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부동산 투자의 두얼굴

익스체인지는 미국 내에서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합법적인 절세 수단이다. 예컨대 상업용 부동산을 팔고 나면 1년 이상 소유했다고 하더라고 최대 시세 차익의 25%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투자자들이 1031 익스체인지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1031 익스체인지란 투자자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매매한 후 180일 이내 이전 부동산보다 더 비싼 부동산을 살 경우 양도세를 유예해 주는 제도다. 간혹 일부 투자자들은 1031 익스체인지를 양도세 면제 제도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1031 익스체인지 제도는 양도세 면제가 아닌 양도세를 유예해 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1031 익스체인지는 지난 3~4년간 부동산 시장이 강세장을 기록할 때 최고의 투자 수단으로 평가받아 왔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부동산을 구입하는 한국인 중 90% 이상이 1031 익스체인지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는 1031 익스체인지가 되레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31 익스체인지는 수익형 자산, 투자형 자산, 사업용 자산 모두에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업용 자산은 감정가를 정확하게 추산할 수 없어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031 익스체인지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이전 부동산 거래의 에스크로가 끝난 지 45일 이내에 새로 구입할 물건을 결정해 에스크로 계약을 체결해야만 한다. 또한 이 모든 계약이 180일 이내 끝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일반인들의 경우 6개월 이내에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 부동산 거래는 6개월을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에스크로 등의 보험 상품이 부동산 거래에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 신용도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 거래가 수개월간 지연되는 게 다반사다. 우리나라와 같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2~3개월 후에 잔금을 치른 뒤 이사를 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최근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는 1031 익스체인지의 혜택을 받기 위해 계약을 서두르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관련 법률이 허술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1031 익스체인지가 적용되려면 ‘QI(Qualified Intermediary)’라 불리는 중개인(accommodator)이 반드시 필요하다. QI는 투자자가 새로운 매물을 찾을 때까지 기존 매각 대금을 보유하고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문제는 QI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위험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1031 익스체인지를 위해 맡겨 두었던 돈을 QI가 다른 곳에 전용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특별한 자격증이 없어도 QI로 활동할 수 있어 부적격자들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스크로 회사 산하에 QI 담당 회사가 있다고 해도 안심해선 안 된다. 최근 미국 워싱턴 뉴욕 등지에서는 1031 익스체인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던 1031택스 그룹이 파산하면서 300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 이들의 투자 금액만 총 1억1500만 달러(1068여억 원)다. 이 밖에 몇몇 QI 업체들이 투자금을 1031 익스체인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따라서 QI 업체를 고를 때는 재무 구조가 튼튼하고 실적이 우수한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당분간은 투자자들이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