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리모델링

즘엔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용기 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아파트가 주거 양식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숲이나 연립주택 행렬 속에서 외로운 섬처럼 떠있는 단독주택을 지날 때면 기나긴 사연이 그 집에서 나올 법한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 단독주택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어서일 것이다. 기회를 놓쳐 아파트로 갈아타지 못했다는 하소연도 있겠지만 단독주택은 사람들 마음속에 고향 같은 곳이어서 나중에는 꼭 살아보겠다는 다짐들을 듣게 된다.TV 드라마 속에서 부자들이 사는 곳이 대개는 단독주택이라는 것도 나중을 기약하는 사람들에게 목표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일지도 모르겠다.어쨌든 아파트 개발 열풍 속에서 꿋꿋하게 남아 있는 단독주택은 가상하다. 단열 부족, 낮은 층고, 상대적으로 불편한 동선 등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단독주택 거주자들의 인내심도 대단하다. 그런 불편을 참다못해 집을 헐고 새로 지으려고 하면 난관에 부닥치기 일쑤다. 자금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일조권, 주차장법 등 새로운 규정에 따라 신축을 계획하다 보면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대지 면적 대비 건물 면적인 건폐율이 지금 살고 있는 주택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손길 가득한 정원이 있다면 신축 과정에서 그 정원이 없어지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 아픔을 덜어주는 대안이 단독주택 리모델링이다.리모델링이 신축보다 신경 쓸 일이 더 많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건축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이지 건축주 입장에선 자기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자기 집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기능적으로 향상된 결과물을 얻는 게 단독주택 리모델링의 장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서울 성북동 단독주택 소유주인 A 씨는 올해 칠순을 넘긴 할머니지만 오피스텔 건축을 시행해 본 경험이 있어 건축 일이라면 아주 열정적이다. 그런 A 씨는 올해 초 자기 집을 리모델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시행자에서 이번엔 건축주로 입장이 바뀐 셈이다. 그리고 건축주로서의 권리를 마음껏 행사했다. 다름 아닌 충분한 의견 개진이었다.A 씨는 3개 리모델링 회사와 접촉했다. 자신의 리모델링 방향을 설명하고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잡아올 것을 리모델링 회사에 부탁했다. A 씨는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다 논리적인 설명까지 덧붙인 한 회사를 낙점하고 세부 디자인 협의에 들어갔다. 칠순을 넘긴 그였지만 집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더한 애정을 남기기 위해 창문 위치나 방향까지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기술적인 부분은 리모델링 회사에 맡겼지만 자신의 의견 제시와 도면 수정이 한 달 넘게 이어졌다. 자신의 의견과 리모델링 회사의 기술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판단됐을 때 계약했다. 리모델링 회사 입장에선 A 씨가 까다롭지만 기분 좋은 고객이다. 공사 도중에 이런 저런 의견을 내는 것보다 공사 전에 충분한 합의로 혹시 모를 이중 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주의 침묵은 오히려 공사를 망친다”는 것이 리모델링의 불문율이다.지은 지 오래된 단독주택일수록 구조벽이 의외로 허술한 경우가 많다. 큰 망치로 툭툭 치면 으스러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구조벽이라고 해서 허물지 말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초를 둔 상태에서 위에 있는 벽을 모두 뜯어 고친다는 전향적인 생각을 가져볼 만하다. 새로운 블록 맞추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기 집의 느낌은 유지하되 세월에 따라 달라진 생활 패턴에 맞춰 집 구조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블록 맞추기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블록을 새로 맞추기 위해서는 보강 공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구조를 바꾸면서 집 자체가 허술해서는 리모델링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구조를 변경할 때는 규정을 준수하면서 단독주택의 죽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단독주택의 주방엔 창고로 연결되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 주방을 하나 더 만들고, 이곳을 냄새나는 음식을 조리하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창고는 외부와 연결돼 있어 음식을 조리하더라도 냄새가 잘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지하실은 서재나 음악실로 고치면 훌륭한 취미 공간이 된다. 이것도 사례에 불과한 것이지 단독주택 구조 변경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가족 구성원의 생활 패턴에 맞춰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보기에만 좋은 집은 정을 오래 붙이지 못할 수도 있다. 잡지책에서 본 듯한 예쁜 집은 자신의 일상생활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금방 싫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장만 고치겠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옳지 않다. 우선 속이 크게 잘못됐는데 겉만 고치면 사는 데 불편하다. 다시 말해 비만 오면 지붕에서 물이 새고 배관이 썩어 제 기능을 못하는데 겉만 번지르르 해봤자 인형의 집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주택이라면 설비나 배관을 교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후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다면 설비나 배관의 기능을 높이는 게 외장 리모델링보다 앞서야 한다. 외장 리모델링만으로는 비경제적이기도 하다. 외장 리모델링만 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면 어쩔 것인가. 돈 들여 외장을 바꿨는데 설비 교체를 위해 외장을 뜯다 보면 또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단독주택 리모델링은 우선 기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겉 화장은 따라가는 게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이다.글 김호영 레노베르(www.renovert.co.kr) 이사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