업체의 임원이었지만 몰락하는 신발 메이커들을 보면서 자신은 끝까지 신발 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그 의지로 그는 필라코리아를 맡아 성공을 이뤘고 결국 전 세계를 움직이는 글로벌 필라까지 인수해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이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인생의 승전보는 하나같이 자신에게 닥친 인생의 위기를 새로운 성공에 도전하는 전환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란 듯이 화려한 인생의 전성기로 이어갔다는 사실이다.엄길청경기대 교수 /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