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컬렉터 조소영 씨의 애장품

등학교 미술교사였던 30대 중반의 주부가 어느 날 우울증에 빠졌다. 개인 작업을 하기 위해 10여 년간 잡아 온 교편을 놓고 학교를 그만뒀던 탓일까.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던 앤티크에 관해 다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됐다. 내친김에 주얼리에 가지고 있던 욕심을 ‘앤티크 주얼리’를 컬렉팅하며 풀어낼 결심을 한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지금 국내 최대의 코스튬 주얼리 수집가로 거듭난 조소영 씨는 이제 우울증도 극복하고 앤티크 주얼리의 황홀경에 도취돼 있는 중이다.“시대를 대표하는 앤티크 물건들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무아지경에 빠지곤 해요. 앤티크는 거의 수작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손맛’이 들어간 제품을 좋아하는 제겐 더없이 좋은 수집품 대상이 됐죠. 전 취미를 발판 삼아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도전하면 좋을 만큼 앤티크에는 매력적인 수집 요소가 많아요. 소액을 투자해 곁에 두고 감상도 할 수 있고 마니아적인 감성도 키울 수 있죠. 나중에 되팔더라도 절대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요. 앤티크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소멸품이자 대부분 세상에 몇 개 없거나 하나 뿐인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이죠.”조 씨가 수집 중인 주얼리 애장품들을 구경하기 위해 그녀가 살고 있는 동부이촌동 아파트에 들어선 순간, 현관에서부터 집안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앤티크 소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흡사 자그마한 앤티크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의문스러운 것은, 가장 중요한 앤티크 주얼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상했다.“주얼리요? 다 모셔놨죠. 앤티크 주얼리들은 대부분 습기나 오염에 약한 장신구들이기 때문에 잘 싸서 보관해야 해요. 전 낱개 비닐 봉투에 하나하나 밀봉해서 주얼리 박스 안에다 나눠서 보관하죠. 그렇지 않으면 눌려서 모양이 변형될 수 있거든요. 앤티크 주얼리 컬렉팅을 위한 기본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녀는 집안 곳곳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앤티크 보석함을 가져와 거실 한쪽에 차례로 진열해 놓고는, 그 안에 있는 오색찬란한 주얼리들을 하나 둘 꺼내 바닥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넓은 거실 바닥이 알록달록 빛이 나는 주얼리들로 꽉 들어찼다. 앤티크 주얼리에 관해 전문적인 안목이 없는 기자도 덩달아 황홀경에 빠졌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법했다.“정말 아름답죠? 이 많고 다양한 주얼리들은 모두 태어난 시대와 나라도 제각각이에요. 우선 앤티크 주얼리 메이커로 유명한 ‘밀리엄 헉셀’의 1900년대 작품도 있고요, 1890년에서 1900년대 초의 영국 에드워드 시대의 주얼리 백도 있고, 18세기 조지언 시대의 나비 브로치, 1700년대 말의 리본 브로치도 있죠. 모두 하나하나 내 자식 같아서 부서질까 깨질까 모시고 살아요.”실로 방대한 주얼리들을 모으는 데는 꼬박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아는 앤티크 주얼리 딜러들로부터 샀다. 딜러를 통해 사는 게 실패율이 적은 편이며, 다소나마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 주얼리는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구매해 들여오면 관세가 비싸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개인 딜러들과 친분을 잘 유지해 놓는다면, 좋은 물건은 경매가 붙기 전에 미리 알려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공식 경로를 통해 사고 싶다면 앤티크 주얼리 매매를 공식적으로 하는 ‘람 갤러리’를 찾아가보는 것도 좋다. 방문 전에 미리 예약만 한다면,구입하고 싶은 앤티크 주얼리를 보고 즉석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요즘 앤티크 주얼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의가 많이 들어와요. 그러나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유럽의 역사 공부도 병행해야 해요. 또한 주얼리의 핵심인 원석에 관한 공부도 필수적이에요. 잘못하면 속아서 현대의 것을 구입할 수 있으니 원석의 커팅이나 디자인의 역사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게 큰 도움이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믿을 만한 딜러를 만나는 것이죠. 내가 좋아하는 걸 수집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더불어 나만의 역사관이나 세계관도 정립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가 아닐까요.”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